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뮤지컬 <스핏파이어그릴>에서 주인공 ‘펄시’역으로 열연중인 뮤지컬배우 조정은씨를 만났다. 끊임없이 오가는 공연계의 전쟁 같은 희로애락도 그녀 앞에서는 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런 평온함을 가졌지만 결코 열정을 놓고 있지 않는 조정은씨, 짧은 인터뷰지만 그녀에게 함께 부산스럽지 않는 시원한 초여름 저녁을 통째로 선물 받은 듯 하다.
“뮤지컬 <스핏파이어그릴>은 각자가 가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충분히 평범할 수 있었던 아이가 어두운 과거를 가지게 되었지만, 극은 그녀의 어두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요. 어떤 드라마틱함 보다는 일상의 리얼함을 담고 있죠.” 그녀는 조곤조곤하게 이번 작품이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달라는 주문에 “음악이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 작품의 뛰어난 음악은 관객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기존의 뮤지컬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Folk를 기초로 한 어쿠스틱한 스타일이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수준 높은 음악은 이 작품전체를 아우릅니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음악이 좋아요. 매일 매일이 달라요. 공연을 하면서 하나하나씩 숙제를 푸는 느낌이예요. 정말 많은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창작뮤지컬의 한계성은 음악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은 오늘내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숙제로 남아있다. <스핏파이어그릴>이 외국 작품이지만 이것으로 배울 점은 확실해졌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특별한 배우한 분이 출연하시는데, 바로 연극배우 출신의 ‘이주실’씨다. 극 속에서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할머니 ‘한나’ 역을 연기하는 이주실씨를 보기 위해 객석은 중·노년 관객들도 많이 보인다. “이주실 선생님은 저 뿐만 아니라 저희 작품 전체에 ‘도움’의 이상을 주십니다. 그냥 선생님께서 계신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고 중심이 잡혀 있죠.” 또한 이주실씨의 뛰어난 연기력도 물론이지만, 극의 중심을 누군가가 잡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다른 배우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 선배님이라며, 이번에 함께 공연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어떻게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되었을까? “고등학교(계원예고)수업에 뮤지컬수업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뮤지컬이 뭔지도 몰랐죠.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드라마를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우 와 닿았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꼭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면서 그녀의 뮤지컬배우는 시작되었다.
“서울예술단에서의 활동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주었어요. 마치 엄한 부모님에게 사회에 나가기 전에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앙상블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첫 단추를 잘 끼웠죠.(웃음)” 예술단에서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배웠다고 한다. 의상이나 소품에서 배우로써의 선후배 질서나 예의까지 모든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고 . 그녀는 3년 정도 서울예술단 활동 후에 <미녀와 야수>라는 작품으로 프리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서울예술단에서 배웠던 것이 바탕이 되어 지금까지도 ‘잘 배웠구나’하며 작품에 임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고 물었다.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너무 좋은 일이예요. 각자의 이상과 각자의 몫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굳이 하나 꼽자면, 시련이 닥쳐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정말 하고 싶은가?입니다. 하고 싶다면 그 열정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배우로는 이번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민영기씨를 뽑았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화성에서 꿈꾸다>(수원공연)를 같이 했었는데, 정말 좋은 파트너입니다. 흡수도 빠르고 무대에서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에 큰상도 받아 저도 기쁩니다.”

뮤지컬이외에 관심 있는 예술분야가 있냐고 물었다. “저는 발레를 무척 좋아해요. 특히 강수진씨의 열혈팬입니다.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분은 그냥 발레리나가 아닌 것 같아요. 연기도 너무 잘하시고 작품에서 다른 어떤 누구도 보이지 않을 만큼 테크닉은 이미 뛰어넘으셨고, 작품에 대한 해석력도 훌륭합니다. 정말 예술가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에게 이번 8월에 있을 ‘강수진과 친구들’공연을 알려주었더니 그녀는 무척 기뻐하였다. 혹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꼭 자신이 팬이라는 것을 알려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조정은씨의 단아한 열정이 강수진씨와 많이 닮아 있는 듯 했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서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는 뮤지컬배우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는, 배우활동으로 인해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인 것 같아요. 저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아직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더 크고 넓게 보고 무대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당장 뭔가 채우려하기 보다는 긴 항해를 하듯이, 그 사이 쓰디 쓴 과정까지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뮤지컬 <스핏파이어그릴>은 진지한 드라마와 여운을 중요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정은씨, 작품 그 속에 그녀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잔잔한 고요를 딛고 조용히 제 갈 길을 가는 그녀의 항해가 매우 주목된다.

편집부 공정임기자 kong24@hanam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6월 23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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