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작가는 “햄릿은 알고 보면 금수저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지만 엄마는 왕비고 삼촌은 왕이다. 조금만 견디면 왕위를 물려받을 수도 있었다”라며 햄릿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고귀한 신분 이자 가슴에 상처,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는 줄리엣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여성의 슬픈 자아에 관해 쓰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극 ‘함익’은 햄릿을 ‘함익’이라는 여주인공에 적용했다. 여주인공인 ‘함익’은 대학교수이자 재벌 2세로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함익은 햄릿과 마찬가지로 내면은 고독하고 복수심으로 인간미를 잃어버린 여자다.

함익 역을 맡은 배우 최나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익이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햄릿과 함익에게 있는 공통된 결여가 있다. 함익은 햄릿처럼 고독하고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 연우를 만나고 햄릿이 공통 관심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함익’은 400년 전 영국에서 발표된 햄릿의 웅장한 복수보다 햄릿이 등장하지 않는 곳곳에 주목했다. ‘2016년에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막장 드라마가 그 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재미있었겠나. 햄릿이 지금 태어났다면 드라마 작가가 됐을 거야’라는 대사처럼 어디서나 볼 법한 복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명작으로 꼽힌다.

김은성 작가는 잘 써진 햄릿의 작품을 읽으며 쉽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사회와 재벌가 이야기로 햄릿을 대입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착오였다고 밝혔다. 김은성 작가가 핵심 스토리에서 벗어나 햄릿을 새롭게 각색한 데는 재미없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대사나 지문이 없을 때 햄릿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호기심에서 함익을 시도했다. 햄릿의 심리는 여성스럽지만 이루기 힘든 사명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복수를 밀어내고 그의 심리를 다룬 연극 ‘함익’은 현대인들에게 고독을 위로하고 공유하고자 말한다.

연극 ‘함익’은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