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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이 만난 무용가 3] 다니엘 라리외(Daniel Larrieu)

 

Daniel Larrieu는 프랑스의 현대무용가로 반어적 풍자감각으로 즉흥적인 몸짓과 음악, 빛, 정서적 감정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신의 무용단 아스트라칸(Astrakan)은 물론 런던컨템퍼러리댄스시어터, 네덜란드댄스시어터, 프랑크푸르트발레단 등에서 객원 안무가로 활동하였다.
1982년 바뇰레 입상작 <시크누드chiquenaudes>와 <설탕 하나 혹은 둘Un Sucre ou Deux>은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행위 규범을 프랑스 무용극으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았으며, 수영장에서 공연된 <방수 Waterproof>(1986) 는 춤에 있어서 영상의 기술적, 감각적 진보를 이루어 냈다. 한국에는 2005년 SIDance를 통해 2003년 안무작 <네 감(感)을 잊지 마 N’oublie pas ce que Tu devines >를 공연하며 처음 소개되었다. 다니엘 라리외는 원예학교 출신답게 많은 작품에서 자연친화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동시에 첨단의 미디어를 능란하게 다루는 상반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이성적이고 지적이며 ‘시’적이라는 평을 듣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동양철학의 깊은 정점에 다다른 구도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은 2005년 월간 ‘춤과사람들’에 게재된 글의 일부이다.)

▶ 한국에 소개된 작품 <네 감을 잊지 마라 N’oublie pas ce que tu devines>는 쉽게 다가오는 제목이 아니네요. 어떤 뜻인가요?
△ 이 제목은 모순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명령조의 “잊지 마(N’oublie pas)” 뒤에 tu devines를 붙여서 “미래적인 추측을 가져라”라고 하는 것이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잊지 말라’는 표현을 써서 시간에 대한 놀이 혹은 게임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에서 만든 제목입니다.

▶ 작품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 뚜르 국립 무용센터의 예술 감독 퇴임 이후 처음 만든 작품으로 현대무용을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안무입니다. 그 이전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요소가 철저히 배재된 춤인데, 구성에 있어서는 건축물들로부터 받은 영감에서 출발하여 공간과 시간, 그 속에 나타나는 작은 움직임을 생각한 작품입니다. 반대로 춤은 작은 손동작들을 점차 발전시키고 그로인해 찾아낸 몸의 자세들을 연결하는 식으로 안무했습니다. 저와 무용수 모두 동작에 관한 직감을 탐색하길 원했어요.

▶ 처음 현대무용을 시작했을 때라고 했는데 초기 안무작 <시크누드chiquenaudes>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1982년 바뇰레 수상작 이었지요?
△ <시크누드>는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는 것을 말합니다. 갑작스럽고 장난스러운 때리기를 ‘시크누드’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이런 ‘찰싹’ 때리는 작은 제스츄어로부터 시작한 작품이었어요. 당시의 프랑스(혹은 유럽)의 무용공연들은 한마디로 너무 진지했는데, 무용수들이 내면의 고통 또는 신체적 고통을 보여주려고만 했었고 자신을 학대하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수용하고 싶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시크누드>였고 지금의 안무 스타일에 초석이 된 작품입니다.

▶ 작곡자 Robin Rimbaud (Scanner)와는 최근 5년간 작업 했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인 작곡가인데 당신과는 어떻게 융화될 수 있었나요?
△ 우리는 뿌리가 다르지만 예술적인 관점에서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두 그를 Scanner라고 불러요. 그는 매우 열린 사람이고 춤이 음악과 융화하는데 있어서 대단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습 때 무용수들에게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음악을 주기도 하고 안무자인 나조차 다음 음악을 예측 할 수 없게 하는 사람인데요, 그와의 첫 작업 때를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설명이 쉬울 것 같습니다. 당시 공연 1주일 전까지도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3시간 정도 방문을 잠그고 있던 그는 CD한 장을 내게 건네주고는 가버렸는데, 그 CD에는 서로 다른 5가지의 음악이 있었어요. 선택은 나에게 하도록 했는데 그러한 ‘선택’이 그와 내가 작업하는 이유이며 방법입니다. 공연은 만족스러웠습니다.

▶ 윌리엄 포사이드 무용단이나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에서 객원 안무를 하셨지요?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 지금 생각 하면 매우 젊었을 때로 생각 되네요. 포사이드 무용단은 나의 무용단(Astakan)과는 상반된 작품을 원했어요. 무용수의 수도 40명으로 많았지만 그들이 추어온 춤이 워낙 에너지가 좋았기 때문에 나는 매우 간단하면서 군무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춤을 만들었습니다.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와의 작업은 또 다른 경험이었는데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직접연주하고 30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공연이었어요. 현대무용을 안무하면서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지요. 나는 그 작품을 통해 관객이 다니엘 라리외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안무하길 원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나의 작품임을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주력했고 나만의 화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 그렇다면 본인만의 화법 즉 라리외식 표현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마디로 간단명료함입니다. 그 가운데 그림을 그리듯 윤곽을 만드는 것이 나의 표현방식이에요. 프랑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시적이라고 평하는데 (나는 그러한 평에 크게 공감하지 않지만) 내가 서사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설명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나의 작품을 보면서 쉽게 알아차리기보다 숙고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눈물의 흔적’을 표현하려할 때 이런 동작(오른 손으로 눈물을 닦아 왼손에 떨어뜨리는 손동작을 하며)은 매우 설명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이렇게(두 손을 포개어 오른 뺨과 왼 뺨을 스치고 가슴까지 도달하는 동작을 한다.-후에 이 장면은 <네 감을 잊지 마라>에서 라리외가 직접 추었다)표현 한다면 관객에게 추측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것이죠. 나의 표현은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발레는 복부의 춤이고 추상무용은 머리의 춤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나는 그 가운데 가슴이 중심이 되는 춤을 만들길 원합니다.

