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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수상자 성기윤, 연기로 승부하다

 

 

 

지난 10월 23일,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성기윤을 만났다.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강렬함이 돋보였던 그였지만 “실제와 무대가 똑같으면 못 살죠”라고 웃어 보였다. 편안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다.
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묻자 “전에는 상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하고 있던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어 좋았다”며 거듭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 시상식 끝나고 무얼 하셨나요?
▲ 댄싱 섀도우에서 제가 조연상을 탔고, 작품상도 타서 팀들이 모두 너무 좋아했습니다. 흥행적으로는 많이 미흡했지만 새로운 시도로써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서 다들 한마음처럼 기뻐했어요. 그래서 시상식 오셨던 분들과 뒷풀이를 하고 그것이 끝난 후 댄싱 섀도우 팀들이 모두 모여서 또 뒷풀이를 했어요.

▷ 요즘은 좀 여유가 생기셨나요?
▲ 사실 ‘맘마미아’ 연습이 이미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앙상블이 먼저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쉬고 있어요.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연습에 들어가야 해요.

▷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 사실 이런 휴식시간을 갖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뭘 해야 할지 잊어버렸어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고 어딘가 나가야 할 것 같거든요. 그래도 쉴 때는 대체로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해요. 6살 된 딸인데 평소에는 아빠랑 시간을 많이 못 보내니까 이런 때라도 많이 놀아 주려고 합니다.

▷ 댄싱, 시카고, 듀엣 등 올해 하신 작품을 되돌아보면 어땠는지요?
▲ 전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극장보다 소극장을 더 좋아해요.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게 하는 사이즈잖아요. ‘듀엣’같은 공연은 정말 제가 사랑하는 작품이었고, ‘시카고’는 밥파시 스타일의 미학을 갖고 있었고, ‘댄싱 섀도우’는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었어요. 올해는 이렇게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의 세 작품을 했네요.
참, 제가 이건 수상 소감으로 못한 말인데요. 아무래도 앞으로 제 기록이 깨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노래가 없는 배역으로 뮤지컬 남우조연상을 받았다는 것이 전무후무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뮤지컬에서 노래 없는 배역의 연기가 인정받았다는 것이 굉장히 뜻 깊은 일인 것 같고요. ‘댄싱 섀도우’에서 노래가 없었던 것을 ‘시카고’에서 실컷 한풀이 할 수 있었어요. 좋은 한 해였습니다.

▷ 무대 밖의 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 실제 성격은 제가 한 작품과 비교해 보면 ‘맘마미아’의 ‘샘’이 저와 가장 실제 성격에 가까운 것 같아요. 좀 더 밝은 쪽으로 생각하면 ‘미녀와 야수’의 ‘르미에르’에 가깝고요. ‘아이다’의 ‘조세르’나 ‘댄싱 섀도우’의 대령 역할 같은 것들은 사실 다른 역할보다 10배는 더 집중해야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인물입니다.

▷ 데뷔는 어떻게 하셨나요?
▲ 91년도에 학교 졸업하자마다 캣츠에 합류하면서 뮤지컬 인생이 시작 됐어요. 그 때는 뮤지컬이라는 게 특별히 다른 장르처럼 생각되지 않았죠. 지금처럼 뮤지컬만을 하는 배우는 없었어요. 그냥 춤도 출 수 있고, 노래도 좀 하시는 연극인들이 뮤지컬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지금 제가 딱히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배우예요. 양쪽 다 영역이 닿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왜 뮤지컬을 했습니까?
▲ 사실 학교 다닐 때는 무용에 빠져 있었어요. 현대 무용에 빠져서 아예 무용으로 진로를 바꿀까 고민도 했지요. 그런데 교수님의 조언으로 인해 뮤지컬에 첫 발을 딛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무용을 하셔도 좋았을 것 같아요.
▲ 아마도 그 때 무용을 했으면 괜찮았을 거예요(웃음). 원래 연극과였는데 학교 들어가서 무용과 오픈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졸업할 때는 무용과 교수님과 작품도 같이 하는 정도까지 갔었죠.

▷ 현대무용 하셨다면 ‘시카고’에서 밥 파시의 안무를 보면서 춤추고 싶지 않았나요?
▲ ‘시카고’는 2000년에 우리나라에서 초연을 했을 땐 앙상블을 했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투어팀을 위한 안무자가 아니라 진짜 시카고와 역사를 함께 한 안무자가 와서 지도를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앙상블 안무 연습할 때 구경하고 있다 보면 안에서 막 끓어올랐어요. 막상 움직이려고 하다보면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열정은 아직 살아있죠. 마음만 굴뚝 같습니다(웃음).




