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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이후부터 급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대형기업화가 되고, 산업화가 된 것에는 현재 설앤 컴퍼니의 설도윤 대표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한국 뮤지컬계의 선구자로 국내 뮤지컬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설앤 컴퍼니는 외국 기업과 일했던 것을 바탕으로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여 제작을 하고 있는 공연제작사다. 배우들에게 늘 한번 일해보고 싶은 기획사로 단연 손꼽히고 있다. 설대표는 제작을 하는 것 외에도 소외계층의 청소년을 위해 공연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기획자와 스태프를 위한 교육시설인 문화예술원의 원장을 맡아 후배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설대표를 만나 현재 한국의 뮤지컬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 또한 2008년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설앤 컴퍼니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잘 정립 되어있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고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무엇이었나요? ▲ 과찬인 것 같습니다(웃음). 현재, 공연사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은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 생긴 말입니다. 그 전에는 산업이라는 말이 없었고 예술만 있었지요. 사실 제가 뮤지컬에서 개척자이기도 하지만 먼저 시작한 사람으로서 갖는 이익이나 혜택 또한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금은 경쟁이 아주 치열하거든요. 먼저 시작한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시작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데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뮤지컬 제작사인 RUG와 대형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첫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는 아주 이슈였지요.
▷ 그때 ‘오페라의 유령’으로 어떤 노하우를 얻으셨나요? ▲ RUG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선진화된 시스템 노하우를 많이 받게 되었어요. 그들은 원칙에 절대 벗어나지 않고, 기본적으로 그 시스템을 벗어나는 제작은 허가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큰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또한 공연은 프로듀서가 아주 중요합니다. 프로듀서는 예술경영자이지요. 크리에이티브와 매니저 모두를 수행해야하는 CEO인 것입니다.
▷ 대표님께서는 제작에 뛰어든 지 17,8년이 되었는데요, 어떤 마인드가 도움이 되었나요? ▲ 96년부터 삼성영상사업단과 함께 뮤지컬을 산업으로 보고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요. 어떻게 이해를 하고 이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의 마인드, 경영적인 마인드, 특히 문화예술쪽으로 접근할 때의 경영 마인드가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시장에서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 대표님께서는 해외에서 창작뮤지컬 제작을 시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 네. 창작 뮤지컬은 국내가 목표가 아니라 해외가 목표입니다. 대부분 국내에서 바람을 일으켜서 해외에 나가서 검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것을 봤을 때 넌버벌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외의 프로듀서와 해외의 크리에이티브팀을 초청해서 해외에서 직접 만들고 로열티를 우리가 가지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다른 방식이지요. 현재 Mnet과 공동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와 덴마크인 작사가가 참여 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직접 만들고, 영어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 공연까지 함께 하는 것을 계획 중입니다. 물론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제작을 하게 되겠지요.
▷ 국내 창작 뮤지컬이 더욱 늘어난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이런 것은 한번 거쳐야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창작 뮤지컬이 많으면 좋은 것이지요. 그만큼 노하우도 많이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하다보면 뮤지컬도 영화처럼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한국영화도 그런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창작 뮤지컬이 많다는 것은 물론 염려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 현재 사단법인 공연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어떤 단체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까? ▲ 사단법인 공연예술아카데미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무료예능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예능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해주고 싶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우선 뮤지컬 프로그램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후원을 받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배우들이 자신의 뮤지컬 재능을 무료봉사하고 있습니다. 우선 120명의 교육부터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수한 20여 명을 뽑아서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시킬 생각입니다. 그들이 대학에 갈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서울시 전역, 더 나아가서는 전국적으로 이 교육을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 현재 충무아트홀 문화예술원에서도 원장을 맡고 있는데,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 문화예술원은 공연예술아카데미와 완전히 다릅니다. 현재 전국에 16개의 뮤지컬학과가 있는데, 모두 뮤지컬 배우를 양성할 뿐 공연기획이나 전문 스태프를 양성하는 곳이 아닙니다. 문화예술원은 전문 스태프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너무 그런 기관이 없기에 제가 만들었어요.
▷ 뮤지컬도 산업입니다. 영화는 정부지원을 많이 받는데 비해 뮤지컬은 너무 지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한 우려가 있으신가요? ▲ 안타깝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것 같아요. 영화는 스크린 쿼터라는 제도가 있었고, 그 제도 안에서 육성책과 지원책을 펼치면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공연은 무방비 상태가 지속되었고 FTA까지 겹쳤습니다. 아마 지원을 하기는 더 어렵지 않을까요? 하지만 지원이 어렵다면 정부는 육성책을 펼치고 세제혜택을 주는 등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정책적 프로그램이 나와야하는데, 아직 아무런 것이 없습니다. 또한 뮤지컬 전문극장, 무용 전문극장 등 전문 극장을 많이 지어줘야 합니다. 많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놀이터가 없으니까 발전이 더딘 것입니다. 뮤지컬은 산업이기에 특히 공장이 많아야 합니다. 공장이 없이 어떻게 매출이 나오고 생산이 될까요? 이런 것을 정부에서 해줘야 할 것입니다.
