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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정한의 스위니 토드, 한국에서 ‘살인마’의 옷을 벗다

 

 

지금 LG아트센터에서는 잔혹한 살인마의 이야기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바로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Joshua Sondheim)의 대표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todd)’이다. 이 작품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스위니 토드’가 복수를 위해 벌이는 이야기로 한 개인의 복수심이 카니발리즘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잔혹함을 그렸다. 또한 권력의 부패, 광기, 살인, 복수 등 어두운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가고 있다. 한국을 찾은 뮤지컬 ‘스위니토드’, 그 주연을 맡은 류정한 씨를 만났다. 작품으로 그는 ‘과연 류정한답다’라는 찬사와 함께 ‘토드’의 인간적인 면까지 섬세하고 그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류정한 씨가 말하는 ‘토드’를 함께 만나보자.

▷ 이제 어느 정도 공연이 안정기에 들어섰습니다. 첫 공연 때와 지금은 심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 첫 공연 때는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있었어요. 극장 셋업이 늦게 되어서 리허설을 하지 못했거든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면이 문제가 있었는데 한 3~4일 정도 지나고 나서는 그런 문제들은 완전히 해결이 됐어요. 지금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기술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 첫 공연 때 ‘토드’ 이발 의자의 오작동으로 심각한 장면인데도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려 버렸는데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무척 당황했을 것 같은데..
▲ 네. 그 일은 제 실수도 있고 소품의 문제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더한 경우도 겪어봤어요.(웃음) 아주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해버렸으니 배우로서는 아주 당황스럽고 기분이 안 좋지만 그래도 공연은 흘러가야만 했기에 빨리 수습하려고 했어요. 물론 기분은 착잡하죠. 첫 공연을 잘 하고 싶었는데 감정선이 많이 깨져서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날 오신 관객 분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남습니다.

▷ '스위니토드'의 공연을 본 팬들이나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류정한답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세요. 제가 선택한 작품에 제 주위 분들이나 팬 분들은 믿음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또 더 열심히 하는 것이죠. 저는 특히 ‘스위니토드’ 작품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 작품이라 저에게 중요한 작품입니다. 제가 주인공을 하든, 하지 않든 한국관객들에게 이런 좋은 작품을 선사하는데 의미가 큽니다.

▷ 극 중 ‘토드’는 '잔혹한 살인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은데 류정한 씨가 스스로 분석한 ‘토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 처음 연습이 시작되면서 연출가(Adrian Osmond)와도 많은 얘기를 했고 거기서 좋은 점들을 많이 찾았어요. 제가 예전에 이 작품을 DVD로 접했을 때는 물론 좋은 점도 많이 있었지만 ‘토드’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려져 참 아쉽더라고요. 연출가도 처음부터 '살인마'를 보여주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 말을 처음에는 이해 못했었는데 연습 중후반부에서는 차츰 이해가 되었어요.

▷ 살인마이면서 상처받은 영혼, 그것을 그려내는데 ‘토드’의 어떤 모습을 가장 많이 생각하나요?
▲ ‘토드’라는 인물자체가 처음부터 살인기계가 아니었어요. 그냥 똑같은 사람이었죠. ‘러빗부인’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매력적인 남자였고 칼을 든 예술가였습니다. 저는 DVD나 브로드웨이 초연 때의 프랑켄슈타인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 ‘예술가’의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 당시 날카로운 칼로 면도와 이발을 했다면 섬세하고 센스티브한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감정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그러면 ‘살인마’라는 수식어가 크게 부담스럽겠어요.
▲ 네. ‘토드’가 살인을 하긴 하죠. 물론 그 복수의 방법은 아주 잘못되었지만 그의 내면에 아주 인간적인 모습이 있어요. ‘토드’에 대한 이야기는 ‘살인마’로 통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어떤 인물보다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라 해석했어요. 인간적이고 불쌍한 사람이구나, 충분히 저럴 수 있겠구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출가도 저의 그런 인물 해석에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 이 작품만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이 있나요?
▲ 모든 작품을 할 때 작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저는 ‘토드’처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딸과 아내까지 잃은 경험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리마인드(remind)를 많이 했어요. 도움을 주는 서적도 많이 읽고 주위사람들과 장면의 얘기도 많이 나누었어요. ‘내가 저사람 입장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의 초연 때와는 많이 다른 작품이 나왔어요. 마지막 엔딩장면도 손을 씻으면서 죄를 씻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많이 가미가 되었죠.