▷ 혹시 가장 닮고 싶은 배우가 있습니까?
▲ 그런 배우는 없어요. 왜냐면 모든 걸 다 잘하는 배우는 없거든요. 하지만 제가 공연할 때 습관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그 배역에 맞는 비슷한 사람을 한 명 찾는 거예요. 꼭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영화에서의 캐릭터 같은 거죠. 그런 것을 닮아가려고 애를 쓰다보면 거기에 제가 가진 천성이 결합되어서 또 다른 인물이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세상엔 좋은 배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로버트 드니로, 알파치노 등 좋은 배우가 너무 많고, 또 최근에는 한동안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 씨 역할에 푹 빠져 지냈네요.

▷ 드라마 많이 보시나 봐요?
▲ 저 드라마 광팬이에요. 저는 늘 남자 배우 때문에 드라마를 많이 봐요. 근데 이런 얘기 하면 남들이 성향이 의심스럽다고 많이 말씀하세요.

▷ 남자 배우를 보고 또 분석하시는 거죠?
▲ 네, 그런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뭐가 변했나?, ‘저번에 나왔을 때는 별로였는데 이번에는 너무 좋네’, ‘달라진 점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 일에 대한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 네, 늘 갖고 살아갑니다.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늘 생각하는 것이 수나 에너지 같은 것이잖아요? 배우는 교과서처럼 삼고 있는 것이 사람이에요. 그래서 걸으면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냥 보이지 않아요. 제스처나 특성 같은 것을 보게 되죠.

▷ 무대 서면서 아직도 가장 어렵고 힘든점은 무엇인가요?
▲ 결국은 연기예요. 예술이라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니까요. 뭔가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늘 숙제죠.
만약 요리로 예를 들면, 제가 어떤 요리를 먹을 때 ‘아, 이게 소금이 들어갔고, 토마토가 들어갔구나’하는 것처럼 재료를 알아낼 수 있는 정도는 온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대가가 되기 위해서 더 해야 할 것은 소금을 얼마만큼, 몇 스푼 정도를 넣어야 좋은지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지금 상태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이제껏 가장 좋았던 역할은 무엇이죠?
▲ 제가 하면서 내내 행복했던 공연이 있어요. 바로 'last 5 years'라는 작품이에요. 5년 동안의 남녀의 사랑을 얘기를 하는 작품이었죠. 남자의 이야기는 만남부터 이별까지 흐르고 여자는 이별부터 만남으로 흘러가요. 교차되는 순간은 결혼하는 순간 딱 한번이구요. 마지막에 여자는 첫 데이트가 끝나고 다시 만나자는 의미의 ‘안녕’을, 남자는 다 끝난 상태에서 ‘안녕’을 동시에 얘기 하는 것이었어요.
이 작품이 일단 공연 자체도 너무 좋았고 같이 하는 분들도 너무 좋았지요. 작품 연습 하면서부터 끝날 때 까지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했어요. 공연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사람에 치이는 일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그런 일이 조금도 없었던 유일한 공연이었어요. 내용도 좋았고 하면서 제 자신도 행복했어요.

▷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아요. 진짜로 솔직히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없어졌어요. 같이 모여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작품이 나쁜 작품이 될 수 있고, 나쁜 작품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작품,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제가 하는 작업이 늘 좋았으면 좋겠어요. 만나는 사람들도 함께요.

▷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요?
▲ 사실 좀 답답할 때가 많아요. 왜냐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상업주의의 산물이잖아요. 연극도 이제는 순수예술이라고만은 할 수 없고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흥행이 중요시되고 그로 인해 스타성이라는 것이 생겨버렸어요. 그러면서 후배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는지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멋을 배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는 가슴이 많이 아파요.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 앞으로 남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죠?
▲ 첫 번째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대를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게 목표에요. 두 번째는 제가 나이가 들면 우리나라에 아동극 전용극장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한번 본 적 있는데 독일의 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가는데 아동극장을 가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들이 아이였을 때도 그 극장을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라서 노인이 되도 또 그것을 보러가는 것이죠. 그런 문화가 너무 부러웠어요.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좋은 문화를 어릴 때부터 즐겨봐야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출연은 안 해도 같이 아동극을 하고 있는 팀이 있는데요 작업을 할 때 정말 보람돼요. 그래서 나중에 여력이 되면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 기억에 남는 팬이 있습니까?
▲ 있죠. 지금 제 팬 카페를 만들어 준 친구에요. 저는 그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 중에 하나였어요. 제 이름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그 팬 카페를 만들었거든요. 그 팬 카페가 생성되고 한 달 후에야 저한테도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금까지도 늘 연락하고 공연장에서 인사하고 그래요.

▷ 마지막으로 그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사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 팬 여러분들을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보러 오시는 모든 분들, 제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일이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저를 보셨을 때 좋은 부분들이 있었다면 그 부분들이 좋아지면 더 좋아지지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사진 김고운 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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