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여성연출가들과 만났다. 제7회 여성연출가전이 ‘셰익스피어, 여장하다’라는 주제로 4월 5일부터 5월 1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주제는 운율 여(呂)에 꾸밀 장(將)을 붙여 셰익스피어의 탁월한 시적언어를 현대적으로 꾸민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백순원, 오승수, 서미영, 유림, 홍영은, 황이선 6명의 여성연출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현대의 비상적인 방식으로 무대에 옮겼다. 

여성연출가전은 올해로 7년째 맞는 축제다. 지난 7년 간, 결혼과 섹스, 문학과 감성의 만남,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소화하며, 여성연출가들의 독창성 있는 페스티벌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 축제에서는 6주간 6개의 작품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다룬다. 여성연극인협의회와 연계로 사전 극작 워크샵, 드라마트루기로 영입된 작가와 평론가 등과 함께 작업을 공유하면서 작품의 완성도와 깊이를 더했다. 6주간 펼쳐질 축제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한 여름 밤의 꿈’의 즐거움 VS ‘햄릿’의 백색 슬픔

가장 먼저 지난 4월 5일부터 10일까지 홍영은 연출, 각색의 ‘한 여름 밤의 꿈’이 공연됐다. 작품은 원작의 배경 아테네의 숲을 신 마약개발에 성공한 클럽 아테네로 옮겨왔다. 마약을 복용한 클럽 손님들이 사랑에 빠지는 일들이 생기고, 애정전선은 얽히고 얽혀 통제 불능이 된다. 홍영은 연출가는 작품의도에 대해 “현대에는 스펙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조롱되고 있다. 사랑이 어떻게 한 여름 밤의 꿈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백순원 연출가의 ‘햄릿’이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공연된다. 4대 비극 중 가장 많이 알려졌고, 영화, 뮤지컬, 발레 등으로 쉼 없이 재탄생되기도 했다. 씨어터 백 상임 연출이자 ‘여성연출가전’ 연출집단 女go의 대표이기도 한 백순원 연출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공연도 참으로 많이 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 햄릿을 불러낸다. 우리 시대의 모습도 그 당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칼에서 총으로 바뀌었을 뿐 삶과 죽음 사이 욕망과 욕심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간다”며 연출의도를 밝혔다.

‘리어’의 상식을 뒤집는 이상함 VS ‘로미오와 줄리엣’의 거침없는 아름다움

축제 3주차인 오는 4월 19일부터 24일까지는 황이선 연출가의 ‘리어’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무대 대부분의 세트, 의상 소품 등을 종이로 만들어 깊은 의미와 복선을 만들었다. 리어왕 자신이 견고하다고 믿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위태롭다. 황이선 연출가는 리어를 여왕으로 만들었으며, 한 가정의 이야기로 축약시켜 모자관계의 불안함과 지나친 모성애로 인한 가족의 비극을 그린다. 적극적인 영상 사용도 볼거리다.

4추자인 4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는 유림 연출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공연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을 위해 죽음까지 감수한 연인의 이야기로 사랑의 대명사로 일컬어져 왔다. 이번 작품에서 유림 연출가는 그 둘의 절대적 사랑을 이미지군들로 파헤치며 ‘운명’의 의미를 다차원적으로 접근한다. 그녀는 “숭고한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원작을 뒤틀거나 의미를 해체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두 주인공의 행적을 통해 ‘우리들만의 시간’을 총체적인 경험으로 복원하는데 있다”고 전했다.

‘멕베스’의 격렬함 VS ‘소네트-검은 여인의 노래’의 감미로운 새로움

오는 5월 3일부터 8일까지 오승수 연출의 ‘투인 멕베스’가 공연된다. 이 작품은 여성연출가 오승수가 만들어 내는 남자들만 나오는 연극으로 관심을 모은다. 맥베스가 감옥에 갇혔다는 가정 아래, 권력보다 더 강한 삶에 대한 애착으로 벌어지는 남자들의 싸움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느와르 형식의 전개 구성과 심리극적 요소를 결합해 긴장감이 넘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결투와 강한 폭력이 등장해 미성년자 관람 불가 공연이다.

오는 5월 10일부터 15일까지 서미영 연출가의 ‘소네트-검은 여인의 노래’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소네트’는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극이 아닌 시집이다. 시집을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 무대화 하는 연출가 ‘서미영’의 독창성이 기대된다. 그녀는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조어나 운율을 무대 위에 올리기 전 시로 실험했다고 한다. 소네트를 시, 이미지, 음악으로 연극화하는 이번 시도가 가장 근원적인 연극 형태를 현대 연극화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불안과 상처의 관계를 다룬다. 관객들은 겉모습과 실재의 괴리라는 고민에 대해 총체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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