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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 교수, “한국의 뮤지컬 붐이 거품이라구요? 아직 시작도 안 한걸요!”

 

 

 

지난주 뮤지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원종원 교수(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올해 들어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항간에는 뮤지컬 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등장하고 있는데 원 교수는 이런 시각에 대해 ‘아직 우리 뮤지컬은 시작도 안했다’며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자본가 및 창작자, 그리고 관객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뤄나간다면 우리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못지않은 뮤지컬 시장으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비평가로도 활동 중인 원교수는 전문성을 띄면서도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비평으로 뮤지컬의 관객확대와 올바른 관극문화 운동에 힘을 쓰고 있다. 원종원 교수가 말하는 한국 뮤지컬의 현재와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자.

▷ 교수님을 두고 뮤지컬 평론가로 해야 할지 칼럼니스트로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호칭이 옳은가요?
▲ 전 세계적으로 봐도 뮤지컬만 평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연칼럼니스트 혹은 연극비평가인데 그것도 ‘연극’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냥 크리틱(critic)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권위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비평가나 평론가가 되려면 문단에 등단을 하거나 평론가협회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준들이 많이 적용이 되다 보니 외국에 비해  직함에 대해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평론 활동을 할 때 고답적인 이미지의 ‘평론가’라는 말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지 않아 고민했었는데, 그때 친하게 지내던 기자분이 ‘뮤지컬 칼럼니스트’라는 말을 추천해주셔서 그때부터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칙적으로 그런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타이틀에 한정된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좀 더 뮤지컬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반영된다면 직함은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 음악이나 연극을 원래 좋아했었나요? 어떻게 하다가 뮤지컬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나요?
▲ 저는 교수가 되기 전에 케이블 방송국 PD, 신문사 기자 등으로 사회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을 쓰거나 혹은 대중문화를 보는 시각이 학문적 입장보다는 현실적인 미디어 안에서 얘기 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은 ‘예술이 예술로 남아있는 것 보다는 대중적으로 접근되고 논의되고 소비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뮤지컬로 80년대말부터 인터넷을 통해 동호회 활동을 했었습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죠. 그때 전화선을 연결해서 쓰는 PC통신이 처음 만들어졌던 시대였습니다.

▷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인데 동호회 활동을 했다니 무척 궁금합니다. 어떻게 활동을 하셨나요?
▲ 88년 즘 제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처음 뮤지컬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했었습니다.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우리나라에는 뮤지컬이 정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세 가지가 없었습니다. 먼저, 작품이 없었어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없었고, 두 번째 극장가가 없으며, 세 번째가 런던이나 브로드웨이처럼 일년내내 공연을 봐주는 관객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역할 즉,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자본가들이 극장을 만들면 나는 거기에 관객을 꽉꽉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관객을 육성하는 관극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작품을 보고 와서 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교환하고 단체관람을 다니고 연출가나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웠죠. 그 동호회는 처음에는 15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차츰 회원수가 700~8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말 여러 계층의 친구들이 왔었어요. 중학생도 한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얼마전에 LG아트센터 직원이 되어 있더라구요. 정말 반가웠습니다.(웃음) 그 후 나우누리, 천리안이 생기면서 동호회가 많이 늘어났죠. 그러다가 지금은 완전 인터넷 시대입니다. 그때 그렇게 노력했던 것이 지금 이렇게 꽃이 피어 무척 기쁩니다.

