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초창기 때부터 쭉 지켜 온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 그 분의 눈빛이 최근 들어 더욱 빛이 난다. 아마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지금의 뮤지컬 시장이 반갑기 때문이 아닐까. 아울러 작년 연말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애니’가 좋은 평을 받아 올해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무대에 올려 질 예정이다. 이 작품으로 서울시뮤지컬단은 국공립 예술단체로서의 공공성과 예술성을 한 번에 인정받아 그 명성을 확고히 자리매김 하였다. 이에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늘 ‘호두까기인형’을 했었는데 올해는 ‘애니’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고 한다. ‘애니’가 사랑받는 이유, 단지 연말에 이루어지는 따듯한 가족뮤지컬이기 때문일까? 유희성 단장이 말하는 ‘애니’의 진짜 매력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 미국의 국민뮤지컬 ‘애니’,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다
“뮤지컬 ‘애니’의 이야기는 마치 흙탕물 속에 피어난 연꽃과도 같아요. 사회와 경제, 정치가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에 연꽃처럼 한줄기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라고 유희성 단장은 힘주어 말했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처음 탄생하게 된 배경도 미국이 경제대공황을 겪고 있을 때였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애니’ 속 어린아이의 노래를 통해 내일의 희망이 전염됩니다. 그 노래가 대통령까지도 나라를 다시 재건하게끔 만들죠. 이 작품은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미국에서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친미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나라와 인종을 떠나서 고통과 절망 속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는 예전에 연극인 윤석화 씨에 의해 연극으로 한번 국내 무대에 오른 적은 있었지만 뮤지컬 버전 오리지널 풀 스코어로 만든 것은 작년 서울시뮤지컬단이 처음이다. “작년 처음 이 작품을 했을 때는 조금 염려했던 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작품을 올려보니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때 이 작품이 왜 미국에서 그렇게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알겠더라고요.” 미국에서 ‘애니’는 30년이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유희성 단장은 한국의 국민 뮤지컬이 ‘명성황후’라고 한다면 미국에는 ‘애니’라 할 수 있다며 그만큼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뮤지컬단은 올해 이례적으로 공연 시작 3개월 전인 지난 9월 ‘애니’의 티켓을 오픈했다. 뮤지컬 ‘애니’는 벌써부터 티켓파워를 보이면서 작년의 열기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 뮤지컬의 대중화, 티켓가격의 거품을 빼다
이번 뮤지컬 ‘애니’의 티켓 가격은 VIP가 5만원, R석이 4만원, S석이 3만원이다. 대극장용 뮤지컬, 그것도 오케스트라 풀스코어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뮤지컬치고는 티켓가격이 굉장히 싼 편이다. 유희성 단장은 “물론 요즘 관단체들의 수익성에 많은 얘기도 있고 또 돈을 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 단체는 공공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싼 가격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어요” 라며 대신 초대권 프로모션을 많이 없앴다고 말했다. 아주 좋은 현상이다.
뮤지컬 ‘애니’는 지금 한창 배역오디션이 끝나고 맹 연습중이다. 2007년의 연말을 감동으로 수놓을 서울시뮤지컬단의 ‘애니’가 더욱 기대된다.
- 한국 뮤지컬 시장을 논하다
유희성 단장과 한국 뮤지컬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 뮤지컬은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희성 단장은 “현재 우리 뮤지컬시장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들은 기존의 낭만적이고 연극적인 뮤지컬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죠”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1차 크리에이티브 팀의 육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희성 단장은 “앞으로는 배우의 기량과 뮤지컬을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는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작곡가, 작사가, 무대미술, 조명 등 1차 크리에이티브 팀을 위한 자극과 장기적인 육성이 필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뮤지컬의 붐은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지만 자칫 이러다가 그냥 흘러가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다시 한 번 창작인들의 육성을 강조하였다.
최근 들어 우리 뮤지컬을 정부나 몇몇 기업에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다. 유희성 단장은 “이제 전문공연장도 많이 생기고 뮤지컬 쇼케이스, 대학생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많은 부분 발전적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서 작가나 작곡가들에게 창작의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토양을 조성해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 뮤지컬 작가 또한 ‘작가’로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또한 유희성 단장은 뮤지컬 또한 다른 장르처럼 문학적인 접근과 철학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문학적 사고에 의한 인식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합니다. 너무 작품 발표에 급급하면 깊이가 없는 작품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야 예술가가 사회를 리드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장르로서 뮤지컬이 발전 할 수 있습니다”라며 연극이나 음악 등 기초예술이 뮤지컬로 넘어와 뮤지컬이 문화의 전반적인 코드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뮤지컬,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유희성 단장은 “다행히도 우리 관객들이 좋아요. 물론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분명 관극 문화는 점점 발전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수준이 높아지고 관객층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의 의식 있는 움직임 또한 확산되고 있어요”라며 우리 뮤지컬이 희망적인 이유에 대해 말했다.
현재 한국에는 공연 선진국의 우수한 문화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의 것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보고 외국에서 그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이유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다 우리만의 양식과 의식을 담아서 발전시키면 세계적인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죠”라며 굉장히 보편적인 뮤지컬이라는 장르이지만 우리의 것이 내재된 창작뮤지컬이 반드시 탄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 한국 뮤지컬, 이제 기대해도 좋다
유희성 단장과의 짧은 대화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유희성 단장은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우리 뮤지컬을 현장에서 지켜오면서 정확한 눈과 귀로 뮤지컬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뮤지컬 시장에서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 또한 소중한 경험이다. 분명 앞으로는 여러 가지로 우리 뮤지컬 시장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유희성 단장과의 기분 좋은 만남으로 뮤지컬이란 장르를 통해 우리의 우수한 문화민족으로서의 기질을 널리 떨칠 날을 기대하게 되었다. 아울러 서울시뮤지컬단 또한 올 연말 뮤지컬 ‘애니’로 한 번 더 희망을 전달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대형 창작뮤지컬 두 편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해 주셨다. 국립 예그린 악단이 그 시초인 서울시뮤지컬단은 그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형 창작뮤지컬 제작에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더욱 공공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국공립단체로 성장하게 될 서울시뮤지컬단을 기대해 본다.
공정임기자 k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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