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창작발레 안무에 힘써온 ‘김선희 발레단’의 ‘인어공주’가 오는 2월 말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2008년의 ‘인어공주’ 공연에는 발레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음악가와 무대 디자이너가 참여해 안무, 음악, 무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01년 초연된 ‘인어공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발레작품 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한국 발레계에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40여명의 출연진과 70여 벌의 의상, 아낌없는 제작비 투자로 여느 뮤지컬보다도 화려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어공주가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이나 목소리를 잃는 등의 신비한 장면들은 ‘한국마술협회’의 마술로 재현될 예정이라고 한다.
2월 28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선희 교수를 만났다. 김선희 교수는 그동안 활발한 국내외 활동으로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으며 특히 김지영, 박세은, 김현웅, 노보연, 유난희 등 한국 발레를 이끄는 세계적인 수준의 무용수들을 키워낸 인물로 유명하다.
창작발레 인어공주의 탄생
이 작품은 지난 2001년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에서 브라질의 음악으로 처음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무래도 제가 발레를 하다보니까 클래식적인 그런 음악을 선호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브라질 풍의 바흐’라는 곡이 있었어요. 아리아로 만들어진 음악인데 그런데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그런 느낌이 확 들었어요.” 김선희 교수는 이 음악에 바로 세계적인 동화 ‘인어공주’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지금 이순간도 저는 ‘인어공주’ 동화가 좋아요. 인어공주는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죠. 결국은 비극으로 죽게 되었지만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이죠. 그다음에 세상을 많이 살지 않은 단순하고 순진한 예쁜 인어공주의 느낌이 좋아요.” 김선희 교수는 인어공주가 비극이기 때문에 다시 마음이 절절해져 생각하게 되고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는 동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막 발레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춘 ‘인어공주’
“2001년 처음 만들었을 때는 길이가 좀 짧았죠. 최종적으로 지금 만든 것이 클래식 발레 작품으로서 적당한 규모로 만들어졌습니다.” 김선희 교수는 이 작품이 후세에도 한국 사람의 창작 발레 안무작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수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를 확실히 하고 있어요. 지금도 발레는 ‘마리우스 쁘띠빠(Marius Petipa)’의 작품이 거의 다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김선희의 발레작품이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남겨질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을 더 많이 할 예정입니다.”

발레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온 음악
김선희 교수는 올해의 ‘인어공주’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사실 2004년도에 이미 완성이 되었다고 했다. “음악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러시아 작곡가 ‘파블로브 드미트리’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제가 원하는 스토리 전개를 모두 다 듣고 세부 사항을 다 계획하여 작곡가가 1년에 걸쳐서 작업을 했어요.”
러시아는 발레 역사 곧 있으면 3백년 정도 된다고 한다. 발레의 본 고장이니만큼 안무가뿐만 아니라 음악 또한 세계적이라고 한다. “발레 작곡가들,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또 프로코 피에프까지 다 러시아 출신이죠. 러시아는 굉장히 든든한 발레의 발전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속에서 사회주의로 바뀌면서 발레 예술을 전 국민들에게 교육을 잘 시키면서 온 국민의 정서에 잘 익혀준 것 같아요. ‘인어공주’의 작곡가 드미트리도 발레음악을 잘 만들 수밖에 없는 그런 배경 속에서 살아온 거죠. 이번 음악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특별한 무대 연출 등장, 한국 마술협회와 함께
이번 ‘인어공주’에는 특별히 한국 마술협회와 함께하는 장면이 3씬 정도 삽입되었다고 한다. “마법의 문어가 변신을 해서 자기가 인어인양 나오는데 장면, 마법사가 목소리를 빼앗아서 그 목소리가 전달되는 장면, 인어의 꼬리가 다리로 바뀌는 장면 등 3가지의 장면에서 마술이 나옵니다.”
김선희 교수는 올 해 처음 마술을 도입하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고민을 좀 했죠.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접합인데 성격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 작품에서 항상 아쉬웠던 판타지 부분을 더 멋지게 살렸어요. 만족합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 어느 한 장면도 소홀하지 않아
‘인어공주’에서 자신 있게 가장 내세우고 싶은 장면 하나를 말씀해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웃음) 제가 성격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하나도 안 놓치고 싶어요. 바다와 육지 두 부분이 나오는데 육지는 야심차게 춤으로 승부를 걸었어요. ‘클래식 무브먼트가 이렇구나’ 할 정도로 화려한 거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마법의 인어’가 왕자의 키스를 상징적으로 뺏어버린 후 주인공 ‘인어’가 너무나 어이없이 절망의 춤을 추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은 제가 봐도 너무 슬퍼요. 그 부분이 제일 하이라이트인 것 같아요(웃음).”

무용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
이번 ‘인어공주’에 출연하는 모든 출연진들은 앙상블까지 거의다가 한국 발레계의 주역들이라고 한다. “앙상블에 있는 무용수들도 재능이 좋아요. 아마추어는 한명도 없죠. 저는 이들에게 ‘어느 자리에 섰던지 가장 프로페셔널이었을 때 나오는 무대의 몸짓으로 춤을 추라’고 당부합니다. 그것이 ‘프로페셔널리즘’입니다. ‘이걸 이렇게 해라, 저절 저렇게 해라’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한 몸짓이라는 거죠.”
창작발레에 대한 애착, 무용의 대중화를 이끌다
발레는 우리나라 무용을 대중들에게 알린 대표 장르이다. 우리에게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같은 클래식발레는 잘 알려져 있지만 창작발레는 아직 드물다. 김선희 교수의 창작발레에 대한 열망과 애착은 ‘인어공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도 클래식발레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항상 우리가 지나간 것만 보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거대로 즐기고 또 앞으로는 우리의 감수성에 맞게끔 오늘날 변화된 시점에서 보여주는 몸짓, 구성, 시각 등을 가지고 만들어진 ‘뉴 발레’, ‘뉴 창작 발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자들에게 가장 당부하는 것, 남이 스스로 따를 수 있는 고양(高揚)된 정신과 정체성
김선희 교수는 발레리나가 갖추어야할 첫 번째 덕목으로 ‘고양된 정신’을 곱았다. “고양된 정신이 꼭 사전을 찾아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9살이어도, 20살이어도 내가 움직임으로 해서 사람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어진 재능과도 연관이 있죠. 중요한 것은, 남이 자신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보다 성실하고, 남보다 튼튼할 수 있도록 ‘내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아는 거죠. 그것이 최고의 발레 무용수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김선희 교수는 여기에다 한 가지를 덧붙였다. “작년 미국으로 떠난 발레리나 박세은 양에게 ‘정체성을 잃지 마라’고 당부 했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발레리나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모두 다 너를 높이 볼 것이다’라고 말해 줬어요.”
아름다운 비극, ‘인어공주’를 기대해도 좋다
“이번 작품 ‘인어공주’는 오랜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업그레이드 된 작품입니다. 발레 속에서 볼 수 있는 박진감과 감동이 넘치는 발레극입니다. 보러 오셔서 웃고 울고 하며 많은 감흥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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