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 동안 국내에 올려 진 뮤지컬 작품은 라이선스와 창작을 포함하여 160편정도 되며 이 중 창작뮤지컬이 72%로 절대적인 우세를 보였다. 그 밖에도 전용극장 건립의 가시화나 뮤지컬배우의 방송진출 등이 화제 거리로 떠올랐다. 이제 2007년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질적 양적으로 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은 많은 변화와 함께 부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양적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올 한 해 동안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과 이유리 교수를 만나 2007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 한 해 청강문화산업대학의 뮤지컬 학과는 어떤 발전을 가졌는지, 또 2007년 뮤지컬계는 어떤 한 해였는지 다 함께 만나보자.
▷ 교수님이 계신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과는 올 해 어떤 성장을 이루었나요?
▲ 주변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 잡는다고 하더군요.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생활하고 년 중으로 진행되는 배우 트레이닝 중심의 커리큘럼과 성재준, 왕용범, 최성신 등 지금 뮤지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세분과 정진수, 송용태 등 우리 연극과 뮤지컬의 산증인이신 두 선생님, 그리고 요즘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변희석 음악감독 등 현장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로 교수진이 짜여 있어 철저하게 현장 방식의 프로덕션체제 교육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대미술과의 특수분장전공도 올해 잘 셋업이 돼서 시너지 효과가 크죠. 이런 교육시스템이 이제 정착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학교는 교육 자체로 내실 있는 성과를 이뤄야죠.
그리고 올해 졸업공연을 학생들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로 한 것도 큰 성과입니다.
▷ 내년의 계획이나 목표를 정하자면요?
▲ 내년부터 자질이 뛰어난 졸업생을 선정해 6개월 이상의 브로드웨이 유학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 학장님의 직접 아이디어라 실현됩니다. 그리고 내년 제3회 청강국제뮤지컬워크숍은 브로드웨이의 보컬 트레이너를 초빙할 거고 지금 학생동아리 활동으로 진행하는 창작뮤지컬을 완성하는 겁니다.
▷ 졸업생들이 내년이면 3회째 배출되고 있습니다. 필드에서 뛰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늘 학생들에게 외치는 저의 슬로건이 있습니다. ‘너희는 기적이다. 네 자체가 콘텐츠다.’ 그리고 저는 목표가 높아 늘 학생들을 힘들게 몰아치는 편인데 그때마다 하는 말도 있어요. ‘너희는 천재야’, 또 한마디 더 해주고 싶군요. ‘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입니다.
▷ 올 해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해 말씀을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 조용신 씨와 함께 2007년 가장 주목 받은 작품으로 ‘스위니토드’를 꼽았는데요, 어떤 이유인가요?
▲ 뮤지컬은 스토리와 음악의 유기적이고 탄탄한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뮤지컬 역사에 천재로 기록되는 그의 뛰어난 음악적인 구성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죠. 거기다 이번 한국 공연의 연출가는 자신의 세계관과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뛰어난 원작을 재창조했어요. 마지막에 의자가 공중에서 떨어져 걸리는 장면, ‘안소니’와 ‘조안나’가 재회하지 않고, 또 손을 씻는 장면,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위압적인 기계적인 무대장치 등이 대표적이죠. 씻김굿 한판 벌이듯이 관객들마저 정화시키겠다는 연출의 의지가 세련되고 절제되게 보여 집니다. 최근에 어떤 뮤지컬에서도 보기 힘든 문학적이고 연극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뮤지컬이었습니다. 배우들의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력도 좋았고요.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이 대세였던 우리 뮤지컬 시장에서 이런 작품성을 만나는 건, 그리고 우리 관객들이 이제 이런 작품을 수용하는 것이 전 참 즐거웠습니다.
▷ 2007년 창작뮤지컬 중에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먼저, ‘싱글즈’입니다. 뮤비컬의 가능성을 보여줬죠. 영화 원작을 재료로 뮤지컬적인 문법을 확보했고요. 성재준 연출가의 재기발랄한 재능이 무르익어가는 걸 확인하는 재미도 컸죠.
