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뮤지컬 <동물원>의 이종오 연출자와 간단한 인터뷰가 있었다. 특유의 자유로움과 확고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내뿜는 첫인상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그가 내미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작품들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자리가 되었다.
▶ 인터뷰에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뮤지컬 ‘동물원’은 어떻게 만들어진 작품인가?
△ 작년 여름인가.. 여기 백암아트홀의 송실장님이 동물원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며 제안을 하셨다. 그때 나는 다른 작품중이었는데 송실장님은 이미 2-3년전부터 작가와 상의를 하셨다고 하시더라. 또 동물원 밴드의 배영길씨랑은 대학동창이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20년만에 만났다.
▶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겠다. 지난번에 저희가 인터뷰한 박정환씨를 최근에 만났었는데 뮤지컬 <동물원>의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가족적이라며 좋다고 하시더라.
△ 재미있기도 했지만 동물원 노래 자체가 서정적이고 정서도 우리나라와 잘 맞고 80년데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이 공감을 주는 그런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말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했다. 창작 작품에는 음악이 창작되어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다행이도 좋은 음악들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또 배우들에게도 우린 서로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작업하지말자고 했다. 마음속까지 편한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함께해서 기뻤다. 동물원 밴드 친구들이 또 다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런 편안함을 가지고 하려고 노력했다.
▶ 이번 작품은 동물원 노래로 8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을 위한 작품인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동물원>의 주제 자체는 일반적이다. 보통의 다른 작품의 주제와 다르지 않다. 사랑, 우정, 권선징악 등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의 반영이 제일 크다. 처음엔 내가 너무 그동안 센(?)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내게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도 했다. 사실은 내가 좀 과격하다...(웃음) 하지만 자꾸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와이프 처음 만나서 연애할 때, 또 친구들과 학교 다닐 때도 생각이 많이 났다. 주인공의 캐릭터 ‘철수’는 2007년도를 살고 있으며,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고,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그런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짓이 아닌 진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이다. 그러면서도 옛날을 생각했을 때 ‘그래, 저런 사람이 있었지’ ‘나는 저랬었지’ 하며 추억의 거리들을 주어서 공연을 보고 귀가하실 때 관객들의 기억속에 묻혀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동물원의 노래들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관객들의 옛날의 회상이나 추억을 다시 일으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본다.
▶ 나는 개인적으로 주인공 철수가 공중전화에서 기타를 치며 연희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이 제일 가슴에 남는다. 연출자님께서 가장 애착이가는 장면이있다면?
△ 다 애착이 간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장면보다는 ‘친구의 죽음‘인데.. 바로 나의 얘기이다. 내가 유학시절 전화로 ’내일모레 한국가면 보자‘ 약속한 친구가 있는데 바로 다음날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났다. <동물원>에서도 만승이가 노래를 끝맺지 못하고 죽을 때 철수가 만승이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내가 그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드러났다. 그래서 “이건 제대로 맞춰야 돼!!”하며 배우들에게 주문했었다.(웃음) 그리고 또 다른 장면을 꼽자면 철수가 연희의 집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와이프랑 연애할 때 생각이 많이 나게 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우리아이들한테 아버지로써 고백하는 그런 얘기들이다. 어느 한부분이 제일 좋다라기 보다는 매 장면 장면이 전부 다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 친구로써 남기고 싶은 이야기이다.
▶ 이 작품이 80년대를 살아오신 3-40대 중년층의 삶을 다룬 이야기인데 10-20대의 젊은 층에게도 권해줄 수 있을 만한 <동물원>만의 매력이 있다면?
△ 사랑이나 우정의 형태는 그때와 지금이 많이 다르지만 그 근원적인 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20대이든 50대이든 방법적인 면 즉, 매체만 틀리지 다 똑같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더 빨리 느낄 것이고 젊은 층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거기서 어떤 인간적인 부분만을 느끼고 또 그들의 생각할 꺼리를 건네주는 것이다.
▶ 이 작품이 주크박스 뮤지컬인데 다른 작품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 기존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 창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큰 매력은 없다. 하지만 관객입장에서 본다면 훨씬 설득력 있고 반응이 좋다.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이므로 제대로 연출한다면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부 창작을 한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힘은 약하다. 그런 차이가 있다.
▶ 그렇다면 창작과 기존의 곡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은 안 되나?
△ 그것이 힘들다. 뭐냐면 이 작품의 노래를 만든 사람이 음악감독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한가수의 곡을 한사람만 작곡한 것이 아니므로 모든 작곡가의 입맛을 다 맞출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외국의 성공한 주크박스 뮤지컬들은 모두 한사람이 작곡한 것이다.
▶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착이 많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전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싱잉인더레인>, <지킬엔하이드>등 외국 작품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더라. 아무리 잘해도 잘 베꼈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다. 어느 영화배우가 한 말처럼 누가 차려놓은 밥상에 나는 잘 먹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생각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제가 뮤지컬 서양뮤지컬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우리의 순수 창작 뮤지컬로 승부를 걸고 싶다. 앞으로도 많이 해야 하고 또 많이 아파야할 부분인 것 같다. 나는 ‘예술인’이기보다는 ‘문화인’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문화라는 큰 마당을 만들어놓은 사람이고 싶다. 내가 터를 만들어놓으면 나보다 더 훌륭한 후배들이 와서 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현재의 내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싫다. 뮤지컬이라는 서양의 형태를 빌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같은 수준에서 순수 창작에 대한 자부심으로 정말 공정하게 평가받아 서양의 작품들과 경쟁하고 싶다.
