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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대상, 심사위원장 임영웅 연출가의 총평

 

 

 

지난 10월 23일에 있었던 제 13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임영웅 연출가를 만나 총평을 들었다. 그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살짜기 옵서예’의 연출을 맡는 등 한국 뮤지컬 연출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뮤지컬대상 1회부터 심사를 맡아온 임영웅 연출가에게 올해 시상식의 특징과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았다.

▷ 연극 연출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신데,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한국뮤지컬대상에 1회부터 지금까지 한 회 정도만 쉬고 계속 심사위원을 했었습니다. 또 초기에 한 번 정도 빼고는 계속 심사위원장을 했었지요.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연극 연출만 하는 줄 아십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1966년에 우리나라 최초 뮤지컬인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했고, 그 이후에 67년 ‘꽃님이, 꽃님이, 꽃님이’, ‘대 춘향전’ 등 66년부터 67년까지 세 편의 창작 뮤지컬 연출을 했었죠.
국립극단에서 연극을 연출한 후부터 85년에 극단 산울림을 창설해서 연극 연출을 많이 하기는 했습니다만, 70년대 ‘예그린’이 ‘국립 가무단’이 됐을 때 ‘상록수’를, ‘서울뮤지컬단’ 전신인 ‘서울시립가무단’ 시절에도 작품을 여러 개 했었습니다. ‘서울시립가무단’에서 마지막으로 연출 한 것이 85년도에 ‘지붕위의 바이올린’ 한국 초연이었습니다. 그 작품이 98년까지 5~6번 정도 공연 됐고요. 그 이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한,두 편 했었습니다.

▷ 이번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총평을 내려 주십시오.
▲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은 1995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13회를 맞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뮤지컬 연출을 할 때와 지금의 뮤지컬계의 사정을 비교해 보면 정말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봅니다. 사실 그 때는 뮤지컬이 1년에 3~4편도 공연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는데 작년에 공연된 뮤지컬은 100편이 넘었죠. 그리고 현재 대학로 등 서울에서 공연되는 공연물에 순수연극보다는 뮤지컬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 70%이상 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뮤지컬의 시대라고 볼 수 있죠.
1회부터 쭉 심사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우리 뮤지컬계 사람들이 오랫동안 수고들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흘린 노력과 땀들의 결과로 이제 우리 뮤지컬이 국제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외국의 뮤지컬 관계자들이 한국 공연을 봐도 결코 수준이 낮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기쁩니다.
올해 시상식에서 심사 대상이 된 작품만 71편이었는데요, 시상식이 시작될 당시 95년에 공연된 작품 전체의 수가 16편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올해는 71편에다 심사대상이 안 됐거나 신청을 안 한 작품까지 하면 더 많은 작품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런 것 보면 한국 뮤지컬이 양적으로도 많이 발전했지만 질적으로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봅니다.
또 시상식 초기에는 창작 뮤지컬이 많지가 않았었어요. 그런데 금년에 오면서 창작 뮤지컬이 점점 많아진 점도 참 좋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 같은 경우는 일본 못지않게 음악이나 연기자들의 수준이 뛰어납니다.
제가 올해 심사하고 확실히 느낀 것은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향상도 있지만 뮤지컬 세대가 많이 젊어졌다는 것입니다. 남경주, 전수경, 최정원 씨 등이 아직도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심이 되는 탄탄한 배우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만큼 젊은 세대들이 성장해서 선배들의 뒤를 이어 한국 뮤지컬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자 참 반가운 일이죠.