▷ 현재 극장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 불이 난 것으로 조금 떠들썩했지요? ▲ 그렇지요. 그 사건 때문에 벌써 2곳의 기획사가 문을 닫았다고 들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은 사실 뮤지컬을 위한 극장이 아닙니다. 오죽 극장이 없으면 거기 가서 아우성일까요. 정말 우리의 극장은 많이 부족합니다. 이것이 양질의 공연이 되려면 전용극장이 생겨야합니다. 이런 것은 시장의 원리로 자연스럽게 생길 것 같습니다. 롯데의 경우도 송파에 100층 건물에 전용극장 4개를 넣을 예정이라고 하고, 올림픽 공원과 코엑스가 개발이 된다면 이 일대에만 10여 개의 극장이 새로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의 브로드웨이가 되는 것이죠.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정부가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안을 내놔야 합니다. 문제가 생길만한 것, 어떻게 하면 육성을 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해 봐야 합니다.
▷ 대표님의 말씀대로 시장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더 생성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관객에게 외면 받지 않을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한다든지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다 비슷비슷하다보니 관객들이 식상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관객이 등을 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 물론 등을 돌리는 관객도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관객도 끊임없이 생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GDP가 올라가면 문화적 욕구가 넘치기 때문에 시장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등을 돌리는 관객보다 새로 생겨나는 관객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지요. 2007년을 예로 들어보면 작년에도 등을 돌리는 관객 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체 숫자로 보면 훨씬 늘어났어요. 매년 15~20%의 관객이 늘어납니다. 그 수치가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뮤지컬의 특성이 철저하게 흥행이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소재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본이 모자라고 노하우가 부족해서 그럴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기획자가 아무런 상식 없이 제작을 하게 되면 관객과 시장 등 여러 군데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시장의 물도 흐려지고요. 그런 것이 현재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충무아트홀의 문화예술원이란 교육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창작은 의미가 없습니다. 뮤지컬전문 작곡, 작사, 연출에 관한 학교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을 대학이 만들지 못한다면 필요한 사람이 만들어야지요. 그래서 제가 만들었습니다(웃음).
▷ 대표님의 충무아트홀의 문화예술원 공연기획과정은 어떤 성과를 얻고 있나요? ▲ 현재 공연기획과정에서 지금까지 500여명 배출을 했는데 졸업한 학생들은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배출된 인력들이 많아져서 문제가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공부를 해보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떠나는 것입니다. 거기서 배출된 인력들이 모두 기획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여러분들이 100% 훌륭한 기획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하지만 적어도 이런 전문가 과정을 거쳤다면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더 우수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요.
▷ 지금도 많은 제작사에서 기획을 하고 있고 또한 기획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따로 제작을 시도하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선배 기획자 입장에서 후배 기획자들에게 아쉬운 점이나 당부의 말이 있다면요? ▲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기획자들은 인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떤 단체가 좀 어렵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고 또 다른 단체, 또 다른 단체로 옮겨 다니면 그 시간만 까먹을 뿐입니다. 어려운 것도 견디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품 수가 너무 많아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작품을 좀 많이 하기는 했지만 우리 회사의 규모로 본다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작품을 고르는 것도 심사숙고해야 해요.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작품인지 아니면, 단지 시장에 먹힐 것 같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단지 시장성만 보고 접근을 하게 되면 흥행에 실패할 우려가 크지요.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뷰티풀 게임’도 인지도도 없었고, 처음 하는 작품이라 성공하기 어렵다고 다들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큰 성공은 못했지요. 하지만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듯 내가 그 작품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하느냐 하는 것이 작품의 성공요인인 것입니다.
▷ 뮤지컬계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화발전 하는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바가 무엇인가요? ▲ 현재 한국 뮤지컬 또한 산업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뮤지컬 산업을 통해 공연산업이 발전을 할 것이고요. 영국이 IMF를 맞았을 때, 영국이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습니다. 그들은 결국 콘텐츠가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콘텐츠가 경쟁력이라고 말이죠. 그게 이미 70년대의 일입니다. 우리가 늦기는 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기틀을 마련하는데 제가 한몫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단법인 공연예술아카데미를 만들었어요. 이것은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문화예술쪽으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대통령 당선자도 말했지만,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능쪽은 돈이 없으면 접근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소외계층이나 어려운 청소년들도 문화예술에 끼가 있고 재능이 있다면 전문가 과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학교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이 발전을 해야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발전을 하는 것이기에 교육은 정말 중요합니다. 민간학교로서 아시아 최고의 예술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사진_설앤컴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