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통 무용계의 중진 무용가로 계승과 전승, 그리고 창조의 토대에서 전통춤의 자리매김을 선두하고 있는 임이조 단장은 5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 춤의 무대화와 방송매체를 통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81년 전주대사습대회 무용부 장원 수상을 기점으로 88년 진주개천예술제 무용부분 대통령상, 2000년 제 14회 예총예술문화상 국악부분 대상 등을 수상함으로써 명무로의 위상을 떨치고 있으며, '개벽의 북소리', '出', '한이 깊으니 흥도 깊더라', '신무I & II' 등의 작품과 '춘향전' 방북공연 연출 및 안무를 통해 한국전통무용의 명맥을 잇고 있는 춤꾼이며 안무가로, 우리 무용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 전수조교, 제 97호 살풀이 춤 이수자인 임이조 단장은 현재 서울시무용단 단장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성 1930’이라는 타이틀로 무용에서 처음 시도하는 장르를 선보이는 등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에 본 신문사에서는 임이조 단장을 만나 그의 춤세계와 서울시무용단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2008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 올해 4월 24일과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경성 1930’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합니다. 전통의 뿌리를 찾는 장면, 짧은 저고리에 짧은 치마 등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 독립군이 나라를 되찾겠다는 애국심 등 여러 가지가 많이 보입니다. 또한 그 시대에 흘러가던 유행가를 세련되게 편곡을 해서 보이고, 신파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기자기한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것은 아마 무용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르가 될 것입니다.
▷ 서울시 무용단은 어떤 장르를 추구하나요?
▲ 제가 전통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창작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현대적인 것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전통춤을 가지고 음악에 맞춰서 우리 것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을 추구해왔지요. 장르를 넘나들어서 우리전통에 얽매여있지 않으면서 우리 전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 단장님은 춤꾼이기도 하면서 안무자이기도 합니다. 춤꾼 임이조와 안무자 임이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춤꾼이라면 우리 색깔이 짙은 맛깔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안무자로서는 드라마틱하고 큰 무대에 맞는 의상 등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무를 할 때는 많은 무용가들로부터 재미있고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아함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요. 빠르고 현대적인 동작보다는 서정적이면서 마음에 와 닿는 쪽으로 노력하려고 합니다.
▷ 개인적으로 활동할 때와 서울시무용단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무용단에 들어올 때 어떤 것을 하고 싶었나요?
▲ 먼저 우리나라 무용가라면 자기나라의 전통춤을 기본으로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발레로 무용을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한국춤, 전통으로 바꿨는데, 그 때 느낀 것이 우리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세계에서 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색깔이 없는 그런 창작이나 모던한 국적불명의 것은 외국사람들이 봤을 때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 자기 나라만의 개성 이런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전통이 없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서울시무용단에서는 우리 무용을 먼저 트레이닝 시킵니다. 두 번째는 관객이 없는 예술은 소용이 없습니다. 서울시무용단이 공연을 한다고 하면 많은 관객들이 표를 사서 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지요. 그러려면 작품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예술성도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재미있고 호응도도 있어야하고 공감대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재미있고 해학적인 한국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정기공연으로 만들어서 해마다 12월 정기공연 레퍼토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유니버셜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처럼 자체공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지요. 해외에 나가더라도 한국적이고 재미있으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테마가 있는 공연을 만들것입니다.
▷ 뮤지컬 공연은 10년 이상 지속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무용은 1회성으로 끝나는 공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 처음 콘셉트부터 긴 안목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기에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해마다 보완을 해서 무대에 올려야합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더 투자를 해서 개발을 하면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올해부터 시행을 하려고 합니다.
▷ 서울시무용단은 노조 때문에 늘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신가요?
▲ 사실 저는 노조를 잘 모릅니다. 저는 단지 춤을 추는 춤꾼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여기 들어와서 보니까 노조에 관한 것을 못 느낍니다. 단원들도 너무 잘 따라오고, 제가 조그만 마음의 정성을 쏟으면 단원들이 빨리 압니다. 때로는 밤 12시, 새벽까지 연습을 하더라도 지금은 단원들이 잘 따라옵니다. 저는 스마일을 좋아합니다. 제가 늘 요구를 하는 것이 상대방을 즐겁게 하려면 스스로의 희생 없이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선은 단장이 욕심을 버리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지요. 그렇게 마음을 먼저 열면 단원들이 따라옵니다. 이제는 단원들도 무용단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무용가들은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작품을 하실 때의 특징이 있으신가요?
▲ 제가 전통에 뿌리를 둔 타입이다 보니 전통, 전통음악을 모티브로 한 것을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작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하면 서양음악 등 좋은 것이 많지요. 하지만 저는 장르를 초월해서 전통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서양에서 가지고 온 것도 모티브로 할 수 있지요. 제가 전통음악을 가지고 하는 것을 서양음악에 믹싱을 거쳐서 새로운 음악으로 바꿔서 하게 된다면 더 신비로울 것이고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 춤과 선생님은 어떤가요? 선생님은 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숙명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저희 어머님이 태몽꿈을 꾼 후에 딸을 낳으면 무용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저희 어머님이 무용가이셨어요. 제가 4살 때 명동에 창극을 보러갔는데, 그 이후에 춤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발레로 춤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 평생을 두고 춤의 세계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 혼이 있는 춤꾼, 마음으로 춤을 추는 춤꾼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이 닿지 않은 춤, 몸, 표정은 보는 사람이 금방 느끼게 됩니다. 정말 혼이 담긴 춤을 추는 사람의 호흡법이 전해질 때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요. 그런 진정한 춤꾼이 되고 싶습니다. 진정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춤꾼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후학을 위한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료나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교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는 모든 것을 제작지원해가면서 무용수를 키우는 학교가 있습니다. 다 성장한 후에 시험을 봐서 무용단에 들어오는 것은 춤꾼이 아니지요. 어릴 때부터 젖어서 춤을 추는 그런 춤꾼을 키우는 학교를 만들어야지요.
▷ 마지막으로 관객을 위해 한말씀 해주세요.
▲ 지금 시대는 어떤 작품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위해 홍보, 마케팅까지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관객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지요. 이번에 곧 공연을 하게 될 ‘경성 1930’을 비롯해서 서울시무용단의 많은 공연을 기대해주시고, 많이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편집부 이수근 sugu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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