▶ 어떤 요소가 당신에게 안무적 영감을 불어 넣어주나요?
△ 안무의 영감은 지난 작업을 되돌아 봤을 때 떠올려집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즉 깨끗해지는 것이에요. 여기서 깨끗해진다는 것은 자신을 비우는 의미에서 원초적인 정화나 맑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것들을 억지로 스스로에게 강요하거나 강조하려하지는 않지만, 반복 수련을 통한 서예가의 절제된 장인정신처럼 깨끗하고 명백한 춤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늘이 맑음은 구름이 떠났기 때문인 것처럼 많은 것들이 비워져야 비로소 아름답다는 것이 나의 안무 철학입니다.


▶ 처음 안무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당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 나의 안무정신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춤 동작에 있어서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겁니다. 처음엔 그래픽 같은 것들을 추구했고 그 다음은 나선형의 동작들에 주력했었죠.(포사이드 무용단과 작업했을 때쯤인 것 같네요.) 그 후에는 처음동작과 상대적인 동작을 찾으면서 놀이를 하듯 안무하기도 했어요. 현재 최고의 관심은 인체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인체의 모든 움직임을 상하좌우의 이동성과 회전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관한 이데오키네시스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안무가가 되지 않았다면 신체 연구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 당신은 순수한 동작위주의 춤을 추는데 Non-Dance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매우 특별하고 독특한 공연들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Non-dance의 안무자들은 육체의 존재 자체에 중점을 둔 사람들 같습니다. 무대 위에 몸이 출연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형태나 폼도 필요 없고 예시도 필요 없는거죠. 즉 무브먼트의 흥미로움, 멋을 즐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단지 퍼포먼스의 도구로써 육체의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개념화가 조셉 보이스의 작업에서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신체가 먼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 현재 프랑스 에서도 Non-dance와 Oui-Dance(이것은 단지 저의 표현입니다) 모두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는데 유럽 속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결투라고 생각합니다.

▶ 프랑스의 Non-dance 무용가들과 당신을 비교 한다면 어떤 차이를 둘 수 있나요?
△ 몇몇 예술가들을 언급 하고 싶은데요, 안무가 죠셉 나쥬는 영화 쪽의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춤보다 나레이션을 더 중요시 하고 있어요. 몽펠리에 단장인 마띨 모니에는 매우 문학적인 사람이고, 쟝끌로드 갈로타는 재즈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끝으로 제롬 벨은 순간의 퍼포먼스로 관객에게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생략적이고 간단한 무용은 Non-Dance에서의 춤의 생략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말하는 간단함은 더 큰 곳 즉 어떠한 경지로 가기 위한 작업의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소금이냐 설탕이냐’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옆에 놓고도 뭐가 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용 공연의 다양함을 이해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 ‘Astrakan’ 무용단이 한국에는 처음 소개 되는데 무용단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이번 공연의 제목처럼 ‘Astrakan’이라는 명칭도 모순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용단을 만들었던 시기에 저는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부의 상징인 모피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어요. 러시아 부두의 이름이기도 한 ‘Astrakan’은 송아지 가죽을 압축해서 만든 고가의 모피를 뜻하는데 그 잔인함 속에 아름다움을 가진 것 또한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정식 단원은 나 한사람이고 두 명의 사무직원과 한명의 전문 회계를 두고 있습니다. 무용수는 작품에 따라 각자의 무용단에 속해있으면서 프리랜서로도 활동하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있어요. 하지만 매번 다른 무용수들이 아니고 거의 고정적으로 나와 작업하는 무용수들입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재정을 확보하려면 극장에 상주단체로 속해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의 무용단은 그러한 의무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해서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 하십니까? 프랑스의 무용단들은 경제적으로 자생력을 가지고 있나요?
△ ‘Astrakan’무용단은 정부로부터 연간 14만 유로(약 2억 원)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 보조금 이고 신작을 발표할 때에는 추가 지원이 이루어져요. 무용단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높은 등급이기 때문에 무용단의 규모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는 편입니다. 뚜르 국립무용센터에 있을 때에는 이 보다 7배 정도를 받았으나 극장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 지금은 부족한 부분에 개인자금을 들이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많은 무용단체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어요. 무용을 기획하는 프로덕션들이 많이 줄고 있기 때문에 작은 단체들은 공연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앞으로 무용예술이 발전할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물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무용은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무용은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고 특권층의 일부라고 여겨지는데, 무용이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무용가와 관객 모두 무용에 대한 즐거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감추어진 세계인 무용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 모든 무용가의 일이 될 것입니다. 내가 즐겨 쓰는 은유적 설명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미 세상의 많은 과일과 꽃의 종을 보았지만 우리는 더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찾아내어 사람들 앞에 선보였을 때(처음엔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점점 매력을 느끼도록, 또 그 다음의 새로운 종을 찾고 싶은 의욕이 생기도록 도와주는 일이 나(안무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현재 심취해있는 계보학과 함께 심리 유전학에 대해 계속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나는 혈통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의 안무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몸 안에 조상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내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은 무용수에게 역할을 맡기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 밖에 무용단의 계획은 다음 작품 를 비롯해서 계속 신작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글_김예림 무용평론가 yelim110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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