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13일부터 엠뮤지컬 컴퍼니의 야심찬 창작 뮤지컬 ‘실연남녀’가 무대에 올려진다. 이 작품은 어리바리한 조폭이 자살하려는 두 남녀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자살’이라는 코드는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 자살률 3위라는 발표와 함께 크게 이슈화 되고 있다. 이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장섭 씨를 만나 ‘자살’이라는 주제를 이 작품에서 어떻게 계몽적으로 그려내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또한 김장섭씨는 오랫동안 뮤지컬 업계에 종사하면서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김장섭씨가 바라보는 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지 함께 가보자.
▷ 이번이 4번째 연출이신데 이번 뮤지컬은 어떤 작품인가요?
▲ 이번 작품은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놓은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래요. 그런 문제점이 심각한데 사람들은 크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자살코드는 심각하고 우울하지만 이 작품은 심각하게 극을 끌고 가지는 않아요. 어리바리한 조폭들이 자살하려는 남녀를 막는다는 내용으로 가볍고 코믹하게 그렸습니다. 그런 계몽적인 내용을 심도 있는 치밀한 구성보다는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보았습니다.
▷ 작가 오은희 씨나 작곡가 장소영 씨 등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하는데 어떤가요?
▲ 그 분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예전에 ‘하루’라는 작품과 호흡을 맞췄었어요.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은 서로가 이해를 하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있습니다. 호흡이 잘 맞습니다. 좋은 작품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신성록 씨와 엄기준 씨를 캐스팅하셨습니다. 이 두 배우는 어떤가요?
▲ 신성록 씨와 엄기준 씨도 저와 몇몇의 작업을 함께 해왔습니다. 신성록 씨는 배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젊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배우이구요, 엄기준 씨는 이제는 그런 단계를 벗어나서 자신만의 연기칼라를 갖고 있는 배우입니다. 이 두 배우와 즐겁게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다른 코미디형식의 작품에 비해 이번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단지 작품에 배우 4명이 나오기 때문에 ‘사랑은 비를 타고’처럼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약간 만화적인 요소를 넣었고요. 소극장이기 때문에 버라이어티한 쇼나 안무보다는 오히려 관객과 직접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습니다.
▷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굉장히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 네. 하지만 그만큼 더 잘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부담이 됩니다.(웃음).
▷ 이번 작품의 제작 순서는 어떻게 됩니까?
▲ 시놉시스는 대표와 연출 및 스텝들이 자주 만나서 아이디어를 내서 함께 고민을 했습니다. 결정된 시놉시스를 가지고 오은희 작가님이 대본을 쓰고 그 후 음악이 나왔습니다. 현재는 대본 리딩은 끝났고 조금씩 배우들의 동선을 잡고 음악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 이 작품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 저희가 주제로 잡고 있는 테마곡이 ‘자살남’, ‘자살녀’ 2개가 있습니다. 그것을 나중에 어리바리 조폭 ‘운수’가 패러디해서 자기만의 테마로 노래합니다. 그때 계몽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요.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라는 주제로 삶의 가치를 느껴보자는 계몽적인 노래가 공연의 후반부에 들어갑니다. 그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창작초연인데 부담감은 없나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 이번이 세 번째 창작입니다. 창작 작품은 배우, 스텝 등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정을 거듭해서 만듭니다. 사실 번역극처럼 어떤 텍스트가 정확하게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연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더 좋은 것, 더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 찾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작품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연에 임박해서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스톱하고 공연을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때가 제일 아쉬워요. 창작극이 그러한 과정 때문에 첫 공연이 실패를 보면 다시 올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 이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기대한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글쎄요.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이 작품을 보고 ‘자살’이라는 단어를 흔적을 없애려고 하는데 주력 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하지마라’라는 것보다는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실연남녀’라는 작품의 제목과 ‘자살’과는 잘 연관이 안 됩니다. 어떤가요?
