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7.10 금 16:32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박정환, 장유정과 떠나는 깊이로의 여행

 

 

 

3월, 공연계는 봄을 맞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겨우내 웅크렸던 공연계도 이제 도움닫기하여 뛰어오를 준비운동에 한창이다. 많은 작품들이 속속들이 오픈을 앞두어 관객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그 중 3월 말 찾아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작가 장유정, 배우 박정환을 만났다. ‘기대감’하면 이들을 따라올 자 없겠다.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 종갓집을 배경으로 만든 창작뮤지컬인데다가 작가, 연출, 작곡, 배우, 프로덕션까지, ‘기대감’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작가와 배우, 특히 창작 초연작이라면 이들의 소통은 작품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장유정과 박정환은 그동안 서로의 명성을 멀리서(?) 듣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천편일률적인 뮤지컬에 한숨 쉬는 관객들이라면, 그리고 창작뮤지컬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이 둘과의 대화를 유심히 봐야겠다. 이들의 美친 작품, 대화 안에서 모두 그려진다.


‘본좌’급 최강이 만났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 2004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참 선배였던 박정환은 장유정의 털털하고 씩씩한 모습에 술자리에서 “너 우리 극단에 들어와라. 진짜 씩씩하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정) 그때 저는 연출이 되고 싶은 학생이었고 선배는 이미 유명한 배우셨죠. 제가 막 쫓아다니면서 새벽까지 술자리에서 무너지는 순간(?)까지 함께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장유정은 이번 작품을 박정환과 함께 하게 되어 기뻤지만 처음에는 카리스마(?) 선배를 대하기가 어려웠다고. “(유정)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무척 젠틀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이어린 여자연출하게 대하는 태도가 내추럴하세요. ‘내가 널 더 배려해준다’도 아니고 정말 연출 대 배우로서 할 말을 잘하시고 밖에 나와서는 배우들에게 선배로서 배우들 잘 끌어주세요. 그런 부분들이 좋아요. 그동안 센(?) 작품 많이 하셔서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배우 박정환이 보는 장유정은 어떤 작가이자 연출가일까? 그에게 아주 객관적인(?) 소개를 부탁드렸다. “(정환) 제가 평소에 사석에서 봤던 장유정과 연습실에서 만난 장유정은 거의 차이가 없어요.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죠. 늘 오늘처럼 편안해요(웃음). 저와는 연출가와 배우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작업을 풀어가는 방식과 대화하는 방법이 실제의 장유정하고 같아서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요. 그래서 편하고 좋습니다.”


새내기 작품에게 묻다, ‘너 새롭니?’

이번에 함께 준비하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아직까지도 유교사상이 짙게 남아있는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집을 떠난 종갓집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 이다. 처음에는 PMC 송승환 대표와 ‘맘마미아’와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고자 4년 전 시작했는데 여러 번의 회의와 수정 끝에 신작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유정) 처음보다 더 촌스러워 졌죠(웃음). 장소도 안동으로 바뀌었고 아버지의 장례식이 배경이에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갈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줬어요. 마지막에는 죽음과 삶에 대한 화합까지도 아우르고자 합니다.” 장유정은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소재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특히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유교를 배경으로 종가집이야기라니, 독특하다. 박정환이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정환)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적이기도 하고 주제 면에서는 세계적이기도 해요. 초연이지만 디테일하게 탄탄해 굉장히 오래 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대사가 참 맛있어요. 장유정 작가의 전 작품들도 그랬지만 주제를 가져가는 힘이 강해요. 주제를 향하는 줄기들이 많고 그 줄기들이 하나로 모여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다루는 것은 여러 가지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한 곳으로 가고 있는 작품이에요.”


최강, 최적의 캐스팅, “내 배우들, 눈에 넣어도 안 아파”

이 작품에는 박정환 이외에도 송용진, 이주원, 추정화 등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와 정동현, 안세호, 이미영 등 뮤지컬 신예들이 대거 출연한다. 장유정은 이 캐스팅을 맞추기 위해 거의 9개월 정도를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환) 정말 장유정 씨의 인덕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역할을 맞춰놨는지 깜짝 놀랐죠. 정말 아무도 버릴 배역이 없어요. 원래 장유정 작가 작품의 특징이 한 둘의 주인공 라인을 따라가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그 주변인물까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이번 작품에 그 중요한 주변 배역들을 어떻게 그렇게 맞춰놨는지 그냥 무대 위에 쭉 서 있기만 해도 포스가 느껴져요(웃음).”

장유정에게 우리가 다 아는 박정환, 송용진, 정동현 말고 다른 배우들 칭찬도 부탁했다. “(유정) ‘오로라 역의 이주원 배우는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가능한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여러 가지 얼굴이 가능하며 자연스레 상대배우도 더 빛나게 하는 배우예요. 그밖에도 추정화, 정수한 배우는 희극성으로는 이분들 따라 갈자 없죠(웃음). 특히 정수한 배우는 희극성도 좋고 노래를 참 잘해요. 또 안세호라는 신인이 있는데 굉장히 진정성 있는 연기 잘해요. 목소리 청아하고 멋 부리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죠. 그리고 이미영이라는 히든카드가 있는데 그 친구가 아주 큰 일(?)을 낼 거 같아요(웃음). 그 외에 박훈, 이진규 등의 배우들도 굉장히 성실하고 씩씩하고 건강하고 아주 아름다운 청춘을 가진 배우들입니다.”
장유정은 ‘완전 소중한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애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환)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요. 앙상블이란 찾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주인공 석봉, 주봉이 할 일이 없어요(웃음)”


“우리의 팀워크는 최고, 연습 중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해”

