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에서 바람둥이 ‘지섭’ 역을 맡은 장현덕 씨를 만났다. 공연을 마친 후 “어떻게 보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넨 그는 연애전과 8범 ‘지섭’ 보다는 신인 배우와 같은 면모가 돋보였다. 인간적이고 예의바른 그에게서 문득 사람 냄새가 났다.
▷ 지금 공연한 기분이 어떤가요?
▲ 프리뷰 공연을 일주일 동안 해서인지 다른 작품 보다는 덜 떨렸던 것 같아요.
▷ ‘화장을 고치고’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다른 로맨틱 창작 뮤지컬과 다른점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좀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인들이 보기에 너무나 좋은 작품입니다.
▷ 전작은 ‘웨스트사이드스토리’였는데 지금 캐릭터와 차이점은 무엇이죠?
▲ 많은 것 같습니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50년 이상 된 작품이고, ‘화장을 고치고’는 초연이에요. 그래서 저는 ‘화장을 고치고’를 통해 좀 더 달라지고 싶었고, 또 그게 목표였습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모습 보다는 다른 색깔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하면 나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고요.
▷ 장현덕 씨만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했나요?
▲ 저는 캐릭터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한 캐릭터가 어떤 인물이고, 그 인물이 어떻게 드라마를 끌고가는지... 이렇게 고정화된 캐릭터에는 어떤 특징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초연이기 때문에 방향을 제가 하는 대로 끌고 가고 싶었어요.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극 중 지섭은 일반적인 누군가를 대할 때,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앙숙인 관계에 있을 때 등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서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지섭이 가지고 있는 색을 다양하게 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 극 중 지섭과 장현덕 씨의 닮은점이 있다면요?
▲ 비슷한 점도 있죠. 장난스런 점도 있고, 편한 사람들 앞에선 망가질 때도 있고, 내 사랑을 찾고자 하는 열정도 있고요.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 ‘화장을 고치고’에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 마지막 부분이 재밌는 것 같아요. 앙숙인 두 남녀가 만나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이 사람이 내가 마음에 두고 있었던 사람이야?’라며 깨닫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의 기분과 감정 등이 정말 좋습니다.
▷ 극 중 지섭은 ‘사랑은 과정’이라고 말하는데, 장현덕 씨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건가요?
▲ 좀 전에 연출자님이 ‘사랑은 운명도, 과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운명이라면 반드시 과정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 상대 배우로서 왁스 씨는 어떻습니까?
▲ 왁스 씨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 공연 때 재밌었던 에피소드 하나 말씀해 주세요.
▲ 배우들도 공연하면서 실수를 많이 해요. 그 때 관객들은 눈치 채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느 부분에서 실수를 했는지 다 알잖아요? 그 순간을 어떻게 넘기는지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또 프리뷰 공연 때 ‘나 이대출신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어린 아이가 ‘엄마, 이대가 뭐야?’라고 크게 말해 모두 웃었던 적이 있었어요. 연기하고 있는 저조차도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너무 웃겼어요. 그 때 ‘아, 소극장이 이래서 좋구나’ 생각했어요.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고 또 내가 하는 제스처 하나하나가 받아들여지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 작품하면서 힘든점은 없나요?
▲ 힘든 것 보다 고민이 좀 있었습니다. 혜리 역을 여러 분이 하시는데 각각 캐릭터의 특징이 달라서 제가 모두 똑같이 대할 수 없었거든요. 어떤 분은 귀엽고, 어떤 분은 여성스럽고, 어떤 분은 터프하세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그 성격에 맞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공연을 하면서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내 안에 갇혀 있으면 표현이 더 안 되기 때문에 풀어지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서로 주고받고, 오가는 것이 더 명확해 진 것 같습니다.
▷ 이 역할에 왜 장현덕 씨가 캐스팅 됐다고 생각하나요? 본인의 매력을 말씀해 주세요.
▲ 저도 처음에 그게 궁금했어요(웃음). 저는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단순히 정적인 이미지뿐이 아닌 때로는 동적이고, 에너지 있고, 소심하기도 하고, 비열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것을 더욱 끄집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 장현덕 씨가 생각하는 뮤지컬의 매력이란 무엇입니까?
▲ 아무래도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뮤지컬은 춤 노래 연기가 하나가 되어야 하잖아요? 연기를 더욱 채워 줄 수 있는 춤과 노래가 있다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매력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 역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라이선스를 주고 들어오지는 않은 작품인데요. 들어오게 된다면 초연이니까 그 인물을 저를 통해 더 잘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 ‘마리우스’ 하면 장현덕 씨를 떠올리게 된다면 좋겠네요?
▲ 예, 맞아요.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화장을 고치고’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따뜻하고, 재밌고, 잠시도 쉴 새 없는 뮤지컬입니다.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고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으니까 많이 보러 와 주시길 바랍니다.
10월 16일부터 화려한 막을 올린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2008년 2월 2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사진 김고운 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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