다른 작품으로는, ‘첫사랑’을 들 수 있겠습니다. 뮤지컬은 특정 전문가나 예술가 개인으로 인해 가능한 작업이 아니죠. 특히 지금 우리 창작 뮤지컬은 각 전문가의 화학적인 협력이 중요하죠. ‘첫사랑’은 크리에이터들의 팀워크가 제대로 빛을 발한 사례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지난 해 ‘김종욱찾기’, ‘오!당신이 잠든 사이, ‘뮤직 인 마이 하트’ 등과 같은 관객과 전문가의 호평을 고루 받은 작품은 없어 창작뮤지컬의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 면에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 2007년 한 해 동안 국내 뮤지컬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작품, 관객, 제작 등)
▲ 최근 인터파트ENT 집계를 보니까 전년 대비 시장 성장률이 46%이더군요. 그 중 창작뮤지컬 비율이 52%구요. 놀라운 성장이죠. 하지만 그 창작뮤지컬 중에 소위 킬러 콘텐츠는 아직 없어요. ‘하루’, ‘대장금’, ‘댄싱 섀도우’, ‘해어화’ 등 20억 원에서 60억 원까지 투자된 대형 화제 창작뮤지컬이 모두 흥행에서도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점도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구요.
또, 대형 장기 공연의 정착도 꼽을 만합니다.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언킹’처럼 1년 장기 공연 기록도 나왔죠. 샤롯데 같은 뮤지컬전용관의 출현도 앞으로 시장 변화를 예고하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뮤지컬이 1년 이상 장기 공연될 시장인가 하는 점에는 아직은 그리 긍정적이긴 어렵네요.
그래도 희망적인 변화는 해외에 우리 뮤지컬 라이선스를 파는 사례가 나왔다는 겁니다. ‘달고나’가 일본 아뮤즈에, ‘사랑은 비를 타고’가 일본 토호에, ‘올슉업’ 한국 라이선스가 일본 후지TV에 팔린 일은 우리 창작 뮤지컬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죠.
그리고 유난히 영화나 만화 등 인접 장르 콘텐츠를 뮤지컬화한 사례도 많았고, 마케팅 면에서 보면 기업의 접대비가 뮤지컬로 유입된 점, 고가의 입장료에 대한 문제점 지적 등 뮤지컬이 산업화되는 징후들이 보였습니다.
▷ 2007년 동안 주목 받은 신인 배우 중에 가장 가능성이 보이는 배우를 꼽자면 누구를 말할 수 있나요?
▲ ‘김무열’이란 배우입니다. 연기에 대한 접근이 진지해 보이는 배우더군요. 몸이 지닌 표현력이나 느낌도 풍부해 보였고요. 그리고 ‘김도현’ 씨 또한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연기와 작품 마다 보여주는 변신이 좋은 배우를 발견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충족시켜 줬습니다. 두 사람 다 영화 연기도 어울리겠던데 제발 영화판에 뺏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웃음).
▷ 올 해 새로 생긴 ‘더뮤지컬어워즈’를 포함해 두 번의 뮤지컬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시상식이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우선 대중화에 기여하죠. 그리고 제대로 된 평가의 잣대가 없는 한국 뮤지컬 현실에서 공정성이 담보된다면 뮤지컬의 지표를 세우는데 자극이 된다고 봅니다.
▷ 문광부 주최로 한국뮤지컬TF 팀이 결성되었습니다. 올 한 해 어떤 활동을 했고 지금은 어떤가요?
▲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많은 뮤지컬 전문가들께서 직간접적으로 의견과 자문을 해 주셨고 그 결과 우선 정부에서 뮤지컬 지원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지원금도 책정되었고 중기 발전 계획도 짰습니다. TF 팀의 역할은 거기까지였고 그 이후 뮤지컬협회가 주관하는 아카데미와 문화관광연구원이 수행하는 뮤지컬 실태 조사 설계연구 등이 지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요즘 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원과 그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인데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정의와 범위부터 정리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조사를 위한 지표 설정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 동안 연극의 하위 파생 장르로 서자처럼 지내 왔던 뮤지컬을 독립적인 장르로 제자리에 세우는 건 창작 대본 만드는 것만큼 무척 힘든 일이네요.
▷ 올 해 샤롯데시어터, 두산아트센터에 이어 곧 이어 신도림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뮤지컬 전용극장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인데요. 전용극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한다면?
▲ 전용공연장의 개념부터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전용 극장들은 블랙박스 같은 구조죠. 그 안에 몇 년 간 장기 공연 되는 뮤지컬의 무대 메커니즘이 집을 짓듯 설계되죠. 장기 공연되는 뮤지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지닌 공연장이 뮤지컬 전용관이라고 볼 때 우리가 그런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죠.
▷ 2007년 동안 뮤지컬은 많은 부분 성장했습니다. 2008년을 전망하신다면요? (교수님의 바람을 섞어서)
▲ 더 산업화되고 대중화되고 전문화 되어서 영화산업처럼 사회적인 영향력을 지닌 분야가 되기를 바라죠. 그럼 자연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인재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 인적 자원, 특히 창작인력이 늘어나겠죠. 그렇게 되면 영화계의 킬러 콘텐츠 모델이라는 ‘쉬리’ 같은 창작 뮤지컬이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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