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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뮤지컬 ‘19 그리고 80’의 유기농 연극인 박정자

 

 

박정자의 뮤지컬 ‘19 그리고 80’,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인생전체를 얘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3년 연극으로 국내 초연되어 마니아를 낳을 만큼 국내 관객의 신뢰도가 높다. 올 해는 연극이 아닌 뮤지컬이다. 음악은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삶에 대한 가르침을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음악으로 캐릭터는 더욱 명확해지고 드라마는 탄탄해 졌다. 모드할머니의 노래와 헤롤드의 탭댄스, 앙상블의 조화는 일품이다.
이번이 네 번째 ‘19 그리고 80’ 공연 중인 연극인 박정자 씨를 만났다. 실제로 80세가 될 때까지 무대에 올리겠다고 할 만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은 크다. 간명하고 압축적인 단어, ‘연극인’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맞는 그녀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 일까? 한국 연극계의 스승이자 어머니, 그녀를 함께 만나보자.

98년 넌센스 이후 첫 뮤지컬 나들이, “저희 딸은 저보고 수험생 같대요(웃음)”
뮤지컬 ‘19 그리고 80’의 음악은 정통성과 다양성을 고루 갖추었다. 전체적으로 ‘모드’할머니의 인생관처럼 따뜻함과 포근함을 품고 있으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리드미컬하게 극과 발을 맞춘다. 그녀에게 오랜만에 뮤지컬도전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이 작품이 음악이 무척 어려웠어요(웃음). 제가 새벽 시간까지 노래연습을 하니 저희 딸은 꼭 수험생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녀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혼자서 연기, 노래, 춤을 굉장히 많이 연습 했다고 말했다. “‘19 그리고 80’이 음악과 춤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워낙 탄탄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로 분류를 했을 때도 흔치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연극 vs 뮤지컬,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좀 더 에너지가 생기고 다이내믹해졌어요. 그리고 좀 더 화려해졌죠. ”
이 작품 속 또 하나 이슈거리는 배해선, 이건명, 서지영 등 한국 뮤지컬계의 관록 있는 뮤지컬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뮤지컬로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좋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며 주니까 더 작품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되어 저는 너무 기쁘고 좋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극 속에 몰입하는 과정을 놓치는 경향이 있어 조금 아쉽다고. “연극으로 좋았던 점은 집중력이 좋다는 거죠. 그래서 뮤지컬에는 감동이 조금 덜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늘 연극으로만 했으니까 관객들을 위해서는 이런 변화도 필요해요.”

그녀가 보는 '헤롤드’역의 이신성, “앞으로 큰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80세의 할머니를 사랑하게 되는 헤롤드역으로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신예스타 이신성 씨, 작년 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주목을 받아 한 해 동안 ‘그리스’, ‘멜로드라마’,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다양한 작품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대선배들과 함께한 이번 작품에서 더욱 성장한 듯 보인다. 박정자 씨가 가까이에서 본 신인 이신성 씨는 어떤 배우냐고 살짝 물었다. “아주 열려있는 배우입니다. 작품을 바라보고 인물을 분석하는 태도가 아주 좋아요. 그리고 진지하고 연습벌레예요. 앞으로 큰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저로서는 무척 뿌듯해요(웃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그녀의 무대 위 ‘에너지’,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저의 에너지는 자가 발전이에요. 저는 80세까지 살아야하고 그때까지 작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 그 에너지를 만들어내야해요(웃음).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밥을 잘 먹고 보약을 먹는다고 해도 그 에너지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내가 매일매일 어떻게 사느냐, 그리고 연극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느냐, 이것은 절대 긴장의 순간이에요.” 그녀는 늘 후배들에게 ‘긴장하라’는 말을 당부한다고 한다.

이 작품, 실제로 80세가 될 때까지 할 것
“이 작품의 제목처럼 제가 80세가 될 때까지 이 작품을 할 것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요. 그건 내 자신에 대한 희망을 걸고 나하고의 약속이기도 하고 관객과의 약속이기도 하죠.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꼭 할 거예요.”

올 해는 한국연극 100년이 되는 해, “내 생명이 바로 연극이죠.”
“네. 꼭 100년이 되었네요. 저는 45년 정도 무대에 섰으니까 제가 그 중간에 서있네요. 우리가 그동안 전쟁을 치루면서 참 까마득한 이야기 같은데 선배님들께서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극이라는 것을 지켜주셨고 뿌리를 내려주셔서 우리가 그 꽃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연극 100년, 아주 감사한 시간이죠.”
그녀는 특별히 지난 연극 역사에 무척 감사했다. “그 시간들이 있기에 저도 있고 우리 후배들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극 중 모드할머니의 대사를 덧 붙였다. “‘모드’에게 ‘죽은 다음에 관 속에서 할 이야기가 없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도 같아요. 연극이 아니었으면 내 삶은 없는 것이죠.”



‘연극’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날 때’
그녀에게 45년 연기 철학을 물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과 항상 최선을 다 한 다는 것, 그리고 ‘진심’이에요. 거짓으로 연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진심을 다해서 연기해야 해요. 이건 TV나 영화와 달라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약속된 시간 안에 관객과 같이 만나는 거죠. 그래서 늘 후배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날 때 연극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라고요.”

“관객은 누구나 동등해”
그녀에게 관객들께 부탁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부탁이요? 그런 거 없어요(웃음). 그냥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만 있으면 돼요. 웃고 싶을 때 큰소리로 웃고, 울고 싶을 때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흐느끼면 돼요. 저는 어떤 사람이 오든 객석은 누구나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즐겁게 무대를 바라보시면 돼요.“

유기농 할머니 박정자, 유기농 뮤지컬 ‘19 그리고 80’
“아까 어떤 관객이 최근에 본 뮤지컬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참 고마워요. 나는 여기 이 할머니 ‘모드’를 연기하면서 내가 이 할머니를 닮아가고 싶어요. 정말 극 중 대사처럼 ‘유기농’이 되고 싶은 거죠.” 그러면서 그녀는 ‘무소유’에 대해 말했다. “사실 나는 가진 것 정말 없어요.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자유로움이 있는데 이 극중에서의 ‘모드’ 할머니도 그렇거든요. 저는 이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저런 삶이야말로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가 조금씩 저 할머니의 모습을 닮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야 겠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OK예요!(웃음).”

박정자의 뮤지컬 ‘19 그리고 80은’ 3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사진_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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