▷ 우리나라의 뮤지컬 평론은 어떤가요?
▲ 외국에서는 크리틱들이 그렇게 고답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씁니다.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전문성을 띈 시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크리틱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자신이 가진 현학적 지식들과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연극이론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대중들이 이해하는 크리틱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언론이나 매체가 분화되고 발전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큰 담론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과학시간에는 다윈의 인간의 진화론을 배우면서 주말에는 교회에 가서 인간의 조상은 하나님이라고 생각하죠. 이 두 이론이 충돌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현학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평론은 큰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2007년 상반기 한국 뮤지컬을 결산한다면 어떤가요?
▲ 저는 일단 뮤지컬이 거품이라고 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막 도입부에 들어섰습니다. 상반기 징후들이 그것을 반영합니다. 상반기의 특징은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대형 흥행작들은 여전히 흥행을 이루고 있고, 그 와중에 굉장히 다양한 실험들이 소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장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이제는 뉴욕이나 런던에 가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공연을 봅니다. 즉, 이제는 우리 관객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는 ‘월드 크리에이티브’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좋은 작품이 오면 흥행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올해 들어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전화가 뮤지컬 ‘캣츠’와 ‘맨오브라만차’ 티켓을 구해달라는 얘기입니다. 그냥 달라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사려고 하는데 구할 수가 없으니 구해줄 수 있냐는 요청입니다. 기획사들은 팔고 싶은데 표가 없어서 못 팔고 있어요. 작품성이 검증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절대 거품이 아니예요. 일부 사람들이 거품이라고 하는 것은 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작품이 나오면 당연히 손해 보는 작품도 나올 수 있고 잘되는 작품도 나올 수 있습니다. 만드는 작품마다 다 잘되면 그것은 ‘꿈의 시장’ 아닌가요? 우리는 지금 당연한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 최근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때 뮤지컬이 기업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 굉장히 많습니다. 기업에서는 예전에는 7~80년대의 제조업중심의 경영이었다면 지금은 창조경영과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가 경영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문화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삽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죠. 실제로 아이덴티티 자체가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뮤지컬이 갖고 있는 특징이 브랜드이미지빌딩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뮤지컬은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공연’입니다. 공연은 매일밤 무대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인건비가 들죠. 공연은 공연장에서 돈을 내고 공연장에 들어간 사람들에 한해서만 매출이 발생합니다. 결국 공연은 오늘날 복제가 잘 되는 사회에서 비복제 문화로 존재합니다. 대중적이고 유니크하고 특별한 장르입니다. 외국에서는 매일밤 수백명이 그 공연을 보기 위해 그곳에 갑니다. 그것이 기업과 접목되면 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영국에서 웨스트엔드 매출이 프리미어리그보다 훨씬 큽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갈수도 있지만 프리미어리그는 20개 구단에 10개의 경기가 시즌에만 열려요. 하지만 뮤지컬은 매일밤 40개의 공연을 일년내내 합니다. 그것을 보기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소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붐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1차적인 소비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극단 시키가 전역 8개의 전용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용관은 기업이 지어 위탁운영을 맡긴 것입니다. 기업입장에서는 극장을 가짐으로써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 주변에 쇼핑몰이나 레스토랑 거리를 세워 부가적 수입이 발생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부동산가치가 올라가게 되죠. 결국 기업들은 작품을 제작할 필요 없이 벤뉴(venue)를 만들고 그것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에게 위탁운영하게 되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됩니다.

▷ 교수님은 뮤지컬을 사회의 진정성에 대한 선순환구조로 받아들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텐데요..  
▲ 네. 처음에 이런 관극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이것은 저 혼자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우리 관객의 수준이 절대 낮은 것이 아닙니다. 관객입장, 소비자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뮤지컬이 더 대중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결과를 따져야 되요. 관객들이 수용 가능한 가격이 형성되고 그래야 본격적인 뮤지컬의 매력이 발산됩니다.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티켓가격이 낮춰질까?’입니다. 티켓 가격의 조정은 하드웨어가 중요합니다. 공연장을 많이 만들어서 장기공연을 하여 제작비 절감이 되어야 티켓가격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기업은 뮤지컬이 산업화 되었을 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중장기적으로 생각하여 그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 네. 기업들은 공연장을 재산증식의 개념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문화교육 장소로서 빈부격차와 정신문명소외 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어떤가요?  
▲ 제가 지난주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님을 모시고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매일밤 그렇게 사람들이 꽉꽉 차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셨어요. 공연은 곧 관광자원이 됩니다. 지금 영국에 가면 영국 사람은 휴가를 떠나고 거의 없습니다. 거의가 전부 관광객입니다. 영국의 그 많은 관광객은 다 문화적인 소비를 위해 오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반만년 역사가 있다지만 서울에는 그것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민족성 자체가 좋아요. 예로부터 판소리, 창가, 탈춤, 광대 등 노래와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의 예술은 늘 있어 왔습니다. 이 분야가 잘 발전이 돼서 우리만의 양식과 잘 부합이 된다면 문화는 관광자원으로써 반드시 발전 될 것입니다. 그런 발상의 전환으로 대기업과 국가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 콘텐츠개발 주체로서 아시아시장은 어떤가요?
▲ 현재 뮤지컬의 선진국들은 그 역사가 150년이 넘습니다. 그렇기에 그들도 최근 들어 새로운 소재 발굴에 굉장히 열심입니다. 규모의 경쟁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드백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곳이 바로 아시아입니다. 아시아가 새로워요. 이제 그들도 이국적인 수용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에 아시아적인 가치가 결합되어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분명 소재의 가치가 높습니다. 이번에 에딘버러에 한국작품 12개가 나갔습니다. 그중에 ‘보이첵’과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현지 언론에서 별5개를 받았습니다. 그 공연들은 티켓이 없어서 못 파는 실정입니다.

▷ 현재 에딘버러에서 인기 있는 한국작품은 비보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시나요?
▲ 영국이 현재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젊은이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극장은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영국은 관객들이 대부분 연금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오히려 한국을 더 부러워합니다. 현지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인기 있는 이유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연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젊은이들은 밤에 춤추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한국 비보이들이 춤도 잘 추기 때문에 열광을 하는 것이죠. 또한 큰 극장에서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티켓가격이 쌀 수밖에 없습니다. 공연을 보면 춤추러 가고 싶어지는 젊은이들의 심리가 한국의 비보이공연과 묘하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 전통소재도 좋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외국시장에 접목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이첵’처럼 원작자체를 외국에서 가져다가 우리식으로 각색하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여 전 세계적 마켓에 빨리 준비해서 도전해야 합니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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