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를 늘어뜨린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남자는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정장과 보타이, 행커치프 등 완벽하게 갖춰 입고 와인을 음미하고 있다. 그의 앞으로는 맛있게 조리된 파스타와 커피, 에피타이저로 나온 노릇노릇한 빵이 놓여 있다.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세 개의 초는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포스터 속에는 ‘맛있는 베스트셀러가 멋있는 연극으로!’라는 문구도 있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원작의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 모으며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포스터는 예수라는 성인의 이미지를 보여주듯 흰색이 전체적인 바탕을 이룬다. 그렇다면 포스터 속의 인물은 누구일까.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라는 제목을 볼 때 그는 예수일 것이다. 그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단정한 콧수염, 낮게 내리깐 눈이 그가 예수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양복을 입고 있는 예수의 모습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라는 깔끔한 타이틀 위로 ‘힐링드라마’라는 문구가 있다. 이 작품은 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현대 사회의 관객에게 위로를 전하는 ‘힐링드라마’를 자칭한다. 그렇다면 예수가 그를 초대할 만큼 진정한 대화와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은 누굴까.

포스터 정면에 위치한 예수의 맞은편으로는 잘 익은 스테이크가 조리돼 있다. 주인을 기다리는 음식과 붉은 와인은 먹음직스럽다. 포스터 속 예수는 식사를 시작하려다 멈춘 것처럼 포크를 스파게티 접시에 놓고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다. 깊은 풍미를 더하는 와인의 향기를 맡으면서 말이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엘리트 중년 남자인 ‘남궁선’이 약속장소에서 자신이 예수라고 말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친구들의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했던 남궁선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지 예수라는 우기는 남자와 함께 식사하게 된다. 식사를 하면서 남궁선은 점점 그와의 대화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 공연에 이은 앵콜 공연이다. 이 작품은 종교적일 수 있는 소재를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풀어냈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삭막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 사회의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영화 ‘물고기자리’로 호평받았던 김형태가 연출을 맡아 극의 섬세함을 더했다. 그 외에도 예수 역으로 최성원과 남윤길이, 예수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남궁선 역으로 신승환과 강경덕이 함께 출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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