▲ 제목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기획팀에서 100가지가 넘는 제목이 나왔고 여기저기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제목 정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그중에서 ‘실연’이라는 코드가 가장 보편적이었습니다. ‘실연’은 연인과의 실연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실연’과 자기의 소외감을 말합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리바리 조폭들이 그것을 가볍게 풀어가는 것이죠. 다음번 공연 때는 제목을 바꿀 생각도 있습니다.

▷ 오랫동안 배우활동을 하셨는데 국내 뮤지컬이 예전에 비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후배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없었어요. 지금은 뛰어난 실력의 배우도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런 후배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장하게 되기도 합니다.
▷ 연출님이 처음 뮤지컬을 하게 된 동기라고 한다면?
▲ 학교 때 정극을 했었고 졸업하고 뮤지컬을 했습니다, 92년 ‘캣츠’라는 작품을 할 때 극단에 인턴으로 들어갔어요. 93년도에 처음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는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 했었어요. 하지만 뮤지컬의 무한한 매력을 느끼고 계속 하게 되었죠.
▷ 그 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춤과 노래가 연극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점인가요?
▲ 저에게 일단 가장 큰 것은 ‘재미’였어요. 내 스스로가 뮤지컬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사실 처음 3년 동안은 페이를 받지 않고 공연을 했었어요. 그냥 트레이닝만 받았습니다. ‘캣츠’하면서 하루 10시간 동안 춤을 추면서 안무도 많이 늘었어요. 그런 것이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 그러면 현재 뮤지컬 시장에서 필드에 계시면서 크게 느끼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 지금 우리 뮤지컬 시장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양적으로 팽창했는데 거기에 맞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하지만 또 그렇기에 무한한 시장이 열려 있습니다.
▷ 배우활동을 하신 것이 연출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나요?
▲ 제일 좋은 것은 좀 더 넓게, 좀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우였을 때는 창작적인 마인드보다는 작품에 끌려가는 듯 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연출은 그렇지 않습니다.
▷ 배우를 하시다 연출을 하면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것에 관여를 하게 됩니다.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예산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최근 메세나를 통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긴 한데 어떤가요?
▲ 아직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기업들은 투자를 해도 창작 작품은 원금상환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후원은 별로 없어요. 잘 안 해주려고 합니다. 대기업들의 문화마케팅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 최근 문광부는 기업들의 문화접대를 활성화시키는 ‘문화접대비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현상에 발맞춰서 문화예술계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가요?
▲ 힘들지 않아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은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그 시스템이 자리 잡기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일본의 극단 ‘시키’는 아동극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동과 성인을 접목시켜 성인들이 봐도 무방한 공연을 만들었어요. 큰 기업에서 후원을 받아서 함께 커갔습니다. 그런 것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시장이 넓다는 것이죠. 뮤지컬을 본 사람이 10명중에 1명이니까 9명이 아직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나 죽을 때까지 망하지는 않겠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엄청난 잠재시장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민족적 기질이 뮤지컬을 잘할 수밖에 없는 민족이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자화자찬은 아닌가요?
▲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확실하게 다른 동양계 민족 중에서도 뛰어난 예술적 기질을 가진 민족인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잘해요. 지금 중국의 예술도 뛰어난 실력을 갖고 우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전에 우리가 먼저 앞서가야 합니다. 그 가능성은 충분히 밝다고 봅니다.
▷ 예전 사이버문화콘텐츠 아카데미 강연 때 ‘배우 유니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 네. 제가 그 ‘유니온’을 만들고 싶었는데 예술가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서 힘들더라고요.(웃음)
▷ 연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작품이란?
▲ 하는 사람이 즐겁고 보는 사람이 즐거운 작품입니다. 그렇게 배우와 관객이 일체감을 느낀다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교감이 될 때가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죠.
▷ 뮤지컬계의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뮤지컬계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10년을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적어도 10년은 투자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또 예술 하는 사람들은 관객의 칭찬이나 질타에 너무 쏠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쓴소리와 단소리를 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실연남녀’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자살’이라는 코드가 어둡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또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관객들의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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