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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미나 교수, “이 세상에 있는 사운드는 다 있죠”

 

유미나 교수 신작 ‘Sound Express’ 내달 선보인다
LDP무용단 23명의 단원이 모두 참여해

LDP 무용단의 8번째 정기공연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3월 7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양일간 펼쳐질 LDP무용단의 여덟 번째 정기공연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유미나 교수의 안무로 이루어진다. 이번 공연은 유미나 교수와 그 제자들로 결성된 LDP무용단이 함께 작업했다는 것에 주목된다. 게다가 LDP무용단 단원 23명이 모두 참여하여 더욱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원들 모두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LDP무용단은 대중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무용단이다. 유독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LDP무용단은 매해 정기공연 때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작년 성대하게 치러진 ‘한국을 빛내는 세계 무용스타 초청공연(부제 : 강수진과 친구들)’에 초청된 LDP무용단은 ‘NO COMMENT'라는 작품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세계적인 무용스타들 못지않게 열화와 같은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Sound Express’라는 신작을 내놓은 유미나 교수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너무 좋아해 만든 작품’이라고 전한다. 특히 가장 좋아했던 ‘Gloomy Sunday’를 삽입했다고. 본 사는 국내외에서 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미나 교수를 LDP 무용단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음악이 좋아 만들어진 작품 ‘Sound Express’

▷ ‘Sound Express’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 저는 집에 CD가 한 벽을 다 차지할 정도로 음악을 상당히 좋아해요. 계속 음악을 듣다보니까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사운드 쪽으로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2,3년 전부터 사운드만 수집하고 계속 들어 왔죠. 그러다 보니까 정말 사운드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Sound Express'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Express’가 ‘급행’이라는 뜻이 있잖아요? 그렇게 사운드가 급행열차처럼 끊임없이 지나가는 것이에요. 그런데 작품에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관객이 느껴야 할 것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면 그것은 관객이 느껴야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 느낌을 오픈하고 싶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와! 사운드로 세계 일주를 하는 것 같네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 아주 흥미로운 작품일 것 같은데요?
▲ 제가 방학 때마다 6개월씩 외국에 나가는 것을 10년 간 계속 해왔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이 공연 때문에 나가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노력했고, 보람도 있는 작품이죠.
저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끌고 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해서 대중한테 꿀을 바르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 무용 공연들이 너무 뮤지컬 형식을 많이 쓰고 있는데 너무 쉬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용이라는 게 보는 사람도 조금은 공부를 하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당연히 재미가 없죠.

▷주로 어떤 분위기의 음악을 작품에 사용하셨습니까?
▲ 이 작품이 1시간이라서 다양하게 썼어요. 이 세상에 있는 사운드는 다 썼다고 하면 과언일까요?(웃음) 어쨌든 ‘엘비스’의 노래에서 피아노 ‘바흐’의 음악까지 사용했고, 일정한 기준은 없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는 음악을 뽑아내기가 굉장히 힘들었죠. 제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곡의 연결이 이상하다고 하면 곤란하잖아요. 그걸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 제가 음악을 하루에 10시간 씩 듣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귀가 다 멍멍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럴 땐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분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30분 정도의 작품이었으면 제가 가진 음악으로 충분했을 텐데 1시간이 넘는 작품을 만들려니까 전문인의 도움이 절실했어요. 그러나 힘들었지만 도움을 안 받고도 이렇게 해내서 지금은 굉장히 자랑스럽고, 이번 방학은 외국에 안 나갔지만 행복하다는 기분이 듭니다!(웃음)

▷ 작품에 소품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어떤 상징이 있습니까?
▲ 음악이 많이 바뀌니까 의상도 음악에 따라서 많이 바뀝니다. 그리고 메인 소품(한 벽면에 여러 개의 네모난 구멍이 뚫려있는 무대세트)은 여자 한 명을 놓고 손들이 움직여요. 그것은 어느 날부터인가 사운드 외에 손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심히 살펴보게 됐죠. 이 손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루만질 수도 있고, 사람을 구제할 수도 있는데,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더라고요. 저는 입만 무서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입 이상으로 무서울 수 있는 것이 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구를 때릴 수도 있고,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려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이 손이죠. 그래서 이번에 사용해 보았습니다.

▷ 그렇다면 혹시 특별한 안무기법이 있나요?
▲ 기법보다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뽑아놨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사운드에 맞춰서 무브먼트를 만드는데, 이번에는 속으로 ‘내가 그 사운드를 씹어 먹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사운드에 따라서 몸에서 터져 나오는 느낌을 가지고 작업을 했고요. 어쨌든 움직이긴 움직였지만 그냥 댄스의 움직임하고는 약간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무용수들에게는 ‘바닥에 얼음이 깔려있다는 느낌으로 춤을 추라’고 했어요. 얼음 위에서 한번 춤을 춰보라면 넘어질 것 같잖아요? 그래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보면 거기에서 움직임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디어를 제가 댄서들에게 많이 주면서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같은 댄스 콤비네이션을 만들고 그것을 ‘모래 위에서, 얼음 위에서, 아니면 소주를 4잔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한다’고 하면 밸런스가 흐트러지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움직임이 확실히 바뀝니다. 무용수들에게 새로운 무브먼트를 뽑아내는 작업을 많이 한 것이죠. 그것을 위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시도의 시간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 안무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이렇게 1시간이 넘는 작품에 작곡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1시간짜리 작품에 작곡을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어마어마해지는지 아시죠? 일단 그 정도의 비용이 없으니까 제가 두 달간 혼자서 음악을 다 꺼내 들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때 예술의 전당에서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음악만 들었어요(한국예술종합학교는 예술의 전당 내에 있다). 사람들이 ‘불 난 줄 아느냐, 빨리 나오라’고 할 정도로 음악을 찾아내는 작업에 몰두했고, 또 참 힘들었습니다.

