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화제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역에 더블 캐스팅 된 남경주(이하 '남'), 고영빈(이하 '고')을 함께 만났다. 공연을 하루 앞둔 그들은 매우 민첩하게 행동하면서도 표정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분장실에서 만난 그들에게서는 ‘듀티율’이라는 인물에 대해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연구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두 배우가 맡은 역할은 갑작스레 벽을 뚫는 능력이 생겨버린 평범한 공무원 ‘듀티율’ 역이다.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현재 동숭아트홀에서 매회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으며 펼쳐지고 있다.
▷ 공연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 남 : 떨리죠. 그냥 차분히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최종 리허설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 물건처럼 쓸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관객들도 불안하지 않게 볼 수 있고, 저도 연기하기에 더 편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걸 계속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고 : 저도 마찬가지예요. 무대가 익숙해 질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밟아 보고 있고요, 또 다시 한번 대본도 보면서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벽을 뚫는 남자’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남 : 벽을 뚫는 능력이 생긴 남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발한 발상이잖아요? 그 능력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재밌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프랑스 문학, 연극 등에서 볼 수 있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면도 즐길 수 있죠.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의 너무너무 훌륭한 곡도 있습니다. 곡 자체의 멜로디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출연 배우들의 특징, 내용들이 다 음악에 녹아있어요. 그것이 큰 장점이죠.
주제에 있어서는 저도 인생경험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논할 순 없지만 저는 그 주제가 인생 예찬이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지위, 인종을 모두 떠나서 우리의 인생은 정말 찬란한 것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도 벽을 뚫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고, 사랑과 죽음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런 생각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을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 :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개인적으로 음악이 너무 좋아요. 음악에 ‘듀티율’의 감정도 다 살아 있고 배역마다의 개성이 다 녹아 있거든요. 그런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말로 평범한 사람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요란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그리고 있어요. 어느 누구나 그렇게 차분하게 볼 수 있게끔 절제시켜 놓은 작품인 것 같고, 또 참 따뜻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참 좋습니다.
▷ 실제로 벽을 뚫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얼 하실 건가요?
▲ 남 : 벽까지는 아니지만 딴 사람의 생각을 훔쳐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혹시 혼자 있을 땐 뭘 하는지 들어가 보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실 그 능력이 안 생겼으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세상은 아무것도 장애가 없는 평면일 뿐이잖아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아무데나 다 갈수 있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벽도 있고,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도 막아주고 그래야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 : 벽을 뚫을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막상 진짜 그렇게 된다면 겁도 많이 날 것 같아요. 그냥 우스갯소리로는 평소에 못가 본 곳, 못가는 곳들을 슬쩍 갔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좀 드네요.
▷ 못가는 곳들이라면 어떤 곳이죠?
▲ 고 : 그걸 말을 하면 안 되죠(웃음). 그래도 예를 들자면 여자 친구가 혼자 있을 땐 뭘 하는지, 아니면 진짜로 눈에 가시인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뭘 하는지 보고 꼬투리라도 하나 잡고 싶다는 그런 정도예요.
▷ 두 분의 차분한 느낌이 비슷한데,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남 : 영빈이는 성실성, 순수함, 외적인 조건이 매우 훌륭한 후배입니다. 또 나이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도 깊죠. 칭찬이라는 칭찬은 다하는 것 같네요(웃음).
▲ 고 : 제가 감히 선배님에 대해서 논하기는 좀 뭐하죠. 근데 형님에게는 항상 기둥같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게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또 새삼 느끼게 되었고요. 예전에 ‘페퍼민트’라는 작품을 함께 했었는데 그때는 역할도 달랐었고 제가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어서 제 것만 어떻게 해결해 보려고 신경 썼었어요. 그래서 엿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굉장히 많이 발견 했어요. 형님이 많은 후배들 중에서 우뚝 서 있을 수 있던 것은 정말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형님이 굉장히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런 모습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어린아이 같으세요. 밤새 뭔가를 막 생각해 오시고선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이건 이런 거 아니냐’며 설명하시기도 해요. 사실 이렇게 하시는 분도 거의 없고 그런 모습에 굉장히 고마움을 느껴요. 아무튼 존경스러워요.
▷ 고영빈 씨에게 ‘얼짱’, ‘몸짱’이란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저는 얼짱도 아니고 몸짱도 아니에요. 이제까지 제가 힘 안들이고도 주변에 스텝분들이나 다른 배역 분들이 저를 멋있고 좋게 보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얼짱이라는 칭호고 있었고 몸짱이란 칭호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는 좀 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함께 부딪히며 호흡하는 배우로 보이고 싶어요.
▷ 남경주 씨는 요즘 후배들을 보실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그냥 좋아요. 너무 재주 많은 친구들이고, 작품도 많이 하고 또 열심히 하니 참 좋아 보이네요. 그냥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 조언을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조언이요? 뭐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조언까지는 아니고, 즐겁게 자기 일을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연출이 무용하시는 분이신데, 이제까지 함께 작업한 연출가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 남 : 굉장히 섬세하고 학구적이에요. 꽉 막히지도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넓은 혜안도 가졌죠. 전체적으로 사람들을 융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저와 10살 차이가 나는데 그 나이에 그런 능력은 갖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무용에서도 꽤 인정받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영역을 더 넓혀서 연출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엔딩이 슬프다는 느낌이 있는데 본인이 직접 엔딩을 만든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남 :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그렇지 않아요. 물론 슬프게 보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 정말 찬란하다’라고 느끼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그 한사람의 희생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망과 깨달음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면 저는 슬프기 보단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맨오브라만차’같은 경우에 세르반테스가 마지막에 법정으로 끌려 나가는데, 그 사람이 앞으로 죽을지 안 죽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많은 이들에게 꿈을 주었기 때문에 그 결말이 희망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듀티율’이 마지막에 벽속에 갇힐 때는 나는 그가 오히려 다시 벽이 생겨서 편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고 : 저도 저만의 엔딩이라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같이 작품을 분석하고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설정된 바에 대해서 충실하는 것이죠. 내가 생각하는 것, 연출가가 생각하는 것 등 우리가 분석하고 연습한 대로 관객에게 잘 전달 됐으면 좋겠어요.
▷ 3개월의 장정을 앞두고 있는데 각오 한 마디씩 해주세요.
▲ 남 : 건강하고 열심히 재밌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정말 많이많이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너무 훌륭한 작품이거든요. 우리들이 그 훌륭한 작품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쩌면 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꼭 와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고 :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이 쥐약이에요. 감기도 잘 걸리고, 입술도 다 트거든요. 그래서 2월 3일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재밌게 즐겁게 웃으면서 하고 싶습니다.
▷ 남경주 씨는 실제로 보니 예술가의 느낌이 나네요.
▲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예술가는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 고영빈 씨는 11월 중에는 ‘조지엠코핸 투나잇’과 겹치는데 힘드시진 않나요??
▲ 지금 4번 남았는데요, 힘들다는 생각은 안하고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2008년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 남 : 1월 1일에 쉬고 1월 2일부터 남은 ‘벽을 뚫는 남자’를 열심히 잘 하고, 내년 봄에는 호암아트홀에서 ‘소리도둑’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작품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작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고 : 저는 ‘벽을 뚫는 남자’를 끝내고 일단 짧게 휴식을 가질까 생각 하고 있어요. 휴식하면서 공부도 좀 하고, 또 좋은 작품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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