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정은 깊이 있는 음악성과 남다른 호소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는 서울예고와 서울음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장학생으로 마쳤다. 2009년 1월에는 모든 음악가의 꿈이라 불리는 ‘카네기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후에도 4월 한국으로 돌아와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했다.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거치면서 독주자로서 활동해보고 싶은 갈망을 가지게 됐다.

이번 공연은 그녀에게 특별하다. 2년 동안의 오케스트라의 생활을 마치고 독주자로서의 활동을 앞둔 무대기 때문이다. 최원정은 “독주자로서 무대와 앙상블, 실내악의 분야로 나아가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JK앙상블단원과 영감과 열정 챔버 객원수석을 비롯 화음챔버 객원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또한, 선화예중, 계원예고, 수원대 영재 아카데미에 출강하며 제자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라며 “2년의 오케스트라 생활을 보내면서 제 자신에게 연주자로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어요. 더 늦기전에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자극 받으며 나태해지지 않도록 채찍질하는 의미가 담긴 무대라 부담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 ‘모차르트’와 ‘브람스’ 등의 음악을 선보인다. 최원정은 이번 공연에서 특별한 사연을 담아 관객에게 감동의 음악을 전한다. “‘모차르트’와 ‘브람스’는 제가 사랑하는 이모께서 기장 좋아하신 곡이예요. 작년 12월에 돌아가신 이모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담아 연주를 이모님께 바치고자 합니다. 특히, 브람스는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 2009년 카네기홀 데뷔 독주회에서 마지막으로 들려드렸던 곡이며, 이모가 살아생전 가장 즐겨듣던 음악이에요. 전반부의 모차르트와 브람스는 화려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기초에 충실한 순수한 음향과 절제된 기법으로 연주해요. 후반부에는 전반부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비르투오조 적인 면을 매우 강조하고 감정에 충실한 레파토리로 구성해 음악의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프로그램을 선정했습니다”
 

깊이 있는 울림으로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관객에서 전하는 최원정은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로 인해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5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게 해주셨어요. 어느 날, 어머니는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던 친구 따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음악회에 초대돼 가셨어요. 거기서 다른 협연자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모습과 많은 오케스트라단원들을 리드하며 무대를 압도하는 매너와 연주에 매료되셨어요. 그 후, 어머니의 적극적인 권유로 하게 됐습니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권유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최원정은 배울 때도 어머니와 함께였다. 바이올린을 시작할 때 힘겨워하던 그녀를 위해 어머니는 함께 레슨을 받기도 했다. 유달리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이 많아 보이는 최원정은 “처음 시작할 때 소리도 안 나고 줄도 잘 못 맞추는 나를 위해 어머니께서 같이 바이올린을 배우셨어요. 레슨 받은 것을 복습 시켜주시고,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불러주시기도 했어요. 저는 그 음과 리듬에 따라 공부했던 생각이 납니다. 악기에 익숙하기까지 힘들고 지루했던 시간을 견뎌내며 같이 해주셨던 거죠”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생 시절을 보내다 유학을 떠났지만 외국 생활은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훌륭한 음악가들의 연주를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외국생활은 어떠했냐고 묻자 그녀는 “다양한 음악회와 실내악 연주도 많이 경험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학교 근처 보스톤 심포니홀에서 정말 훌륭한 음악가들의 연주를 한 달에 두, 세 번 이상 듣고 실제로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많이 깨닫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한때 꿈이기도 했던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의 배려와 내조로 콩쿨을 가거나 연주를 할 때 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 먼 타국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식 때문에 어머니 생각이 난 적은 있었지만요(웃음)”

 
최원정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난파콩쿨 최우수상을 비롯해 서울 심포니 콩쿨, 월간음악 콩쿨 등 다수의 콩쿨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다수의 경력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보스턴 대학원 시절 보스턴 대학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그녀는 그 시절에 대해 “개강과 동시에 오디션을 쳐야 할 일이 있었어요. 전혀 기대도 안했고, 악장오디션에 신청도 안 한 상태였어요. 제 오디션 연주를 들으신 바이올린 교수님과 지휘자 선생님께서 악보를 저에게 복사해주시며 이틀 후에 준비해서 악장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해주시더라고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면서 하루 종일 매달려 연습에 몰두했어요. 정말 포기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뽑아주셨어요. 악장을 경험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중요성도 느꼈어요. 또한, 항상 음악을 도서관에서 듣고 오는 등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친구들을 보며 정말 많이 배우고 소중한 가르침이 되는 시간들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가장 존경하는 연주자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줄리아드 스쿨의 교수로 활동 중인 ‘정경화’를 꼽았다. “정경화 선생님은 소리 한음 한음에 영혼이 담겨있어요. 연주를 들으면서 같이 그 곡속으로 빠져들어 작곡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의도를 같이 공감하며 호흡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존경합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청중에게 어떤 연주로 남고 싶냐고 묻자 “청중에게 쉽고 편안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한다. “청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클래식 연주보다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장르의 곡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올린의 선율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2월 호에 실린 글임)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