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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길 연출 - Extreme Dance Comedy <피크닉>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영혼, Extreme Dance Comedy <피크닉> 백원길 연출

대학로에 오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시간모를 이곳은 머무는 모든 이들을 기꺼워한다. 고즈넉한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막 <피크닉> 연습을 끝낸 백원길씨를 만났다. 힘든 연습 후에 고단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잠시 뒤로 하고 작품 <피크닉>과 그의 그동안의 작품에 대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제가 연출자로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아직 햇병아리에 불구하죠.(웃음)”라며 첫마디와 함께 겸손한 웃음을 보였지만, 그는 지난 4월 19일~22일 영국 웨스트엔드 새들러스 웰스 ‘피콕극장’에서의 <피크닉> 5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한국 공연의 초연을 공연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한다는 것 자체도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피크닉>은 기분 좋은 결과까지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공연은 실질적으로 배우들이 관객을 만나서 갈고 닦으면서 그 완벽성이 높아집니다. 우리 배우들이 연기경험이 전무한 비보이들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저희 작품이 추구하는 코미디가 영국에서 친숙한 코드라 그런지 다행히도 많이들 즐거워 했습니다.”
사실, 영국공연에서 작은 음향 사고가 있었는데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한다. 그런 예상치 못한 이례적인 일이 생기면 배우들은 ‘연기’를 하려는 계산은 다 잊기 때문에 더 잘한다고 한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작은 사고가 반갑기까지 하더라며 농담을 던졌다.

같은 작품이라도 외국 공연과 한국공연은 조금 다르다. 코미디도 스타일이 다 달라 조금의 수정이 필요했다며 “우리나라는 빠른 부조리의 코미디에 익숙해져 있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아요. 서로 호흡이 맞는 코미디나 슬랩스틱(slapstick)한 장면을 좀 더 많이 넣었습니다.”
외국의 관객문화 또한 궁금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공연을 해체하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의 관객문화는 어떨까. “영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연을 즐기러 옵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식의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죠.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우열이 없으니까요.” 그는 몇 천 년의 역사로 자연스럽게 공연문화의 습관이 녹아있는 그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우리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분명 우리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라며 우리 대학로 문화를 아끼는 토종 ‘연극人’다운 말을 했다.

 


비보이들의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에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단기간이었다면 힘들었겠죠. 비보이들은 쇼는 가능한데 드라마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은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비보이들의 연기지도까지 포함한 플랜으로 시작했습니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춤을 많이 못 추게 하고 배우로써의 기본기부터 연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비보이들은 밀도 있는 연기력과 프로무대의 적응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피크닉>의 연습실에서는 그들끼리 유행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지금 너의 행동은 ‘배우’의 마인드로 생각하고 한거야?”라는 말이다. 아무리 춤을 잘 추어도 그들은 비보이이기 이전에 연기자여야 한다. ‘연기’에 대한 그들의 노력이 살짝 엿보이는 재미있는 유행어이다. 그들은 이제 ‘배우처럼’이 아니라 그냥 ‘배우’이다. 바로 이것이 <피크닉>이 다른 비보이 공연들과 다른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스타’배우가 없다. 그만큼 작품 자체에 신경을 더 쓴다는 말이 된다. 티켓동원력이 좋은 배우의 캐스팅에만 혈안을 올리고 있는 일부 공연제작자들에게 귀감이 될 작품이라 하겠다. 내가 마케팅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는 “작품의 성공은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마케팅은 잘 몰라요. 마케팅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웃음)” 맞는 말이다. 연출자에게 마케팅을 물어보다니,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이 왔다.

<점프>는 작품의 곳곳에 한국적임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었는데, <피크닉>은 어떻냐고 물었다. “<점프>가 한국의 한 가정을 통째로 그린것이라면 <피크닉>은 좀 더 다국적입니다. 죄수나 감옥이라는 코드는 어느 나라에 가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비보이 자체가 이미 ‘한국적임’입니다. 춤은 단연 우리나라가 최고죠.”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내보였다. 또한 <점프>나 <난타> 같이 대사가 없는 넌버벌(Non-Verbal) 작품은 음악 및 음향에 그 디테일함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음악감독님과 배우들의 견해차이가 약간 있었어요. 자기 영역에서는 단연 최고인 분들이기에 그들만의 스타일이 확고했기 때문입니다. 그 성향을 최대한 조절하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백원길씨는 원래 연극배우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서 <보이첵>, <휴먼코메디> 등의 작품에서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은 ‘눈물이 나는 웃음’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꼭 ‘웃음’이 제 연기의 철학은 아니예요. 연극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첫째가 피지컬(physical)이나 어떤 실험극이고 두 번째가 관객의 즐거움을 지향하여 철저하게 웃기는 작품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가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상반되는 두 이미지를 모두 가진 배우는 참 드문데, 여기에다 그는 이제 연출자이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힘의 원천이요? 글쎄요.. 그냥 다른 것은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웃음) 그냥 연극을 좋아해요. 좋아하고 사랑하고 내가 그것을 즐기는 것이죠. 그것밖에 없어요.” 정말 아티스트다운 대답이다.

