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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환 인터뷰 - 내 마음에 공화국하나

 

 

 

공연과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 현재 뮤지컬 ‘동물원’에서 주인공 ‘만승’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박정환씨를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는 얼마 전까지 뮤지컬 “미스터마우스”와 연극 ‘흡혈귀’,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이미 대학로에서는 뛰어난 실력과 폭넓은 인간관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배우이며, 실제로도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였다. 이날 그는 공연을 마친 후,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닌 채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친근한 미소와 말투를 지녔지만 무대 위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무한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진정한 배우였다. 그 확고한 가치관을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역시 배우라는 저 자리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한번더 깨닫게 되었다. 자, 지금부터 그의 무대 위 인생으로 가보자.

▷ 먼저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어 감사하다. 현재 뮤지컬 ‘동물원’을 공연 중에 있는데 그 외 최근 근황이 어떠한가?
▲ 8월에 “미스터마우스”를 끝내고 그 이후 쉬지 못했다. 정극 ‘흡혈귀‘와 ’런닝머신‘을 공연했으며 지금은 백암아트홀에서 뮤지컬 ’동물원’을 공연중이다. ‘동물원‘은 실제 동물원 밴드의 노래를 가지고(실제 동물원 멤버들이 음악감독 등으로 참여한다.) 가상의 스토리를 입혀 무대에 올린 작품인데 ‘만승’역을 맡아 공연 중에 있다. 처음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매우 기뻤던 만큼 지금 이 작품에 푹 빠져있다. 또 정극‘칠수와 만수’를 준비 중에 있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며, 칠수와 만수 중 ‘칠수‘역을 맡아 연습할 예정이다. 공연이 끝나면 10일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최근엔 그렇지 못했다. 물론 배우에겐 행복한 일이다.(웃음)

▷ 밴드연습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 내년 10월,11월에 할 공연을 연습하는 것이다. ‘길위에서’라는 작품인데 이번에 세 번째 공연이다. 같은 제목으로 스토리와 레파토리를 바꿔서 공연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그 중에서도 락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멤버 전체가 라이브로 연주한다. 나는 베이스를 맡았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점점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

▷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가? 비전공자가 선생님 없이 혼자 악기를 연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 음악이 너무 좋다. 사람이 무언가에 열심히 10년 이상 한다면 뭐가 되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배우를 열심히 해왔다. 이제 “배우 박정환”은 억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 있다. 객관화가 되어간다는 말이다. 그럴 때 음악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지금부터 음악을 열심히 또 10년 이상 버틴다면 45살쯤 되면 더 큰 꿈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때는 공연과 관계없이 여러 군데 세션을 다니고 싶다. 물론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말이다.(웃음) 배우는 무대 위에서 존재하며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배우는 언젠가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작품은 남지만 배우는 없어진다. 연극인들은 한계를 가진 사람이다. 반면 음악은 자유롭다. 요즘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피아노는 음악을 배우면서 무언가의 바닥을 건드린 느낌을 준다. ‘내가 왜 진작에 이것을 안 했던가..‘하고 생각한다. 멋도 모르고 영화를 하다가 연극을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웃음)

▷ 그렇군요. 정환씨 얘기를 듣고 보니 음악이라는 분야가 좀 더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웃음) 많은 연극과 뮤지컬작품에 출연하였는데 이 두 분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아무래도 뮤지컬은 많은 음악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음악의 힘이 크다. 관객들을 동화시키기에 좋다. 한 점의 풍경화 같다. 반면에 연극은 ‘침묵‘이다. 뮤지컬엔 없는 것이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라고나 할까?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 단지 어떤 것을 원하는 시대인가가 중요하다. 뮤지컬의 음악과 연극의 대사는 같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단지 운율에 맞춰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어떤 ‘방법’의 차이이다.

▷ 이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인데 여러 작품에서 정환씨를 많이 찾을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 나는 대본이 좋으면 무조건 한다. 대본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고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이야기들, 작품자체에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시대의 고민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작품 말이다. 물론 무거운 주제는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단순히 많은 관객만을 원하지 않는다.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관객을 원한다. TV쪽도 역할과 작품이 좋으면 할 것이다. 좋은 배우는 좋은 배역이 만들고 좋은 배역은 좋은 작품이 만드는 것이다.

▷ 작품을 할 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나에게는 상대배역이 굉장히 중요하다. 연기의 방법론을 말하는 것인데, 나는 상대방에게 나를 다 줘버린다. 그 사람을 믿는 것으로 나를 바꾼다. 지난 ‘미스터마우스’에서도 상대배우(아버지)를 믿는 것으로 나는 진정한 ‘인후’가 되었다.

▷ 본인이 출연한 작품 중 본인의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작품은 무엇인가?
▲ 글쎄.. 지난달 마친 연극 ‘런닝머신’이 가장 비슷한 것 같다. 만약 내가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반면 나와 가장 달랐던 캐릭터는 연극 ‘이(爾)’에서의 ‘공길’이다. 정말 힘들었다. 물론 그 덕분에 연기가 많이 늘었다.

