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삼박자를 모두 갖춘 배우, 임춘길

 

 

 

뮤지컬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이 시작 된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었다. 한국 최초의 모노 뮤지컬이었던 만큼 시작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이제 공연 막바지에 이른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히로인 임춘길을 만났다.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매우 분주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리 도착하여 조용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신중히 던지는 그의 한 마디 마디에는 특유의 에너지가 배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 엠 코핸 투나잇!’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배우들은 첫 공연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두 달이 지난 지금 그는 첫 무대를 돌아보며 “지금만 같았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한,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니 굉장히 편안해 지고, 연습할 때 못 느꼈던 새로운 부분들도 느낄 수 있어서 재밌고 좋다”며 근황을 밝혔다.

“첫 공연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너무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저는 모노 뮤지컬이라는 것 자체도 처음이었고, 프리뷰와 일반 관객들에게 함께 오픈한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기대가 많기도 했었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관객들이 편하게 봐 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그는 첫 공연 당시를 이렇게 회고 했다. “3~4곡정도 지나고 나니 호흡이 좀 편해졌지요. 공연 중간부터 몸이 풀렸던 것 같아요.”

그의 첫 공연에는 원작자 칩 데파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칩 데파는 그의 움직임과 노래에 맞춰 신나게 리듬을 함께하고 있었다. 매우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칩 데파는 미국에서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을 했던 배우와 임춘길의 프로필이 비슷해서인지 처음부터 오픈 마인드로 다가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미국 대사관에서 임춘길을 보고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원작자가 객석에 있다는 것이 제가 첫 공연을 하는 데에 큰 의지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아직도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마지막 노래를 할 때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대사를 하고 피아노 위에서 노래를 하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이 확 올라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내 인생을 영화로 지켜 볼 때 어떠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내 인생 불만 없음.’ 바로 이 부분이다.

무대 위 임춘길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끼를 발산하지만 무대 밖의 임춘길은 매우 차분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매우 겸손하다고 평가한다. 그의 실제 성격을 물었더니 “전형적인 A형”이라며 웃었다. 그는 “소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무대에서 분장하고 그 캐릭터로 싹 변신해서 들어가는 게 오히려 뭘 하기 더 편한 것 같다”고 한다. 이어서 “그냥 카메라로 뭘 찍으려고 하면 그 느낌이 꼭 흉내 내는 것 같고 어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낯가림도 있고 소심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인지 객관적으로 봤을 땐 겸손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몇몇 친구들에게나 장난스럽게 대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조용하게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를 겸손하게 보시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공연이 없을 땐 위닝(축구 게임)과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긴다는 그를 보면 매우 활동적인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뮤지컬 인생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예대 연극과에서 정극 연기를 배우던 그는 당시 생소했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땐 기껏해야 ‘아가씨와 건달들’이 제일 유명할 정도였죠. 그런데 그 장르가 젊은이들이 하기에 참 좋더라고요. 연극과 다르게 오디션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좋았고요. 무대에서 뛰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참 젊은 느낌이 나서 매력 있었어요.” 그는 군대 제대 후 1992년 뮤지컬 ‘캐츠’를 통해 뮤지컬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과 달리 금전적인 부분도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낭만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 땐 무대가 신성시 됐었고, 무대를 한 번 밟아 본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아날로그 세대에 대한 향수를 보였다. “또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기도 했어요. 어떨 땐 질펀하게 맞기도 했지만 때로는 선배와 연기에 대해 심오하게 얘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요즘은 후배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냐고 물으니 “기본적으로 정석에 대해 대화하기 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요즘은 테크닉에 좀 더 연연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옛날은 아날로그적이지만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더 따뜻하고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요즘 후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그는 한마디로 “너무 좋죠”라고 답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훤칠하고 그림이 이뿌다”며 웃었다. “그런 것들은 제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이라 부러움도 있죠. 나름대로 각자 소신도 있고 정확하고요.”
한동안 후배 자랑을 하던 그가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은 드라마 뮤지컬이 많다보니 춤과 연기가 너무 세분화 된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뗐다. “제가 어릴 때는 삼박자에 대해 굉장히 중요시 했거든요. 춤, 노래, 연기라는 게 모두 어우러진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한 부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배우라면 골고루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요? 늘 갖추고 있다면,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잖아요. 취미로라도 한, 두 개의 취미를 가지는 게 어떨까 싶어요.”

사실 그는 뮤지컬 배우 중 유난히 춤을 잘 춘다.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원작자 칩 데파도 그의 탭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이제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젊은 배우들 보다 더 날렵한 움직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리듬에 맞춰 춤추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들었다”며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뷔작은 ‘캐츠’를 준비하면서 3~4달 동안 발레를 하드 트레이닝 받았다고 한다. “정말 힘들게 배웠는데 그게 후에 많이 도움이 됐다”며 “그 외에 한국무용, 탈춤, 탭댄스를 따로 틈틈이 배워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장 재밌는 춤을 꼽자면 “역시 탭”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탭에 푹 빠져있다. “다른 춤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느낌이라면 탭은 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리듬을 만들어가는 게 정말 재밌죠.”

워낙 춤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작품에 화려한 춤이 들어가 있다면 ‘배우 임춘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좀 아쉬워요. 어린 후배 중에 저 같은 배우가 있어서 공연도 좀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런 인물들이 많지 않아서 많이 아쉽네요.”
그러면 후배를 양성하거나 발굴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아직까지 배워야 할 게 더 많아서 가르치고 봐주는 것은 좀 힘들지 않을까요?”하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그는 “관계자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저 사람은 아담한데도 무대 섰을 때 크고 멋있다’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나이가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막 인기를 얻을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제 공연을 봤을 때 ‘아, 역시 임춘길이구나!’라는 평을 듣기 위해서 늘 노력할 겁니다.” 그는 아직도 꿈을 꾼다. 마치 시상식에 율 브리너가 나왔을 때 모두 기립했던 것처럼, 자신이 6~70세가 되었을 때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꿈이다.
꿈을 꾸듯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였지만 이내 또 겸손해진다. “그렇게 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좀 많은 것 같네요.”

이제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던 그이지만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한다. 바로 ‘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역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다. 또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작품 ‘피핀’을 좀 더 럭셔리하게 꾸며서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사항도 있다. 20년 가까이 뮤지컬을 해 온 그이지만 이제까지 해 온 것보다 해야 할 것을 더 많이 생각하는 모습에서 진실 된 겸손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에게 “늘 처음과 마지막까지 똑같이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임춘길의 모습을 지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실제로 만나본 그는 매우 진솔하고 사려 깊었다. 그런 성격이 그를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뮤지컬 배우 임춘길.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그의 뮤지컬 인생이 ‘조지 엠 코핸’ 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멋지지 않을까 살며시 기대해 본다.

현재 ‘루나틱’과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내년 1~2월에는 새로운 작품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