“저는 공동창작을 합니다. 단 한명의 배우(혹은 스텝)가 낸 의견도 함께 공유합니다. 차이점을 얘기하고 의논하면서 창작하죠. 그런 것들은 작품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연출자’는 조금은 외롭다고 한다. 배우는 박수를 받을 때 매우 행복하고 관객과 끝까지 호흡할 수 있지만, 연출자은 공연 내내 가슴 졸여야 하고 박수를 받을 때에도 많이 뜨거워지긴 하지만 배우만큼은 아닌 것 같다며, 연출의 그런 부분을 매력으로써 즐겨야 한다고 했다. “배우활동을 한 것이 연출에 매우 큰 도움이 됐어요. 연출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확고하게 섰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매일의 제 직업은 ‘배우’입니다. ‘몇몇 작품을 연출했던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는 연출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아주 작게 평가했다. 하지만 ‘연출자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며 연출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했다. 거기에서 후배 연출자들을 이끌어주는 힘이 보이는 듯했다.

또한 그는 (주)세븐센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실 경영자로써의 저는 마이너스예요. 물론 그런 것들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풀어집니다. 동료들이 제게 없는 능력까지 믿어주고 따라줘서 감사하구요.” 사실 예술가인 그에게 비즈니스와 경영의 일은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점프>를 함께 했던 ‘예감’과 함께 하게 되어서 훨씬 편하다며 많은 부분을 함께 의논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아티스트로써 관객을 어떻게 바라보냐고 물었다. “요즘처럼 공연을 많이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좋은 작품과 안 좋은 작품으로 구분되는 그 잣대를 조금만 보편화 시켰으면 좋겠어요. 소수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작품은 존재해야하는 것이니까요. 무대예술이 재미 있는건 영화와 다르게 매번 같은 필름이 아니라는 그 변화무쌍함에 있어요. 그 안에는 작은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어느 객석의 누구한테는 잘 보이지 않은 무대일 수도 있죠. 그런 것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까지도 봐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며 요즘에는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까지 사랑해주시는 그런 분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티스트들 또한 콘텐츠의 다양성을 더 고민해야 합니다. 뭔가 새로운 감정의 정서를 발견할 때의 즐거움을 알고 그런 시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많은 인터뷰를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사람들은 민족성 자체가 뮤지컬을 잘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이 자화자찬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생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는 없는 드라마에 탁월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힘이나 그것을 표현해내는 힘은 그 민족만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의 정서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정’이나 ‘흥’처럼 외국에는 없는 단어들이 많죠. 그런 것들은 외국에서도 많이 인정받고 있어요. 그런 것에 비해 기술이 아직 많이 뒤떨어졌죠. 하지만 우리도 전문화되어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우리 후배들이 곧 따라잡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더 신명이 나죠.”

 


지난 4월 18일 문화관광부에서 2007 에딘버러 축제에 참가하는 팀 중 6팀을 선발하여 지원한다고 밝혔다. <피크닉>은 이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어 배우 및 스텝들의 경비와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받는다. 그는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아직도 어려운 시기를 못 넘겨 사장되는 좋은 작품이 많다며 정부의 좀 더 심도 있고 밀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렸다. “많은 부분 <점프>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점프>는 5년 넘게 쉼없이 발전되고 달려온 작품이예요. <피크닉>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어떠한 매력이 어떻게 펼쳐질 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냥 공연을 즐기고 웃으시면 됩니다.”

그는 <피크닉>의 배우들에게 ‘한번도 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용기’를 가장 크게 주문한다고 한다. 공연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그 선 너머를 과감하게 뛰어 넘으라고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억압하지 말고 무조건 출발하라며 아티스트의 열정과 의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피콕극장에서의 성공적인 초연도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속에 끊임없는 그런 ‘용기 있는 출발’이 집약되어 있었다.

1시간이 넘은 백원길씨와의 인터뷰는 장쾌한 어떤 희망을 확인하는데 충분했다. 이미 많은 부분을 선두에 서있지만, 그는 그냥 무대를 사랑하는 겸허한 사람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빚어내는 노력의 열매를 감상하면 된다. 2007년 5월 이미 봄이 시작되었고 그 생명력이 고개를 내밀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우리들도 <피크닉>으로 여기저기 튀어 오르는 수분 넘치는 웃음을 만끽해 보자.

Extreme Dance Comedy <피크닉>은 5월 26일부터 7월 22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정임 기자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5월 25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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