▷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시상식의 특징을 꼽아보신다면 어떠신지요?
▲ 시상식이라는 게 상 타는 사람은 기쁘고 못타는 사람은 아쉬운 거죠.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시상식 자체도 점점 짜임새 있어 집니다. 축하공연도 초기에는 어떤 프로덕션 것은 아주 완성도가 높고 어떤 프로덕션 것은 좀 엉성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올해 축하공연을 보니까 비교적 수준이 고르고 다들 잘했습니다. 한국뮤지컬대상이 13년 됐는데 시상식에서 그런 축하공연을 보니 그 동안 한국 뮤지컬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 한국 뮤지컬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물론 뮤지컬이 제작비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뮤지컬을 할 만한 극장이 몇 개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부분 뮤지컬 전용극장이 아니라 음악, 무용, 연극 등을 함께 하고 있죠. 그런데 사실 뮤지컬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려면 뮤지컬 전용극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전용극장은 지금 서울시가 준비하는 것도 해서 아마 2~3년 내에 생길 것 같은 움직임은 있습니다. 하루 빨리 되어야 할 일이죠.
또 창작 뮤지컬이 많아진 것은 참 좋지만 작품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좀 적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중성 못지않게 작품의 수준도 중요한데 관객들의 흥미를 끌려는 노력이 좀 더 많아 보이네요. 물론 관객이 오지 않는 작품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관객이 많이 온 작품은 마치 좋은 작품인양 착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작품 자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거나 뮤지컬 정신을 위해 애쓴 흔적이 너무들 없습니다. 대학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을 보면 작품의 이름과 배우만 다르고 다들 비슷비슷한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일주일동안 몇 개 작품을 보고 나면 다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개성이 없고 상식적인 구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떤 것이 이 작품이고 어떤 것이 저 작품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운 정도에요. 그러지 말고 앞으로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을 좀 열심히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렇다면 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뮤지컬이 영화와 비슷한 점은 관객이 좀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많이 생기죠. 그런데 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한 돈을 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흥미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대중적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뮤지컬 만드는 사람들이 일부러 관객이 오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너무 오락적이고 대중적인 측면만 강조하기 보다는 뮤지컬의 작품성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작비가 없으면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투자 받는 것 자체는 좋은데, 대학로에서 젊은이들이 하는 뮤지컬은 투자자의 입김과 간섭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겨야 하는 건 아니죠. 그렇게까지 안 해도 재밌는데 더 재밌게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투자자와 제작진과의 원활한 타협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작품성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뮤지컬에 투자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게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직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죠. 무조건 함께 참여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못 올릴 수도 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면 좋은 쪽으로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각계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 뮤지컬은 시대의 흐름에 맞고 현대인들이 접근하기 가장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50~60년대에 브로드웨이에 갔을 때 순수연극보다 뮤지컬 수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그 때 ‘야~, 이렇게도 되는구나!’ 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잖아요. 그건 누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입니다. 현대인들이 그만큼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쨌든 지금 관객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관객이 있다 보니 관객을 우습게 알거나 또는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찾아오니까’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수준 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관객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 버리지요. 왜냐하면 라이선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제작자들이 직접 와서 연출부터 음향까지 모두 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선스 뮤지컬은 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그런데 관객들이 그 수준 높은 작품을 보다가 우리 제작진이 제작비도 적게 들여 만든 작품을 보게 되면 ‘한국 순수창작뮤지컬은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관객들은 한국 창작 뮤지컬은 안 보고 라이선스 작품만 보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뮤지컬이 발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또 투자하는 사람들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신경 쓰기보다는 그 투자가 돈도 좀 벌면서 한편으론 한국 뮤지컬을 질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되도록 더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뮤지컬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우선 시설인 것 같습니다. 전용 뮤지컬 극장이 없으니까 1년 12달, 관객이 많으면 2년이고 3년이고 롱런할 수 있는 작품이 생겨야 하는데 지금은 관객이 와도 더 볼 수가 없다는 게 문제죠. 기자재도 이제는 좀 최신으로 구비해야 합니다. 뮤지컬은 작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볼거리가 많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 볼거리라는 것은 사람 외에 기계나 시설로 보여주는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전용극장이 없으니까 아직은 우리가 그런 것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용극장이 있으면 투자도 더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뮤지컬 발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이 현대의 문화 콘텐츠로 해외 수출도 하면서 돈도 벌고 있지 않습니까? 뮤지컬도 그렇게 뒤를 밀어준다면 우리나라 뮤지컬이 라이선스를 받고 외국에 팔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시대가 오기는 올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뮤지컬 하는 사람들도 정신 차려서 열심히 해야 하고, 정부나 사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모두 협력하여 뮤지컬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저는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매우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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