▷ 러닝 타임이 2시간 반 정도로 굉장히 긴 대작인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 힘들죠. 이 작품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인물의 고통, 아픔, 슬픔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면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아요. 저는 마지막 장면인 ‘루시’를 안고 절규하는 장면을 향해 달립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코믹하고 위트 넘치는 부분이 있는데 ‘토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감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금 풀어지거나 하는 장면이 없어요. 제가 나오는 씬이 아니더라도 그 다음 씬을 위해 감정을 몰입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이 지치긴 해요. 작품이 또 무겁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 이 작품은 손드하임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손드하임을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의 작품을 좋아하나요?
▲ 저는 손드하임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만든 작품을 좋아합니다. 손드하임은 음악적으로도 물론 뛰어 나지만 작품을 100% 이해 할 수 있도록 곡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한편의 연극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더 메리트(merit)가 있습니다. 손드하임의 다른 작품들 또한 잘 맞게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분명 좋은 공연이 될 것입니다.

▷ 무대 올라가기 전 특별히 하는 행동이나 징크스가 있나요?
▲ 저는 서곡이 나올 때 아직도 가슴이 막 뛰어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유일하게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저의 그 기도는 저뿐이 아니라 모든 배우 및 스텝들까지도 아무 사고 없이 끝나길 바라는 기도예요.



▷ 저는 개인적으로 류정한 씨는 ‘클로져댄에버’에 ‘준희’역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 실제 성격은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 저는 내성적 이에요. 유일한 취미인 등산 말고는 별로 하는게 없어요.(웃음) 사람들 가끔 만나고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것을 즐기곤 합니다. 하지만 또 친해지면 ‘준희’처럼 철없을 때도 있어요.(웃음)

▷ 배우생활의 원동력이라면 무엇인가요?
▲ 설레임이죠. 관객과 만난다는 설레임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나의 공연을 기대하는구나’, ‘내가 매일매일 영화를 NG없이 찍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동안 이 공연을 위해 준비해온 것을 그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이 설렙니다.

▷ 정한 씨에게 대한민국에서 뮤지컬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인가요?
▲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죠. 많은 작품이 있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무대에 설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뮤지컬계는 참 행복한 것 같아요. 지금이 과도기라 거품이 있긴 하지만 많은 선배님들의 노력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에 대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도 혜택 받은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거품이 조금 사라지고 배우들도 정말 자존심과 의지를 갖고 하는 배우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한국 뮤지컬계는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을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그때 주연배우였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겠어요.
▲ 그렇죠. 그 작품은 관객이나 배우들에게 뭔가 보여줬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웅장한 무대와 스토리,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한국에 소개 되었죠. 배우들의 가창력을 요하게 되었고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던 일반대중까지도 장르와 세대를 막론하고 여러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 라이선스 초연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라이선스 초연은 ‘높은 산에 내린 흰 눈 위로 제가 제일 먼저 발자국을 남긴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 여긴 내가 처음 밟아 봤구나하는 느낌’이요.(웃음) 그 기분이 좋아요. 그동안은 기회가 안 되었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창작 작품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관객들께 한 말씀 부탁 드려요.
▲ 꼭 저희 작품이 아니더라도 어떤 작품의 관객이든 늘 감사합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간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날만큼은 시간을 비워야 하고 두 시간을 넘는 시간을 앉아서 공연을 보십니다. 그 불편함과 부담스런 티켓가격을 감수하면서 극을 즐겨 주십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그래서 저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냅니다. 저희 배우들도 관객들에게 ‘참 좋은 공연 봤다’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공연 오셔서 재미있게 즐겁게 편안하게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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