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의 리코더 연주에 대해 사람들은 ‘악기를 부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김수진은 이런 자신의 연주 평에 대해 “가사가 있는 노래만큼 제가 음악을 잘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하며, 꾸준히 공부하는 연주자라는 점이 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8월 7일 오후 3시 금호 아트홀서 열리는 이번 ‘김수진 리코더 독주회’는 2008년 귀국 후 그녀의 8번째 독주회다. 비발디의 화려한 콘체르토와 트리오 소나타를 모아 고음악 앙상블인 ‘알테 무지크 서울(Alte Musik Seoul)’과 함께 무대로 준비했다. “당시대 악기로 연주되는 이번 연주회는 리코더의 영역의 한계를 벗어나 보는 실험적이고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에요. 특히 마지막 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사계 중 ‘여름’이에요. 리코더로 연주되는 ‘여름’에 많은 관심 가져 주셨으면 해요”

리코더는 대중에게 친근하면서도 낯선 악기다. 김수진은 어떻게 해서 많은 악기 중에서 리코더 연주가가 되었을까. “리코더가 남다르게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느 교실에선가 울려 퍼지는 리코더 합주의 소리를 듣고 난 후에요. 그 소리를 듣고 나서는 점심시간 이후 매일 울려 퍼지는 리코더 음악을 매일 찾아가 감상하게 됐고 결국엔 교내 리코더 합주단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리코더를 제외하고 살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또한, 그녀는 처음 리코더를 알게 하고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지금까지도 자신을 지탱해준 고마운 분으로 현재 한국음악협회의 최규용을 꼽는다. “선생님께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으며 오늘까지 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리코더를 국내에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김수진은 리코더계의 거장 케이스 부커(Kees Boeke)에게 사사,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점수로 졸업하는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지금껏 가장 인상적인 순간에 대해 “물론 만점을 받았을 때의 순간이었죠. 정말 꿈만 같았어요. 점수를 따지기 이전에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유럽의 곡을 연주해서 그들을 만족시켰다는 것 자체만으로 저에겐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어요”라고 회상한다. 그녀가 다닌 학교에서 만점이 나온 것은 10여 년 만에 그녀가 처음이었다. “한 시간의 졸업연주를 다 마치고 점수를 듣던 순간은 아마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날 심사장은 현재 스위스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 교수로 있는 세계적인 리코더 연주가 콘라드 스테인만(Conrad Steinmann)이 맡았는데 심사평으로 간단하게 한 말씀 하시더군요. ‘나는 오늘 시험을 채점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연주회를 들었다’고. 제 평생 잊지 못할 심사평이에요.”

리코더의 가장 큰 매력은 나무에서 울려 퍼지는 순수한 울림이다. 악기 중에 가장 원초적이기에 그만큼 예민한 악기이기도 하다. 리코더는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한 악기로도 여러 가지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휴대하기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대중과 친근해질 수 있는 리코더만의 매력이다. 그녀는 리코더만이 가진 음색의 매력에 대해 “리코더가 바로크 시대 이후에 가로 피리나 플루트에 밀려 사라졌었거든요. 사람들이 좀 더 자극적이고 크고 강한 음악들을 점점 원했기 때문이죠. 이것이 증명하듯 리코더의 소리는 순수한 영혼의 울림 같다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수진이 존경하는 음악가는 그녀에게 유학생활의 첫 교수님이자 리코더계의 대부이신 케이스 부커(Kees Boeke)다. 그녀가 그를 만난 것은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에서다. 바로크 음악에 대한 지식 없이 연주도 모방에 불과했던 그녀가 리코더에 대한 열정 하나 가지고 그를 찾아갔다. 그녀는 케이스 부커(Kees Boeke)와 공부하는 동안 그의 모든 수업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청강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케이스 부커(Kees Boeke) 역시 그녀만이 알 수 있는 많은 부연설명으로 그녀를 도왔다. “집으로 찾아가면 항상 재워주시고 직접 만드신 올리브 오일로 맛있는 스파게티까지 해주시면서 제게 가르침을 주셨죠. 2008년 한국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이후 4년 만인 2012년 2월에 다시 케이스 부커(Kees Boeke) 선생님을 모시고 마스터 클래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벌써 기대되고 설레네요”

그녀는 이탈리아 초기의 바이올린 위주로 작곡된 힘 있고 조금은 파격적인 음악을 즐기는 편이다. 작곡가로는 카스텔로(Castello), 우첼리니(Uccellini), 메알리(Mealli) 등의 음악이다. “당시 작곡적인 특징은 악장구성이 따로 되지 않고 한곡으로 이어져 템포가 변화하는 식의 음악형태였는데요. 50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당시 작곡되었던 화성이나 스타일이 놀라워요. 이런 곡들은 편안함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바로크 음악에 대한 편견에 대한 반론을 보여줘요”

최근 젊은 층에게 클래식은 아직 낯선 장르다. 김수진은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통해 한때 클래식 붐이 일었던 적이 있어요. 대중들에게 연회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매체들을 통해 음악을 보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지하철 예술무대 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김수진이 리코더 연주자로서 가지고 있는 철학은 무엇일까. 그녀에게 있어 ‘좋은 연주자’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 서는 사람이다. 그녀의 연주철학은 매회 연주마다 새로운 시도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선택해서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다. 여러 나라와 시대의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연주함으로써 리코더는 물론 클래식 악기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이번 독주회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현악기들과 리코더와의 조화 즉, 서로간의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음색의 어울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작곡자의 생각들을 연주자들이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해요”라며 독주회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이번 독주회에 사용되는 ‘리코더, 쳄발로, 비올라, 다 감바’는 바로크 시대에 많이 성행하던 악기다. 한동안 그 모습을 감췄다가 최근에 다시 연주되는 악기들로 가장 바로크적인 악기라 할 수 있다. 이번 독주회는 바로크 시대의 악기 세 가지를 다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소수에 불과한 고음악 연주자들이 모여 비발디의 곡만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로 이번 연주에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그들의 연주가 현재 관객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클래식 연주를 감상하실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과 생각을 줄 거예요. 신선한 감동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녀는 현재 계획했던 많은 연주활동을 펼쳐 나가며 리코더와 다양한 각기들과의 교류를 실현하고 있다. 리코더 앙상블과 타악기의 연주, 성악과의 연주, 중세음악의 소개 등 그녀의 연주활동 범위는 넓고 다채롭다. 앞으로 국내의 많은 연주자들이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하며 자신 또한 부지런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김수진. 그녀의 리코더 독주회는 8월 7일 오후 3시 금호 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8월 호에 실린 글임)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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