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어터 댄스의 독특한 스타일로 독창적인 극단의 색깔을 유지해 온 극단 피악이 9월 5일부터 16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유진 오닐의 작품 ‘털복숭이 원숭이(원제: The Hairy Ape)’를 무대에 올린다.

극단 피악은 사무엘 베케트, 표토르 도스토예프스키, 헤롤드 핀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새로운 씨어터 댄스의 스타일로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은 지난 4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 ‘죄와 벌’에 이어 2012년 창단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다.

이번 작품 ‘털복숭이 원숭이’는 음악과 무용이 적극적으로 결합돼 보다 속도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 접했던 원작의 느낌과 익숙한 무대를 벗어나 텍스트를 배우의 움직임과 안무를 통한 시각적인 이미지로 이끌어 내며 새로운 무대미학과 예술적 표현을 구현한다.

극단 피악은 ‘털복숭이 원숭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선박 화부실에서 일하는 양크는 자신들이 선박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이라고 믿었지만 선박회사의 사장의 딸 밀드레드로부터 역겨운 짐승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화부실에서 나오게 된다. 자신이 속할 곳을 찾아 방황하던 그는 뉴욕 5번가에서 사고를 친 후 감옥에 가고 출옥 후에는 노동조합에서 배척당한다. 결국 우리에 갇혀 있는 고릴라에게서 동질감을 느낀 양크는 스스로 고릴라 우리에 들어간다.

이번 공연에서 극단 피악은 작품의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오히려 대조적으로 풀어낸다. 화부실 화부들의 노동과 거친 움직임, 선박과 기계, 노동하는 소리는 단순한 움직임과 사운드를 넘어서 안무와 음악으로 발전하고, 안무와 노래가 더해진 긴장감 넘치는 음악극으로 완성된다. 특히, 이동근, 황재열, 주영호, 이선희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호흡과 화부들이 만들어 내는 무대 앙상블은 강한 에너지를 발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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