▷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 음.. 학교 다닐 때 했던 ‘베짱이’라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식으로 작품 전체가 음악과 노래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개미나 베짱이라는 캐릭터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겼고, 또한 내가 배우로써 건방져지지 않을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다. 대학 때 시를 쓰시던 분이 만든 작품인데 곧 대학로에도 나올 것이다.

▷ 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두터운 팬 층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관리한다는 말은 좀 안 맞다. 그들은 팬이 아니다. 그냥 내 가족이다. 그냥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내 삶의 일부분처럼 내가 뭘 하든 나를 믿어주고 어딜 가서도 항상 나를 생각해주고 걱정해 준다. 그래서 내가 힘들 때 정말 큰 힘이 된다. 그것이 바로 친구이고 식구인 것이 아닌가? 내가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그들 모두 직장과 학교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그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나는 그들에게 만나기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시간되면 자주 같이 밥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진솔한 얘기도 한다. 그냥 늘 보던 옆집오빠(?)처럼 말이다.(웃음)

▷ 정환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팬들을 그렇게 한결같이 대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많은 팬들이 정환씨 곁에 머무는 것 같다. 스스로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 (웃음) 글쎄요..좋은 배우라는 말은 아직 이르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 그렇다면 좋은 배우의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좋은 배우는 ‘골’이 깊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골’이란 마음의 스크래치, 상처 같은 것이다. 고민과 걱정, 상처도 많고, 많이 아파 본 그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연기를 더 잘한다. 인생의 ‘골‘이 있는 사람들은 느낌이 틀리다.

▷ 아...그렇다면 그런 ‘골‘이 아직 미숙한 후배들을 보면 어떠한 조언을 해 주는가?
▲ 후배들에게 조언을 할 때는 작품을 가지고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으로 그들에게 쉽게 조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친구들은 모든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 무대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작품에 어떤 역할인지, 왜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 그냥 ‘자기’가 되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배우는 공연이 끝날 때 실력이 느는 것 같다. 끝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렇기에 많이 경험해야 한다.

▷ 현재 공연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많은 공연들이 배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작품 오디션을 보러 가면 사람들이 다 놀란다. 배우는 좋은 작품을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배역에 오디션을 본다. 결코 배우가 작품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제작자들은 “저 배우를 잡으면 파워가 생긴다”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공연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흥행할 것 같지 않으면 처음부터 아예 만들지 않는 것 같다.

▷ 그러면 제작자들이 흥행을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흥행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흥행만을 생각하다보면 질이 떨어진 작품이 나오게 된다. 그런 작품들은 관객들이 먼저 알아채고 결국엔 멀어진다.

▷ 제작이나 교수에는 관심이 없는가? 나이가 든 후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를 대비한 대책이 혹시 있는가? 일종의 노후준비 같은 것 말이다.(웃음)
▲ 내 노후 대책은 음악이다.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무대 위 배우와 틀리다. 제작이나 교수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연기라는 것은 결코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겁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 우리는 ’연기‘를 잘 모르지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정환씨는 철학적으로도 배우인생을 잘 쌓아나가고 있으신 것 같다. 자신에게 배우 혹은 연기란 무엇인가?
▲ 연기는 내가 없어져야 한다. 무대 위에서 나를 없애는 작업이다.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배역의 창조를 위해 내가 없어져야 한다. 나는 ‘연기를 잘 하려고 하지 말자.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늘 생각한다. 나는 무대에서 내가 없어지길 원한다. 나머지는 상대방이 다 알아서 해준다. 그렇게 상대방을 굳게 믿는다.

▷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자..’ 정말 멋진 말인 것 같다.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진정한 연극을 원하는 후배들이 많이 줄었다. 많은 후배들이 매체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발 대학로 연극무대를 매체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많은 후배들이 대학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여기는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이곳에 자기를 묻어야 한다.

▷ 그러면 특별히 관객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면?
▲ 공연에 매니아가 되지 말고 작품에 매니아가 되어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몇몇 관객들은 한 공연을 위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한다. 한 공연을 수십 번 씩 보는 것은 결코 연극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

▷ 좋은 말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이미 훌륭한 배우가 되었지만 앞으로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은가?
▲ 아직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다.(웃음) 나는 음악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처음엔 음악이 단순한 취미생활이었는데 이제 물위로 올라왔다. 너무 재미있다. 내가 느슨해진 것을 다시금 조여 준다. 음악과 연기는 연결되어 있다. 분리되어있다는 생각은 안한다. 좋은 음악 속에 좋은 연기도 있다.

< 취재후기 >
“나는 절대로 살면서 ‘연기’하지 않겠다.“라는 그의 말이 가장 인상 깊은 가을밤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 수 없었다. 배우인생의 지침이 되는 듯 딱 맞아 떨어지는 ‘정답’이었다고나 할까...그날 제주도에 다녀온 어떤 팬이 주었다며 우리에게 선물 자랑을 늘어놓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또 작품 속에 푹 빠져 있는 그의 다른 모습은 바로 더도 덜도 아닌 진정한 배우 ‘박정환‘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카리스마였다. 그를 그토록 강하게 지탱하는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지던 찰나 그가 바로 해답을 주었다. 바로 내 인생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또 하나 희망을 잡은 것 같았다. 무한한 그의 발전이 기대된다.

편집부 / 공정임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6년 10월 28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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