▷ 이 작품에서 관객들이 가장 주의 깊게 봐야할 부분은 무엇이죠?
▲ 음, 마지막에 ‘Gloomy Sunday’가 나오잖아요? 제가 60년대의 대학생이었는데 그땐 ‘Gloomy Sunday’란 영화가 나오면서 최고의 인기를 몰았었죠. 그리고 또 제가 독일에 오래 살아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그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은 무대에 꼭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이번에 그 꿈을 펼쳤네요. ‘Gloomy Sunday’가 나오는 부분에서 무용수들이 까만색 양복, 장례식 갈 때의 의상을 입습니다. 그것을 장례식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두 명이 스케이트를 타는데, 그 둘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헤치고 다녀요. 그것은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 어떤 장소에 가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섬뜩하거나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이지 않는 물체이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뭔가가 느껴지는 그런 느낌으로 연결해 봤어요. 딱히 어떤 장면을 집중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 교수님의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개성은 어떤 것이 있죠?
▲ 제가 작품을 만들어서 쭉 보다보니, 댄서 각자가 내재하고 있는 속 깊은 것들을 굉장히 적절한 장소에 쓰는 게 내 특징이라고 요즘에 느끼곤 합니다. 어떤 사람을 나무라고 하면 나무가 아닌 그 외의 것으로 쓸 때 아주 힘들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캐릭터를 잘 찾아내는 것 같아요.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댄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무가 겸 무용수로 구성된 LDP무용단

▷ ‘LDP 무용단’은 대부분 안무를 하는 무용수들로 구성돼 있는데, 일반 무용수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솔직히 요즘의 댄서는 안무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왜냐면 안무가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안무가가 댄서를 빚어줬어요. 하지만 요즘은 안무가가 댄서의 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작업을 하죠. 결국 눈이 있어야만 안무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지 못하지만, 안무가는 봤기 때문에 그 사람과 작업을 하면서 자꾸 건드리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든 뽑아져 나오거든요. 그런데 안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자신도 그 부분을 뽑힐 줄 아는 거예요. 왜냐면 안무가가 그것을 건드리지만 결국 표출해서 움직이는 것은 댄서가 하는 것이거든요.
안무는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댄서가 안무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자신이 가진 것을 표출해 낼 수조차 없고, 안무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없죠. 그런 점에 있어서 LDP는 확실히 다르다고 봅니다.

▷ 댄서에게 안무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세요.
▲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실기 과이면서도 안무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 작업이 안무자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훌륭한 댄서가 되기 위한 과정이죠. 외국 무용단 테스트는 파이널에서는 어떤 소재를 주고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때 안무력이 없으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무용수들은 체격도 좋고, 실력도 좋은데, 결국 마지막에서 떨어지고 다른 국가에서 온 무용수들이 붙는 경우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우리나라는 현대무용에 국립 무용단이 없어서 외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외국 가서 우리 아이들이 뽑힐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제가 신입생부터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잘 개발 돼서 안무를 제법 하는 무용수들이 많이 나오게 됐어요.

무용과 졸업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전문단체 필요

▷ 외국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현재 우리나라 무용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전문적인 단체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많이 있잖아요. 학교가 졸업생은 만들어 내면서 그 졸업생을 유치할 수 있는 단체는 없지 않습니까? 월급을 받고 프로로 나가야 되는데 그 시스템은 만들지 않고 학교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생산만 하고 그 다음에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결국 무용을 안 하고 딴 길로 걸어가게 하려면 무용과가 있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그것이 가장 잘못된 점인 것 같습니다. 학교를 만들었으면 분명히 졸업생들이 나오는데, 그러면 졸업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장소도 없이 그냥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놀랄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슬퍼요. 가르치면서 굉장히 슬픈 것은 무용이 참 힘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라고 말하죠. 하지만 갈 곳도 없는데 열심히 하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이 가끔씩 너무 슬퍼져요.

▷ 마지막으로 2008년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 국제 콩쿠르가 8월 초에 있는데 개, 폐막식을 아주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LDP 무용단을 초청하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작년에 ‘신인 안무가 전’에서 김판선 씨가 1등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새 작품을 발표해야 된다고 해요. 그런 일들이 있으면 LDP무용단이 모두 동원해서 함께 참여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편집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사진 김고운 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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