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멜로드라마’는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요?
▲ 이 작품은 다섯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극의 내용을 잠깐 얘기 하자면 극 중 겉으로는 다정한 부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잘나가는 아내 때문에 서로 힘들어하는 찬일과 유경, 어려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를 잃은 남매 미현과 재현, 그리고 재현의 약혼녀까지 5명이 등장합니다. 미현은 사고 때문에 정신연령이 아이로 멈추었고 재현이는 어릴 때 받은 심장이식 수술 때문에 늘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요. 직업이 작가인 재현은 찬일과 유경을 인터뷰 하면서 알게 됩니다. 후에 재현의 동생 미현이 찬일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유경은 그 사실로 충격을 받아 재현과 술을 마시다가 하룻밤의 실수를 하게 되요. 이렇게 복잡다단한 사랑들이 서로 얽혀있는 작품입니다.
▷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이 작품은 2년 전부터 생각을 해왔었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본을 쓰면서 준비해왔습니다. 저는 평소에 늘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놓는 버릇이 있는데 그 아이디어가 모아져서 이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제가 결혼을 하면서 더욱 확실한 그림이 그려졌죠. 저도 막상 결혼을 하려니까 결혼 준비과정에서의 작은 일로 싸우는 일이 잦아져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때 결혼이 뭘까 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예전에는 서로 많이 사랑을 하면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잖아요.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데 그것이 괜히 세상과 사회에 타협하는 것 같아서 많이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결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연애의 목적, 사랑의 성공은 과연 결혼일까, 결혼을 하면 내가 완성품이 되는 것일까를 함께 고민하였고 그러다가 그 동안의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모아서 ‘멜로드라마’라는 연극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 아이디어 노트라면 무엇을 말하나요?
▲ 저는 평소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꼭 적어놓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김수영이라는 시인이 폐결핵에 걸려 죽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살았는데 결국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나, 잘나가는 코미디언의 이혼 등의 여러 상황들을 노트에 적어놓습니다. 그런 노트의 내용들이 모아져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 이번 작품의 캐릭터는 어떤가요?
▲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과 바람피운 여자가 미울 것이고, 바람피운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편과 이미 결혼한 여자가 미울 수도 있습니다. 모두 상대적인 악인이지요. 하지만 평면적으로 봤을 때 나쁜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우리가 불륜 드라마를 볼 때면 꼭 피해자가 있잖아요. 그런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캐릭터를 상대적인 악인 혹은 선인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 이번 작품에서는 연출자로서 배우에게 무엇을 가장 많이 주문하나요?
▲ 이번 작품에서 저는 배우들에게 유연성을 요구했습니다. 누가 잘못했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유연성 있게 캐릭터를 생각해보자고 주문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배역을 자기화하는 작업을 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모두 5고를 썼는데 초고, 2고를 가지고 배우들과 만나서 쪽대본을 나눠주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대본을 계속 바꿨어요. 물론 이야기는 똑같아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가지고 상황은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배우들은 그것을 보고 자신에 대해 더 깨닫게 되고 저는 배우들 말에 맞춰서 대본을 고쳐주었습니다.
▷ 배우들에게 즉흥극을 주문한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들에게 늘 주문하는 것인가요?
▲ 물론입니다. 종이 위에 있는 것을 읽는 것과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것은 다릅니다. 저도 대본을 쓸 때 종이위의 인물과 무대 위의 인물이 늘 다릅니다. 종이 위에 썼던 나의 상상 속의 인물을 배우에게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A라는 배우가 A라는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져서 확대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배우와 연출이 함께 움직여야 하지요. 제가 대본을 쓰기 때문에 대본에 손을 많이 대는 편입니다. 제가 먼저 움직이게 되면 배우도 함께 움직입니다. 대본이 처음 나올 때 3번 정도 리딩을 합니다. 그런 후 대본을 없애고 상황극을 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의 상황이라고 가정을 하면, 그 상황에 맞추어서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화를 내야 할 순간과 참아야할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것이 곧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보이기에 저는 즉흥극으로 배우들을 트레이닝합니다.
▷ 관객이 이 연극을 보고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하나요?
▲ 사실 불륜이라는 이야기는 낭만적인 코드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것을 보고 현실적인 모습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했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내 사랑에 대해 얼마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기가 힘듭니다. 그것을 솔직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여자연출로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연극 음악은 그냥 CD를 재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디 수까지 헤아려서 대사를 치게 만듭니다. 눈을 마주치고 손가락을 올리고 커피를 마시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이 관객의 눈에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배우들도 디테일함을 지켜가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의 성분을 어떻게 다르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조금의 다른 맛을 위해 최대한 디테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 배우들이 바라보는 장유정 연출은 어떤가요?
▲ 글쎄요.(웃음) 인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연습할 때는 엄격하게 합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과 연습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얄짤없습니다. 디테일에 승부를 거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디테일을 피곤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배우들은 즉흥극을 하면서 그 상황에 이미 익숙해져있기에 디테일한 작업을 할 때에는 굉장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만날 때는 언니 같고 엄마 같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 새로운 소재개발이나 아이템 개발은 어떻게 하나요?
▲ 다른 작가들이 하는 것은 모두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스크랩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용이나 미술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그것과 더불어 저는 많이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30개국 정도 여행을 다녔습니다. 남들이 다 가본 나라뿐만 아니라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러시아, 몽골, 리투아니아까지 많이 다녔습니다.
▷ 여행지 결정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여행 할 나라를 선정하는데 있어서는 정말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예전에 라트비아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기돈 크레머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은 나라 베트남을 가려고합니다. 저에게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또한 연출님의 작품에 반영된다는 말씀이신가요?
▲ 네. 물론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극작수업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고등학교만 나온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을 적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적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뛰어다니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작가노트에 부지런히 담고 머릿속에 담아놓습니다. 임팩트 했던 사건들과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구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2년 정도 걸리는데 그렇게 해서 작품이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이번 연극에 앞서 2편의 뮤지컬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셨습니다. 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 물론 부담감이 큽니다. 제 실력과 능력에 비하여 너무 많은 선생님과 관객들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 복에 겨워서 하는 소리인 것 같네요.(웃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제가 관객이 원하는 작품만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관객이 원하는 작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것에 그냥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 작품은 생명력이 없으니까요. 정말 저를 좋아하고 저에게 호응을 보내시는 분들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 않는 저의 그런 면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그것을 위해 본인 스스로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가 촉수를 세워야 할 부분은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는 지금의 대중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현대인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이번에는 다시 연극을 선택했습니다. 연극은 뮤지컬과 달리 무대, 배우, 대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까 좀 더 솔직해집니다. 누구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좀 더 확장해서 배우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 다음 제작사, 또 무대를 넘어서서 관객이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르려고 노력했습니다.
▷ 요즘에 연출가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연출이 되고자 한다면 일상생활에서 관찰력과 흡수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하고 동시에 설득력도 있어야겠지요.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성실해야합니다. 여러 테크닉을 공부하는 동시에 조연출, 무대감독 등 여러 가지를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기 고집을 세울 때는 세우더라도 덕장이 되어야죠. 그래야 주위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또한 배우와 스텝이 70%정도를 가져오면 완성된 그림을 위해 더 채워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작은 것 하나도 세심하게 챙기는 것 역시 잊으면 안 됩니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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