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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박호빈과의 대화 “현대의 예술은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가 중요”

 

국내 현대무용가 중에서 관객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무가 박호빈, 그는 작년에만 ‘엘리베이터 살인사건’, ‘꼬리를 무는 고기’,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 등 3개의 신작을 발표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대중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추상적인 것보다 연극적 요소에도 많이 집중하여 ‘토탈씨어터’ 형태의 작품을 구상하기도 했다. 무용의 대중화와 관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안무가 박호빈, 다시 한 번 더 도약할 그의 2008년을 함께 만나보자.

▷ 2007년도를 돌아보시면 어떤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나셨나요?
▲ 2007년도에 신작만 세 가지를 했습니다. 5월에 아람누리 개관기념으로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을 초연했고, 6월에는 서강 메리홀에서 ‘꼬리를 무는 고기’를, 9월에는 서울국제연극제에서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을 했습니다.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은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각색했습니다. 로미오는 살아나오고 줄리엣만 다시 죽어서 유령이 되어 로미오의 수호신이 되어 사랑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2008년 3월 예술의 전당 토월에서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아트마켓에서 10월에 쇼케이스를 가졌었습니다. 그 외 여러 가지 오페라, 레퍼토리 공연, 지방공연, 과학과 예술의 만남, 타 장르와의 만남을 많이 가졌었죠.

▷ 선생님께서는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대중화란 말도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 시대에 관객과의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과거의 예술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관념을 중시했죠. 보다 앞서있는 상태에서 관객을 이끄는 계몽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예술은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다니며 소통하고 관객과 관계를 맺는 구조죠. 예술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1 : 1’이든 ‘1 : 다수’든 밖으로 나와서 자꾸 관심이 있는 분야와 연결을 하고 감상위주가 아닌 쌍방향이 소통할 수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에 작업의 방향 또한 형식적이고 형태적인 걸 바꾸긴 힘들지만 내용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고립된 게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관계를 통해서 틀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중요하죠.

▷ 선생님께서 왜 예술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의 예술에 대한 고민이나 예술세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답이 있는 건 아니고, 처음에 시작하게 된 자체가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욕구입니다. 많은 사람을 통해서 내 안의 것을 어떻게 발산해야할까를 고민했습니다. 무용하기 전에 연극을 접했는데요, 그때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너무 좋고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러다 또 우연히 무용을 접했는데 연극과 다른 바디랭귀지, 그러니까 몸의 언어체계가 저와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도를 하셨습니다. 그것 또한 몸 언어와 관련이 있나요?
▲ 저는 몸의 언어체계를 통해 많은 것들을 실험도 했는데요, 그게 몸만 가지고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도를 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미디어란 현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거기서 정보를 얻고 정서도 쌓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격 때문에 미디어에 관심이 가고 그래서 단순히 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멀티미디어 댄스를 통해 신체적인 언어표현과 영상이 어떻게 만나 해석되는지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런 작업은 일반관객뿐 아니라 타 장르의 아티스트와도 함께 하고 싶어요.



▲ ‘돌아온 퍼즐속의 기억’ 작품 중, 사진제공_댄스씨어터 까두


▷ 현대사회에서 무용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퍼포먼스나 장르파괴만 봐도 그렇죠. 그런 점에서 현대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용의 포지션과 새로 가져야 할 포지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작업하는 자로서 나름대로 짧은 소견을 밝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르가 파괴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서양에선 오래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파괴와 분화는 계속되는 반복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차이점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현상적으로 통합되는 걸 보고 트렌드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정도입니다.
2000년도 밀레니엄을 기준으로 미디어 문명의 발전으로 과거의 문화와 지금의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엄이란 숫자에 의해 야기되었던 종말과 새로운 인류의 탄생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세대는 과거와 분명 다릅니다. 물론 저희는 적응세대이고,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어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디지털 문화는 이미 형성되었습니다. 향후의 인류도 우리와 모양은 같지만 사고방식이나 구조가 다를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인데요, 아직은 드라이하고 비인간적이라며 거부하는 세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인간이 아니라 표현의 구조입니다. 그런 것들이 주종을 이루면서 기존세대와 갈등도 일어나겠지만, 그것은 극복되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현대예술에서 무용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지금까지 불가능하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면들이, 예를 들면 인간의 자기복제에 관한 문제와 같은 것들도 더욱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이전까지 한 인간의 자아는 하나이고 심리학적으로 다중인격이라든가 그런 분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컴퓨터를 통해서 여러 아이디로 가상공간의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것이 비슷한 유형입니다. 심리적인 다중적 분화가 아니라 나의 존재가 다양해지는 겁니다. 그 세계에는 이전의 삼차원적인 공간과 다른 사차원적인 공간이며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공간은 유한했지만 디지털 세계는 무한하며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혼란이 있더라도 모두 함께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은 예술가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개념들을 발생시키고 예시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새로운 것들을 창출하고 창의하느냐가 예술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춤도 큰 요소로 차지할 수 있습니다. 유한한 신체이기 때문입니다.

▷ 2008년에 세운 공연 계획과 공연이외에도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3월에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을 공연합니다. 그리고 11월에 아르코에서 기획공연이 있는데요, 허용순 선생님과 같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허용순 선생님은 스위스 바젤무용단에서 활동하셨고 작년 국립발레단 객원 안무도 하신 분입니다. 올해 컴퍼니와 함께 공연을 하기 위해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결정된 건 아니지만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을 신청해서 다시 공연할 기회를 가질 생각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업은 대외적으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안무가를 초청해서 협력공연을 갖는 것입니다. 제3의 안무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컴퍼니의 사업목적이 있습니다. 그 외 지방공연등도 하고요.

▷ 시대의 변화는 관객의 변화를 낳았습니다. 예술가들은 어떤 변화를 가져야 할까요?
▲ 작가의 진실이라는 것도 그 자체로써는 막연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더라도 본질이 변질되지 않는 한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마니아층을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관객들을 쫓아간다 해서 관객들이 온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나름대로 스타일을 구축하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예술가를 쫓고, 그 스타일이 지겨워지면 또 다른 것들로 바꾸면서 포지션을 만들어 변화해야합니다. 그렇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것들은 트렌드가 아닌 형태의 몫을 갈아입듯이 전반적인 감각의 흐름에 따르고 제시하면서 유기적으로 보존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관객들도 그것을 좋아할 수 있고, 여러 성향의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걸 즐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은 현대무용가 중에서 관객에 대한 배려가 좋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관객들은 솔직합니다. 좋아하면 보고 싫으면 안 봅니다. 선택권이 관객들의 권리이죠. 과거에는 예술가가 좋은 공연을 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계몽주의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죠. 현대의 예술에서는 오락과는 다른 또 다른 흥미가 있어야 합니다. 진지함도 있어야 하구요. 그 전의 예술은 항상 자기의 진지함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그런 걸 강요했죠.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덩어리를 가지고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끔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_이수근 sugun11@hanmail.net
정리_정효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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