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대학로는 공연의 붐을 타고 많은 작품과 스타를 배출해내고 있다. 그 중 단연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뮤지컬배우 조정석 씨를 만났다. 그는 2004년 데뷔 후 가파른 성장으로 현재 공연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특히 막바지 공연을 앞둔 뮤지컬 ‘펌프보이즈’로 이제 그는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듯 보인다. ‘펌프보이즈’는 배우들이 직접 연주와 연기를 맡는 액터-뮤지션 뮤지컬로서 배우들의 즉흥적인 애드립과 감각적인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다. 조정석 씨는 이번 작품에서 뛰어난 기타실력과 더불어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아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다. 매일 행복한 공연을 한다는 조정석씨, 관객들이 그의 이름에 환호하는 그 이유를 함께 확인해보자.
- 뮤지컬 ‘펌프보이즈’가 그에게 준 것
뮤지컬 ‘펌프보이즈’는 ‘헤드윅’의 배우와 뮤지션들이 다시 뭉쳐 만든 진정한 컨셉트쇼이다. “이 작품은 특히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작품 이에요. 공연 초반에는 제가 그것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긴장도 했었죠”라며 그 긴장되던 첫 공연을 상상하는 듯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극을 이끄는 ‘여유’, 그런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대 위의 그에게서는 ‘긴장’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천생 배우인 양, 너무나 태연스럽고 너무나 자연스럽다. 물론 그는 그것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호흡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 무대 위에선 잠시도 쉬지 않는 배우
정석 씨는 ‘펌프보이즈’의 개구쟁이 캐릭터와는 달리 의외로 조용한 편이었다. 그에게 원래 성격을 물으니, “‘펌프보이즈’의 캐릭터가 바로 실제 저예요”라며 큰 웃음을 보였다. 무대에서 하도 말을 많이 해서 평소엔 잘 안하려고 한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그는 무척 쾌활한 사람이었다. 뮤지컬 ‘펌프보이즈’에서 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공연할 때는 즐겁게 업(up)되서 잘 몰라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피로감이 막 몰려오죠.(웃음)” 하지만 공연을 오래하다 보니 이제는 그 피곤함을 푸는 방법도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오히려 이제는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즐겁게 공연 하면 풀린다고. 그렇게 그는 정말 배우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 뮤지컬계의 송대관과 태진아?
바로 함께 공연 중인 송용진 씨와 그를 일컫는 말이다. “용진이 형과 저는 스타일이 달라서 극 내내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해요. 하지만 그런 모습은 정말 친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죠”라며 그런 점을 관객들이 더 좋아해주신다고 했다. 또한 그는 특별히 함께 공연 중인 다른 배우들에 대해 큰 고마움을 표시했다. “형들이 너무나 잘 챙겨주세요. 정신적으로도 저를 많이 케어해 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세요”라며 그들만의 특별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배우들 간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이번 작품에서 그 특별한 팀워크는 고스란히 무대 위로 쏟아져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 매번 다른 공연. 특별한 에피소드
‘펌프보이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배우들 간의 즉흥 애드리브로 매번 다른 공연을 선보인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생긴 에피소드도 많다고. “즉흥적인 장면이 많으니까 서로 대사하다가 장난을 칠 때가 있어요. 한번은 서로 받아치다가 당황해서 웃음이 터져 수습이 안 됐던 적이 있었죠. 그때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우리 이 씬 한 번 더 갈까?’하고 태연스럽게 진행 했죠”라며 그 때를 기억한 듯 웃음을 보였다. 물론 그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소품이나 크고 작은 실수들은 늘 새로운 공연이 되도록 배우들을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 새로움을 분명 좋아했을 터. 아무런 에피소드 없는 ‘펌프보이즈’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이다. 더불어 극 중 게스트로 조승우, 이선균, 오만석, 고영빈 등 뮤지컬계 스타들이 깜짝 출연했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 즉흥은 정말 말 그대로 진짜 ‘즉흥’그 즉흥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물론 저희 공연도 짜여진 틀이 있어요. 그 기본 드라마에 덧붙이는 것들이 즉흥적인 애드리브죠. 아이디어 회의를 하긴 하지만 ‘뭐 하자!’라고 상황을 미리 짜놓지는 않아요”라며 그것보다는 서로의 호흡을 공유할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힘쓴다고 했다. 하지만 지나친 애드리브는 ‘배가 산으로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기타’라는 악기,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다
그가 클래식 기타를 쳤다는 것은 익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가 클래식기타를 수준급으로 쳤다고 하면 부끄럽죠. 지금도 저희 작품에서 제가 제일 못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도 공연하면서 기타실력은 점점 는다고. 그리고 특히 그를 지도해준 형들에게 무척 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번 저희 작품이 컨츄리록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로큰롤(rock and roll)이나, 흑인영가, 아카펠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옵니다. 이 노래들은 계속 들으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생명이다. 리듬(드럼)이 없이 편곡되어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을 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벽을 뛰어넘었다. 특히 조정석 씨가 극 중에서 부르는 ‘할매’라는 곡은 무척 애잔하기 까지 하다. 그는 이런 음악들을 모두 소화해내고 있는 배우들이 무척 멋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가장 힘들었던 것, 창작의 고통?
