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막을 내린 록뮤지컬 ‘햄릿’은 국내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및 전문가의 호평과 함께 큰 이슈를 몰고 왔다. ‘햄릿’은 셰익스피어 고전의 현대적인 재해석과 햄릿의 진한 남성다움을 극대화시켜주는 록음악이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 달 여의 공연이 아쉽게 끝나고 내년 2월 재공연을 앞두고 있는 록뮤지컬 ‘햄릿’, 이 작품의 프로듀싱을 맡은 (주)피엠지네트웍스의 이철주 부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작품이 한국적 각색이 많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체코의 원작자는 한국의 공연에 무척 만족했다고 한다. ‘햄릿’이 이 시대에 사랑받는 이유, 그리고 전체적인 작품성과 대중성의 결과는 어떠한지 함께 만나보자.
- ‘햄릿’의 쏟아지는 호평의 요인, 그것은 바로 ‘기본’에 충실한 것
이철주 프로듀서는 ‘햄릿’의 호평의 요인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 째는 뮤지컬의 기본요소에 충실했습니다. 뮤지컬은 종합퍼포먼스이지만 음악이 가장 기본이죠. 쉬우면서도 뛰어난 선율, 그것을 록과 잘 조화시키는 편곡 이런 것들이 극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가 관객의 기호에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햄릿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극 진행의 모든 것에 리듬과 속도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햄릿’은 회전무대가 움직이는 속도나 음악의 템포, 전개방식이 기존의 체코나 브로드웨이에 올려졌던 작품보다 그 속도가 훨씬 빨랐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제작방식에 있어 교과서 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 경기도 파주에 회전무대 세트를 똑같이 만들어 배우들을 충분히 연습시켜
이 프로듀서는 제작방식의 원칙적 진행을 고수한 것이 초기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긴 했지만 훨씬 작품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관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내배우들은 회전무대에 익숙지 않아요. 그래서 파주에 별도 세트를 마련하여 극장과 똑같이 연습한 후에 극장에 들어왔죠. 이미 극장에 들어오기 전에 트라이아웃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배우들이 조금 더 빨리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또한 문제되는 것이 가사전달과 음향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처음에 무대제작 초기단계부터 음향감독이 참여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자랑할 거리는 아니예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들이죠. 저희도 초반에 그런 과정이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까 성과가 좋게 나온 것 같아서 기뻐요.”
- 끊임없는 패러디의 대상, 이 작품에서 ‘햄릿’의 해석은 어떻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현대적인 각색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없이 많이 각색, 번역 되어 현시대에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햄릿’은 어떤 인물일까? “저는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봤어요. 지금까지의 다른 작품에서 해석된 햄릿의 모습들은 여러 가지 권력관계가 얽혀있고 복잡하고 나약한 모습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런 모습보다는 햄릿을 파워풀하고 역동적이고 좀 더 발전적 인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 햄릿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랑’이다. “그것이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얘기라 생각했습니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뿐만 아니라 거투르트 왕비의 사랑도 안타까운 사랑이죠. 그것이 요즘의 기호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뭔가 좀 밝고 즐거운 ‘햄릿’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랑을 잡아냈고 연출과 다른 스텝들과의 많은 회의를 거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 내년 2월 다시 그 화려한 무대를 펼칠 예정, 초연과는 어떻게 다른가?
모든 작품은 관객을 만나면서 수많은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이번 뮤지컬 ‘햄릿’이 짧은 공연기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큰 사랑을 받은 것에 힘입어 내년 2월 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초연이기 때문에 좀 더 뮤지컬의 룰에 충실하고 친근한 작품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내년 공연에서는 원작이 갖고 있는 내용의 밀도와 극적인 완성도를 조금 다듬을 생각입니다.”
또한 이 작품의 음악적인 실험은 계속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처음 이 작품을 DVD로 봤을 때 음악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한국에 들여올 때는 한국의 록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클래식컬한 요소, 특히 현악기의 보강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편곡이나 악기편성의 다양한 음악적 실험은 더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아울러 뮤지컬의 장르에서 배역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개별의 캐릭터들의 연기적 깊이를 조금 더 보강 할 생각이라고 했다.
- ‘햄릿’의 국내 식구만 91명, 의사소통과 네트워크 중요
“가장 기본이 상대방의 전문분야에 대한 인정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예술작품이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기에 공동으로 자기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듀서로서 그 믿음 속에 각자가 맡은 자기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사이 내부적인 선의의 경쟁과 충돌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제가 그런 고충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원만히 해결되었습니다.” 이 프로듀서는 이것이 단발성 제작이 아니라 지속적인 제작이 가능한 작품이기에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런 부분이 충분히 수용가능 했다고 말했다.
- ‘햄릿’의 초연으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기본에 대한 중요성’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힘든 점이 분명 있었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극장 대관이었어요. 신생회사인데다가 작품이 아주 유명한 대작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예상했던 부분이죠.” 또한 이 프로듀서는 관객의 관극문화가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을 즐기는 문화는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뮤지컬의 선순환구조에 있어 관객의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 관객은 철저히 자아 안에서만 작품을 바라봅니다. 관객들 또한 공연 전체의 축으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기존 작품의 재 각색, 공연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해
결국 우리 공연계가 넘어야 할 산은 창작 작품 수출이다. “저는 한류와 창작을 이야기 할 때 조금 다른 시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검증된 작품을 가지고 재 각색을 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것이 라이선스라고 할지라도 그 라이선스 권리관계만 잘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창작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햄릿’, 그 초심을 잃지 않도록..
이 프로듀서는 이번 ‘햄릿’의 공연을 전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관객의 평가는 감사할 정도로 좋아요. 이 작품은 늘 제 꼬리표에 붙어 다닐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예술작품을 제작할 때도 진정성, 초심, 본질 이런 것을 잃지 않게 하는 저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도 무척 소중한 작품입니다.”
(주)피엠지네트웍스는 뮤지컬 작품에서 창작도 좋지만 숨겨진 보석을 찾아 소개하는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그 밖에도 남북문화교류사업, 이야기 오페라 등 진정성 있는 문화를 다루며 미학적 원칙에도 맞는 콘텐츠 발굴 및 공동창작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듀서는 (주) 피엠지네트웍스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간단해요. 저희 ‘피엠지네트웍스에서 기획 제작하는 작품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라는 소리를 듣는 거죠”라며 그 심플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며 크게 웃었다.
공정임 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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