▶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시는가?
△ 뮤지컬 매니아들은 항상 우리 창작뮤지컬에 대해 비판적인 비평을 많이 하신다. 나는 그들과 한번 만나서 얘기 좀 해보고 싶다. 사실 만나보려고 자리도 마련했었는데 그 분들은 안 오시더라.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만 비판하시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의 작품이 브로드웨이와 비교 당하기는 아직까지는 이르다. 완전 헤비급과 플라이급이다. 그 작품들은 오랜 시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그만큼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구조자체가 외국과는 많이 틀리다. 극장, 제작운영방식, 투자방식, 등등 많은 것이 우리와 다르다. 지난주에 내가 다음 작품을 위해서 제작자를 만났는데 그 분도 그러시더라. 작품이 만족되지 않을 때는 올리지 말아야하는데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만들어라 이런 시스템으로 가니깐 질적으로 좋아질 수 가 없다. 또 질적으로 만족할 때까지 물질적으로 후원도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못할게 뭐가 있겠는가. 극장도 제제가 많다. 뭘 하려고 하면 안된다 안된다고만 하신다. 이렇게 되니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는 게임이 되질 않는다.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 우리 창작뮤지컬이 발전하려면 뮤지컬 제작의 베이스 및 모션을 바꿔야할 것 같다.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하려하지 말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유스럽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만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좋은 작가, 작곡가, 배우들을 많이 만났다.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참 힘들다. 또한 공연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애정 어린 시선이 많이 필요하다.
▶ 그러면 이번작품에서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더 있었다면 좀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 내가 만들면서도 스토리가 많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걸 느꼈다. 시간의 제약이 너무 컸다. 모니터링에 너무 바쁘고 극장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동물원Ⅱ>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과는 다른 주제로 하고 싶다.
▶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많은데, 뮤지컬도 자금과 인재발굴의 문제 말고 산업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부적인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가?
△ 나는 정부의 그런 정책들에 비판적이다. 정부의 영화계 지원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 산업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지 사실은 그렇지 않다. 며칠 전에 부산에 갔었는데 영화제작자들과 술 한잔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정작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원 해 주지 않는다. 나는 문화적인 정부의 기금은 받지 않을 생각이다.
▶ 뮤지컬로써 본인스스로 정점에 섰을 때 꼭하고 싶은 주제나 어떤 장르가 있는가?
△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 한국이라는 문화를 알리고 싶다. 꼭 전통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전래 이야기를 다뤄 보고 싶다. 머지않아 하게 될 것 같다. 각색을 시작해서 지금 구상 중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방의 문화를 일깨워주고 싶다. 서울은 다른 사람도 많고 공연도 많지만 지방은 정말 너무 부족하다. 나의 다음 작품은 부산에서 시작할 것이다.
▶ 제 주위에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다. 연출자님이 봤을 때 좋은 배우의 요건이라 생각되는 것은 어떤것이 있는가?
△ 배우는 배우로써의 명성을 얻겠다는 생각을 미리하고 있으면 안 된다. 배우라는 직업은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다. 몇몇 배우들은 배우를 시작할 때 이미 마음속으로 자신은 정상에 가있다. 그냥 자신의 삶이라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으면 좋겠다. 배우라고 떠들지 말고 애써 이루려고 하지 말고, 또 극장이든 무대든 그 위에서만 배우이길 바란다. 평범하게 살면서 그 힘을 차츰 비축해서 (뮤지컬 같은) 그 무대에서 폭발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 힘을 길러라 라고 말하고 싶다.
▶ 뮤지컬을 사랑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 뮤지컬시장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공연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고 와서 놀아라. 즐겨라.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재미있다, 재미없다 그것만 생각해 달라 라디오 듣는 것처럼 음악회에 온 것처럼 말이다. 관객들의 지나친 비판, 칭찬 둘 다 원하지 않는다.
▶ 본인은 스스로를 좋은 연출자라고 생각하시는가?
△ 좋은 연출자라 생각할 때도 있고 좋은 연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또 모자란 연출자구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배우는 자기가 직접 올라서 하기 때문에 공연하면서 그것을 느끼지만 연출자는 그렇지 않다. 사실 공연이 망하면 연출자 탓이고, 성공하면 배우 탓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연출자들은 자기 작품 올려놓고 다른 데를 바라본다. 그런면에서 괴롭지만 나는 이 자리에 만족한다. 좋은 연출자 나쁜 연출자는 따로 없고 좋은 배우들 스텝들 만나서 그게 좋은 작품으로 나왔을 때 좋은 연출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후기>
그는 내가 만난 공연계의 여느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우리 창작뮤지컬에게 우리에게 어떤 길을 터주고 있다고나 할까.. 나는 인터뷰 내내 ‘현실’과 ‘희망‘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만큼 그는 개척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보다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터를 만들어 놓고 싶다는 그의 말은 뮤지컬 <동물원>이 주는 감흥을 다시한번 땀방울처럼 송글송글 맺히게 했다. 좋은 공연하나는 전등과도 같아 우리의 배고픔을 비추고 또 살짝쿵 꿈도 안겨준다. 그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BMnews 편집부 백수진/공정임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1월 17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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