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배우 전수경 씨가 이번에는 악덕 고아원 원장으로 변신했다. 내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는 가족 뮤지컬 ‘애니’에서 주인공 애니를 괴롭히는 ‘해니건’ 역할을 맡은 것이다. 맘마미아, 메노포즈 등 중년의 나이에도 화려한 무대와 대중들의 인기를 놓치지 않는 배우 전수경 씨와 ‘애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해니건’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해니건은 악역이에요. 돈도 없고 노처녀에 알코올 중독자인 처량한 악역이죠. 남동생과 음모를 짜서 애니를 부잣집에 넘기고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악덕 고아원 원장입니다.
▷ 앙코르 공연에 또 참여하시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 보통 앙코르 공연을 많이 해요. 하지만 항상 앙코르는 느낌이 좀 달라요. 나랑 잘 맞았는지 관객들에게 잘 비춰졌는지 생각하게 되고, 아쉬웠던 건 더 보완하고 잘했던 건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죠?
▲ 남자 코러스도 보강이 됐고, 아이들도 연령대가 더 낮아져서 새로운 얼굴들이 생겼어요. 그리고 무대 전환에서 미흡했던 것들, 부족했던 소품문제들이 보완됐죠. 아무래도 앙코르여서 좀 더 개선된 것 같아요.
▷ 현재 연습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 많이 됐어요. 좋은 안무들도 다 짜여져 있고 진행이 빨라요.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는 중이에요. 다른 작품 보다는 진행이 빠르고요, 지금은 디테일하게 수정하는 정도에 있습니다.
▷ 굉장히 마음의 여유가 있어 보이시네요?
▲ 그렇죠. 우스갯소리로 애니는 거품을 뺀 뮤지컬이에요. 관람료가 저렴하죠. 하지만 다른 공연보다 적은 돈으로 똑같은 규모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다른 뮤지컬은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너무 비싼 것 같아요.
▷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떠세요?
▲ 재밌어요. 제가 요즘 아이들을 보며 어릴 때와는 또 다르고 느끼는 점도 많아요. 아이들이 준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안무도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고요. 제가 뮤지컬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처음인데, 처음치고 상당히 많은 아이들을 만난 거죠.
이 작품에 아이와 강아지가 한 마리 나오는데요, 그들이 주는 힘이 상당히 커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 작품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죠?
▲ 아이들은 아무래도 아마추어니까 융통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게 흠이에요. 어른들은 이것저것 해 보면서 바꾸는 것도 있는데 애들은 아주 정직하게 하죠. 대사를 조금씩 바꾼다든지 그런 게 없어요. 한번은 계속 안 나오길래 왜 안 나오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안 불어서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애니’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상도 받았고 관객의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 ‘애니’는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제 생각에는 기존의 아동극들은 엄마들이 같이 보면 좀 지루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감동받길 원해요. 그리고 이제 아이들의 수준도 높아졌죠.
‘애니’는 어른이 봤을 때도 감동적이고 재밌어요. 아이들도 부모님이 즐기니까 더 좋아할 수 있게 되고요. 완성도 면에서도 가격대비 좋은점이 정말 많고, 기존의 뮤지컬과는 확실히 달라요. 아이와 동물들이 출연하는 따뜻한 느낌의 뮤지컬이죠. 이러한 점이 이 작품의 힘인 것 같습니다.
▷ ‘애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이죠?
▲ 맨 처음에 애니가 엄마 아빠를 찾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제가 스텝바이 하고 있거든요?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요. 제가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슬퍼져요.
▷ ‘해니건’역할은 더블캐스팅인데요, 전수경 씨만의 ‘해니건’의 모습은 어떤 것이죠?
▲ 제가 하는 ‘해니건’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고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애드리브에 좀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관객이 살갑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길쭉하고 마른 외모가 노처녀를 표현하기 좋은 조건인 듯해요. 길고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역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웃음)
▷ 아, 그 날씬한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 적당히 알아서 하는 거죠(웃음). 아, 저는 생활 속에서 운동하려고 해요. 특별히 헬스를 열심히 하지는 않고요, 주로 스트레칭을 많이 해요. 그리고 아이들 보면 운동도 되고, 뮤지컬을 즐겁게 열심히 하면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옷 입었을 때 맵시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물론 있고요. 40대 되면 망가질 수 있는데 제가 그 나이대에 희망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좀 있어요.
▷ 남편분도 유명한 배우시고 두 따님도 함께 계신데, 가족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 가족이란 살아가는 목적이에요.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요. 또 누구나 외롭게 태어나 외롭게 죽지만 그 과정을 행복하게 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크게 요구하지도 말고, 크게 바라지 않아야 하고요. 끊임없이 아껴주고, 너무 큰 사랑이 아니어도 작은 사랑으로 많이 주고 싶어요. 저에겐 삶에서 나무기둥 터 같은 존재입니다.
▷ 오랫동안 무대 활동을 하셨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아마 관객들이 사랑해 주시지 않았다면 잘 안됐겠죠? 제가 노력하면 관객들은 더 즐거워 해 주시고 울고 웃을 수 있었기에 이렇게 될 수 있었을 거예요. 관객들의 사랑이 없으면 저희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뮤지컬 환경의 변화를 느끼시나요?
▲ 개인적으로는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잘 못해요. 저는 아직도 제가 소녀 같다고 생각해서인지 데뷔한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한창 일해야 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소녀들을 볼 때엔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느끼게 돼요.
▷ 뮤지컬 시장의 변화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 물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많이 늘었죠. 작품 수가 제가 모르는 창작물까지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만큼 콘텐츠 개발이 잘 이루어지게 된 것 같고, 또 후배들이 가창력이 많이 늘었고요. 지금 후배들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끔 잘하고 있습니다.
▷ ‘애니’는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한 만큼 관객의 관심이 쏠려 있어요. 그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 작년에 이어서 너무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작년에 한번 보신 분들은 ‘진짜 재밌다고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재밌었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친구들도 ‘생각지도 못하게 재밌다’고 얘기하기도 했고요. 기대치가 좀 높아져서 걱정이 되긴 해요. 하지만 배우들 모두, 어린 배우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대에 부흥하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많이 가져 주시고 어린 자녀들, 청소년들이 봐도 유치하지 않아요. 그러니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뮤지컬 ‘애니’는 오는 12월 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말을 따뜻하게 녹여줄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