아니,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창작이라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에서 가져오기는 했지만 드라마가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아서 각색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각색이 거의 창작에 가까웠죠”라며 이지나 연출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연습 땐 항상 ‘숙제검사’를 받았다며 그런 창작의 고통(?)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씬과 씬 사이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는 배우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배우들이 특별히 이 작품에 애정을 쏟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 영화를 꿈꾸던 소년, 뮤지컬로 어른이 되다그는 대학을 입학하던 해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뮤지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스펙터클과 드라마틱함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고요. 정말 단순하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그 ‘단순함’은 곧 ‘열정’이 되었다.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관객들은 지금의 조정석 씨를 훨씬 더 늦게 만났을 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를 보면서 자극도 받고 힘도 얻거든요”라며 다른 공연을 많이 볼 수 없는 자신을 위해 틈만 나면 영화관을 찾는다고 했다. 조만간 그를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잠깐 상상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의 ‘배우’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
- 가파른 성장, 그에게 남은 것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그의 가파른 성장이 무척 놀랍다. 물론 쉬지 않고 달려온 그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있었다고 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더니 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모두들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죠. 술한잔 하면서 ‘나 못하겠어!’라고 말한 적도 많아요.(웃음)”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툭툭 털고 변함없이 그의 자리로 향하는 자신을 본다고. 그는 그렇게 매번을 자신의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믿음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 배우는 위대하고, 위대하고, 위대하다
조정석 씨의 음악적 소질은 예사롭지 않다. 혹시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저는 배우가 좋아요. 제가 다른 것을 한다면 그것 또한 아마 배우로서 하는 일이 될 거예요”라며 자신이 가진 ‘배우’라는 직업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그 믿음이 분명한 조정석씨, 아마도 그의 팬들은 그 믿음 때문에 그를 사랑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변화무쌍함을 가진 배우, 조정석
이제 부터가 그에게 더 중요하다. “저는 사람들이 ‘조정석한테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계속 변화하고 싶어요. 그게 진짜 ‘배우’잖아요.”라며 앞으로는 ‘헤드윅’에서처럼 조금은 다른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제 실력에 대해 의심받고 싶지 않아요. ‘조정석이 그걸 해?’가 아니라 ‘아! 조정석이니까’라는 말을 먼저 듣고 싶어요.”라며 다시금 자신의 마음을 다부지게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아 그 행운에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노력해 그 ‘조정석’이라는 이름에 더욱 확고한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겠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뮤지컬 ‘펌프보이즈’는 14일까지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 공연에 들어간다. 그 후 조정석 씨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와 ‘이블데드’로 다시금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배우 임춘길을 존경하고, 자신의 장점을 바로 말하지 못하며, 자신의 직업인 ‘배우’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조정석씨, 이날의 대화로 그의 장쾌한 미래를 확인했다. 그가 가진 무궁무진함이 더욱 빛나는 2007년 가을이다.

공정임 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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