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연극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대학로에 즐비한 공연은 어느 것을 선택해도 만족스러울 것만 같다.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공연이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없다. 무더위를 피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두 편의 연극이 있다. 바로 연극 ‘유리동물원’과 ‘도둑맞은 책’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은 관객의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연극 ‘유리동물원’의 이야기는 작가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하다. 작품은 ‘영화 속에는 도전과 모험이 있잖아요’라는 ‘톰’의 대사를 통해 1930년대 미국 사회를 반영한다. 8월 말 개막을 앞둔 연극 ‘도둑맞은 책’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문다. 작품은 시나리오 창작이라는 장치로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을 녹여낸다.

이야기는 곧 작가의 분신!
연극 ‘유리동물원’
8월 6일부터 8월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연극 ‘유리동물원’은 20세기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자전적 작품이다. 1945년 브로드웨이 개막 당시에는 563회 공연 기록을 세우고 뉴욕 극비평가상, 시드니 하워드상, 도널드슨상을 휩쓸었다. 작품은 비정한 현실을 피해 기억과 환상으로 도피하는 고독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 ‘유리동물원’은 해설자이자 작가의 분신인 ‘톰 윙필드’가 등장한다. 그는 어머니 ‘아만다’와 누나 ‘로라’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억의 연극’(Memory Play)이다. ‘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내레이터 역할을 겸한다. 내레이터의 역할은 상실감과 좌절에 갇힌 ‘윙필드’ 가족의 삶을 무대 위로 재현한다.

작품의 시대배경은 1930년대 경제공황과 실직, 가정 파탄으로 좌절과 충격에 빠진 미국이다. 극 중 ‘톰’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민아파트에서 과거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사회적 은둔자인 누나의 생계를 책임진다. 생계를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 구두공장에서 일하는 ‘톰’은 테네시 윌리엄스 작가 자신의 분신이다. 작가는 ‘톰’처럼 낮에는 구두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필 활동에 힘썼다. 그의 누나는 실제로도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그녀의 성격상의 장애가 작품 속 ‘로라’에 그대로 반영됐다.

연극 ‘유리동물원’의 기대치는 탄탄한 창작진과 배우진이 높이고 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한태숙이 맡는다. 한태숙 연출은 연극 ‘레이디 멕베스’, ‘오이디푸스’ 등을 통해 인간 심연에 깔린 정서를 치밀하게 탐구하기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연극 ‘벽 속의 요정’에서 1인 32역을 소화한 김성녀를 비롯해 이승주, 정운선, 심완준이 함께한다.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이!
연극 ‘도둑맞은 책’
8월 29일부터 9월 21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연극 ‘도둑맞은 책’을 완성했다. 작품은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의 수상작으로 선정돼 올 여름 본 공연 무대에 오른다.

본 공연에 오르면서 작품은 2인극으로 새롭게 각색된다. ‘서동윤’ 역은 김준원과 전병욱이 맡는다. ‘조영락’ 역은 강기둥과 정순원이 분한다. 작품의 연출은 연극 ‘필로우맨’, ‘날 보러 와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변정주가 맡는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쳐 재기에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의 미스터리한 납치 사건을 그린 본격 심리 스릴러 연극이다.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이 낯선 공간에 감금된 자신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감금된 장소에 그의 보조작가인 ‘조영락’이 등장한다. ‘조영락’은 ‘서동윤’에게 시나리오를 작성할 것을 제안한다. 시나리오의 주제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살인하고 작품을 훔친다’이며 제목은 ‘도둑맞은 책’이다. ‘서동윤’이 작성한 시나리오는 살인을 저지르고 훔친 작품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작가의 배신과 탐욕으로 완성돼 간다. 이야기는 극에 치닫고, 작품은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심리극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문화아이콘,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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