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행자의 신진 연출가 조최효정이 2010 한국공연예술센터 기획공연으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몰았던 ‘마릴린먼로의 삶과 죽음’에 이어 프랑스 작가 아멜리노통브의 ‘오후 네시’ 공연을 준비한다. 인간의 정체성의 본연에 대해 질문하는 이 작품은 극단 여행자만의 스타일로 색다르게 표현되며 조최효정 연출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극 ‘오후 네시’는 은퇴한 노부부 에밀과 줄리엣이 꿈에 그리던 자신들만의 집을 갖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제 그들은 호젓한 시골, 아담한 집에서 혼잡한 세상을 잊고 꿈에 잠기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위에 단 하나뿐인 이웃이 찾아온다. 그 단 하나뿐인 이웃은 의사다. 부부는 그가 의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어째 이 의사 이웃은 좀 이상하다. 매일 같은 시각에 부부의 집에 찾아와 두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반가운 이웃은 조금씩 귀찮은 불청객이 되어간다.

점점 노부부의 삶 깊숙이 들어와 그들의 평화와 안식을 깨뜨리는 존재가 되며 급기야 공포의 대상이 된 의사 이웃. 어느 날 에밀은 그에게 다시는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경고를 한다. 그러나 그날 이후 에밀은 이유를 알지 못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평소처럼 불면의 밤에 우연히 이웃집 남자가 자살하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구해낸다. 그러나 에밀은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해 준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를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에밀의 불면증을 낫게 하지는 않았다. 그 후 에밀은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심연과 같은 질문의 늪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믿고 있던 부부가 평온하던 일상에 사소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으로 인해 각자의 이념과 방식으로 엇갈린다. 자신이 평생 믿고 있었던 이념이 현실 안에서 대립하는 사이, 이 뒤엉킨 구도에서 튀어나오는 인간의 본성과 흐름 그리고 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관객들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열정을 단순한 구성과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풀어낼 연극 ‘오후 네시’는 오는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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