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그린피그가 공동제작한 연극 ‘사이코패스(부제: 푸른수염 이야기)’가 9월 22일부터 10월 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사이코패스’는 2008년 ‘진과 준’ 이후 오랜만에 창작희곡을 선보이는 박상현 연출의 작품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 ‘명보’가 고아원 원장에게 성폭행당하는 누나를 목격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한 사이코패스가 돼 가는 내용을 담았다. 파격적인 주제만큼이나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 미학적 실험이 돋보인다.

모두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사이코패스’는 관객을 극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연쇄살인범 ‘명보’를 포함해 그를 둘러싼 증인들을 연기하는 16명 배우들의 엇갈리는 증언은 마치 나열된 퍼즐조각처럼 펼쳐진다. 관객은 140분간 이 퍼즐조각을 맞춰가며 사건의 진실을 파악한다. 작가는 조직폭력배, 검찰, 재벌 경영진, 정부 홍보담당관 등의 주변 인물을 통해 연쇄살인이라는 잔혹성과 변태성을 2012년 대한민국 정치사회에 대한 풍자와 함께 코믹하게 드러낸다.

작품의 부제 ‘푸른수염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연극 ‘사이코패스’에는 샤를페로의 ‘푸른수염’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류사 최악의 연쇄살인범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질 드레 백작이 소녀 300여 명을 죽인 전설을 그린 ‘푸른수염’은 이후 그림형제, 피나 바우쉬의 무용, 바르톡의 오페라로 변주될 만큼 잔혹동화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푸른수염’ 동화를 극 중 에피소드로 넣으면서 동화를 바탕으로 한 비현실성을 주된 분위기로 제시하고 있다.

연극 ‘사이코패스’에는 2011년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에서 밴드 얄개들과 함께 콘서트와 드라마가 합쳐진 ‘콘써라마’로 새로운 장르 실험을 했던 윤한솔이 협력연출로 참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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