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준공을 시작했던 세종문화회관은 2008년 개관 30주년을 맞아 올해로 문을 연 지 34년이 됐다. 이제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중심 ‘광화문’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서울 문화의 메카가 됐다.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품을 선보이는 발표의 장으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대중에게는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는 공유와 공감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2013년 새로운 해를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공간은 또 어떻게 성장해갈까. 모든 시민의 문화예술공간이 되기까지 꾸준히 성장해 온 세종문화회관의 역사를 들여다봤다.

- ‘시민회관’에서 ‘세종문화회관’이 되기까지

현재 세종문화회관 자리에는 ‘시민회관’이라는 문화공간이 있었다. 1961년 개관한 시민회관은 당시 서울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대한극장의 5.5배에 달하는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나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시민회관은 개관한 지 11년 만에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화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1972년 12월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문화방송 개국 1주년 기념으로 10대 가수 청백전 공연이 열렸다. 가수 쇼가 시작된 지 한 시간여가 지나 대강당 전체가 흥분의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대조명장치의 전기 과열로인 해 화재가 일어났고, 시민회관은 불길에 휩싸이게 됐다.

그 화재 사건 이후 221억 원이 투입돼 1978년 개관한 것이 바로 ‘세종문화회관’이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구차춘 시장에게 여러 가지 이름을 지어 올리라고 지시한 결과 중 하나였다. 세종대왕의 ‘세종’, 또는 충무공의 ‘충무’를 이름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때마침 ‘세종로’라는 거리 이름이 있었기에 이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해 채택이 됐다. 낮은 기단(基壇) 위에 팔각으로 된 기둥이 둘러서 있고 만자형(卍字型) 창살로 장식된 외관은 시민의 공간임을 상징해 설계한 것이다.

- 세종문화회관, ‘최적의 시설로 관객을 맞이하다’

세종문화회관 주요 시설로는 대극장, 세종M씨어터, 세종체임버홀, 미술관, 전시관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건물 정면에서 오른편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이다. 1, 2, 3층으로 나누어진 대극장은 총 3,022석의 규모로 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이다. 500평이 이르는 무대에서는 500여 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동시에 공연할 수 있으며 음악회, 오페라, 연극, 뮤지컬, 영화 상영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복합공간의 성격을 지녔다. 3층에는 벽면에 LCD 모니터를 설치해 놓아, 관객들은 공연 자막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무대전환을 도와주는 배튼이 총 102개로 전환 속도가 빨라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세종체임버홀은 세종문화회관 정면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면 앞에 보이는 건물이다. 체임버 홀은 실내악 전용 공연장이다. 각종 행사가 이루어지던 컨벤션센터를 2006년 클래식음악 전용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건물 내부의 나뭇잎 형상 구조는 체임버홀의 큰 특징으로 객석부에 강한 측면 반사음을 전달해 높은 음압과 공간감을 제공하고, 선명한 음향전달을 구현한다. 또한, 홀의 용적을 증대시켜 충분한 잔향 시간을 확보하고 음향적 투과성을 가진 오픈 천장을 설계했다. 세종체임버홀은 클래식 공연장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본관, 별관, 신관으로 구분돼 있다. 1층 왼편에 위치한 미술관 본관은 이동식 벽을 이용해 하나의 공간을 4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활용할 수 있다. 1실, 2실, 3실, 4실로 전체 면적은 320평에 이른다. 회화, 조각, 서예, 사진, 공예 등 모든 장르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본관에서는 주로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전시가 이뤄지며, 미술관 소장 미술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시설과 휴게공간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광화문역 8번 출구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 별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서울시가 지하철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시민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찾아가겠다는 의도로 조성된 공간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10월 31일 자치구 문예회관들과 2013년 연예사업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세종문화회관의 우수공연을 자치구 문예회관에 전파해 보다 많은 시민이 공연을 즐기는 문화예술 환경을 만들고자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사장은 “이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치구 문예회관과 공동의 창작활동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 콘텐츠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수 있는 쌍방향 문화예술 교류로 이어지는 차원에까지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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