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배우 박정자가 오랜만에 뮤지컬로 컴백한 ‘19 그리고 80’이다. 국내에는 박정자의 연극 ‘19 그리고 80’(2003년, 2004년, 2006년 공연)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로 만든 1971년 컬트영화 ‘Harold & Maude(해롤드와 모드)’를 원작으로 한 깊은 감동과 유머가 있는 가장 달콤하지만, 가장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사랑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이 공연은 19세의 청년이 꿈꾸는 ‘죽음’을 통해 ‘죽음의 가벼움’을, 노인이 꿈꾸는 ‘삶’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관록 있는 배우 박정자의 열연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해롤드’역의 젊은 배우 이신성이 호흡을 맞추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뮤지컬이 이신성에게는 대배우와 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큰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신성이 생각하는 ‘해롤드’는 어떤 인물인지, 그는 어떤 연기를 펼치고 있는지 들어보자. - 작품이 거듭할수록 끊임없이 성장하는 배우 이신성의 연기경력은 그리 짧지는 않다. 2004년에 데뷔하여 2006년 연극 ‘순정만화’와 뮤지컬 ‘폴인러브’를 거쳐 2007년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 ‘멜로드라마’, ‘그리스’, ‘천사의 발톱’으로 화려한 한해를 보냈다. 그런 이신성이 선택한 2008년의 첫 작품이 바로 ‘19 그리고 80’이다. 2007년의 이신성이 출연했던 작품의 대부분이 주목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작품을 제가 일부러 선정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작년에 ‘멜로 드라마’를 보고 연락이 와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거예요”라고 이번 작품에 함께 하게 된 동기를 말했다. ![]() - 이신성의 눈으로 바라본 ‘해롤드’와 ‘모드’ 단지 이 공연의 제목만 본다면 썩 건전하지 않은 뮤지컬이 아니냐고 착각할 수도 있다. 19살의 남자가 80살의 할머니를 사랑하는 러브스토리로 극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공연을 실제로 본다면 전혀 그런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극 중의 ‘해롤드’는 죽음과 장례식을 좋아하는 괴짜이다. 게다가 80살의 할머니와 결혼까지 하겠다는 ‘해롤드’, 그를 연기하는 이신성은 어떤 느낌일까? “해롤드는 정말 외로운 아이예요. 정신 병력이 있는 건 절대 아니죠. 그야말로 사춘기인 거예요”라고 말하며 “누구나 한 번쯤 선생님을 사랑할 수도 있고, 교회 누나를 사랑할 수도 있잖아요? 결혼하기 직전의 사랑은 아픔으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그 사랑은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는 사랑이죠. ‘해롤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신성은 외로움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성숙한 것 같아요. 그다지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정체성이 없고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신성이 봤을 때 ‘모드’는 어떤 인물일까? 똑같이 외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늘 궁핍하게 지내다가 죽기 몇 주 전부터 밝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절정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외로움을 느끼는 두 사람의 만남. ‘해롤드’는 그렇게 ‘모드’에게 의지를 하며 조금씩 스스로를 찾아나간다. - 끊임없이 달려가는 박정자 선생님과의 조우 함께 호흡을 맞춰야하는 상대배우가 워낙 대선배인데다가 멀티 역할의 이건명 배해선, 이 두 배우도 관록 있는 배우들이라 연습하고 공연하는 시간들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우선 박정자 선생님이 잘 해주신 것도 있지만요. 선생님은 너무 긍정적이시고 늘 밝으세요. 배울 점도 너무 많고 정말 좋은 표본이신 것 같아요. 정말 끊임없이 달려 나가시는 분이세요”라고 했다. 이 뮤지컬의 음악이 썩 쉽지는 않다. 박정자 선생님은 새벽까지 노래 연습을 하셨다고 했다. “사실 곡이 상당히 어려워서요. 박정자 선생님께서는 곡을 첫 날 배웠을 때는 거의 잘 못하세요. 잘 안보이시고 하니까 A4용지에 가사만 크게 쓰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다음날이면 정확히 연습을 해 오세요.” 그는 젊은 사람이기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했다. “제가 이번에 느꼈어요. 당연히 할 수 있는 건데 괜히 젊고 나이가 들었다는 기준을 굳이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 “너에게는 희망이 보이고 성장이 보여” 이 뮤지컬을 보면 특히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다. 모드가 툭툭 내뱉는 말 속에는 가슴 깊이 와 닿는 말들이 많다. “이것은 그냥 흘러가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작은 나무가 큰 나무가 되듯 너에게는 희망이 보이고 성장이 보인다는 말이 제일 좋더라고요. 희망적이기도 하고 마치 이 작품의 주제 같기고 해요.”라고 했다. 요즘 현대인들은 참 바쁘게 살아간다. 그렇게 바쁘다보니 인심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비관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것이 낫잖아요. 이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 분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가져가셨으면 해요. 그리고 따뜻함도 느낄 수 있으니까 많이 보러 와주세요. 그리고 늘 모자라는 것 채워나가면서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공연을 보러 오셨을 때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지켜봐주세요.”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박정자의 뮤지컬 ‘19 그리고 80’은 오는 3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사진제공_신시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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