박정환에게 유정 씨가 연출가로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환) 강조하는 게 없어요(웃음). 굳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즐겁게 하되 벗어나지 말자’정도? 연습실에서는 주로 하는 이야기는 각자 살아온 이야기들입니다. 작품이야기 하다가 나쁘지 않은 삼천포로 빠져요(웃음). 가족이야기 하다보면 빠져서 자기가족이야기를 하죠. 연습 초반에 그런 시간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분석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유정) 저희는 연습초반에 뭐 대단한 것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군신위’나 ‘축제’ 같이 작품과 연관 있는 영화나 ‘한국의 종가’ 등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그리고 전통 장례식도 봤죠. 우리가 요즘 장례식하면 현대식을 많이 보잖아요. 사실 우리는 전통 장례식을 접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것 보면서 공부하고 즉흥극을 통해 많은 연습을 했어요.

그런 가족이야기하다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 한번은 가족 촌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을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박정환 배우였어요. 칠판에 수학적으로 그려가면서 다른 배우, 스태프들에게 다 설명 해주셨어요. 저보다 설명을 더 잘하시더라고요(웃음).”


‘형제는 용감했다’, 장유정만의 보수와 진보가 소통하는 방법

“(유정) 저는 사실 ‘유교’의 보수성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전통과 보수에 손을 들어주는 작품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수성을 아주 잘 갖고 있는 장소, ‘안동’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형제는 용감했다’ 팀 모두가 안동으로 워크숍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유정) 도산서원도 가고 하회마을도 갔어요. 그 전통과 보수가 아주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반질한 나무의 툇마루에 앉아서 보니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더라고요. 진보를 대표하는 요즘 젊은이들도 아버지 세대를 조금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유정, 그녀가 만들면 뜬다!!?

이제 여기저기서 그녀의 이름이 들리는 건 익숙하다. 없던 무언가를 새로 만든 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장유정은 작가의 숙명을 초콜릿의 단 맛에 비유했다. “(유정)문화적인 대중성이 아니라 실제로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대중성을 뒤좇아 가면 그건 이미 늦죠. 우리가 먹는 초콜릿 맛있잖아요? 달콤하고 맛있지만 그거 먹으면 이가 썩죠. 저희는 사탕수수에서, 당근 안에서 있는 그 단맛을 찾아내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저희가 할 일이죠.”


두말하면 잔소리, 박정환 나오면 기본이상이다

얼마 전 연극 ‘미친키스’를 마친 박정환은 하는 작품마다 역시 ‘박정환’이라는 평가다. ‘장정’이나 ‘공길’ 등 그동안 좀 센(?) 역할을 많이 해 왔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석봉’ 역의 캐릭터를 보니 우유부단한 허풍쟁이란다. 그런데 잘 어울린다. “(정환) 오랫동안 배우활동을 했지만 아직도 내가 한 작품보다 해야 될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이 좋아요. 제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도와주기에 제가 ‘배우’라는 이름을 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의 배우활동에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줄기가 질투하지는 않는다

장유정에게 무대에서 박수 받는 배우가 부럽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유정)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저야 엄마의 마음이죠. 내 새끼(?)가 박수 받는데 내가 서운할 게 뭐 있겠어요?(웃음) 저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신 저는 이 사람들이 제 곁에 남잖아요.”
박정환은 작가와 배우의 모습을 한 그루 꽃나무에 비유했다.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줄기가 질투하지는 않죠. 대신 작가들은 나무는 또 남아서 계속 꽃을 피웁니다(웃음).”


서로에게 ‘귀한’ 배우와 작가가 되길

마지막으로 작가와 배우로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부탁드렸다. “(정환) 장유정 작가는 이미 아름다운 작가가 되어 있죠. 예전에 장유정 작가가 ‘오만’에 대해 쓴 글을 보고 ‘자정(自淨)작용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큰 힘이죠. 장유정 작가는 제가 처음 보고 ‘우리극단 들어와라’ 했던 그 씩씩하던 모습을 지금도 갖고 있어요. 지금 하는 대로, 지금의 생각을 바꾸지 말고 쭉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유정) 박정환 배우는 너무 모범적인 답안을 가지고 있는 배우에요. 너무 귀한 배우입니다. 이번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더 알게 되었죠. 이런 선배들이 있어줘야 합니다. 박정환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제레미아이언스처럼 멋있는 배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아직도 너무 긍정적이고 밝고 순수하세요. 선배가 행복하게 웃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가족’은 추억과 기억으로 연결된 관계

“(유정) 가족은 피로만 연결된 사람들이 아니에요. 추억과 기억으로 연결된 관계죠. 그 기억은 가족이기 때문에 끊을 수 없어요. 원래 남보다 더 무서운 게 가족이라고 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없이는 내 인생에서 온전한 게 하나도 없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내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정말 가까운 이야기, 그리고 한국적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정환) 관객들께서는 다른 가족이야기를 그냥 만나보시면 되요.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편안하고 있음직한,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드릴 것입니다. 그런 부분이 우리작품과 관객이 많이 만났으면 해요.”


박정환, 장유정, 이들의 가장 중요한 점은 서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즉, 무언가에 쫓기지 않는다. 그들만의 호흡으로 차근히 그 ‘완전함’을 채워간다. 자, 이제 비옥한 토지에 창조적 상상력과 건강한 씨앗이 뿌려졌다. 그들만의 이 ‘씨앗’은 어떤 것도 다 담고 있었다. 서로의 그림자가 구겨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두 ‘美인’, 그들이 함께 걷는 화려하고 진중한 첫 걸음을 마음껏 기대해 본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