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는 유난히 한 배역에 여러 캐스팅을 하는 일이 잦다. 특히 올해는 더블 캐스팅(2명)을 너머 트리플 캐스팅(3명), 쿼드러플(4명) 캐스팅 뮤지컬까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뿐 아니라 국내 창작 뮤지컬, 소극장 뮤지컬에서도 유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올해 뮤지컬 ‘서편제’, ‘빨래’, ‘궁’, ‘영웅’ 등에서 트리플 캐스팅, 뮤지컬 ‘모차르트’, ‘달콤한인생’, ‘지킬앤하이드’, ‘삼총사’ 등에서 쿼드러플 캐스팅, 심지어 뮤지컬 ‘쓰릴미’는 이번 시즌 공연에서 ‘나’와 ‘그’ 역의 주연이 각각 5명이 캐스팅돼 연기하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었다.
 
제작사는 왜?

한 역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공연계의 스타마케팅 열풍이 시작되면서다. 최근 몇 년간 뮤지컬 붐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제작사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제작사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들을 뮤지컬 시장으로 끌어왔고 이는 스타들의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자하는 욕구와도 맞아떨어졌다. 이처럼 뮤지컬 제작사와 스타 모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스타마케팅이 점점 강화되면서 캐스트가 늘기 시작했다.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스타들로 원캐스트 가기는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불어 스타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 역시 스타캐스팅으로 원캐스트 혹은 더블 캐스트도 힘들게 만든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EMK 뮤지컬 컴퍼니 관계자는 “배우가 많아진 것은 국내 제작환경과 직결된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뮤지컬 배우라 하더라도 한 명의 배우가 관객을 채울 수 있는 실정이 아니다. 뮤지컬의 제작구조 상 다양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을 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며 “지방 공연 때문에 캐스트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지방 투어가 있는 공연의 경우 장기화되기 때문에 배우들의 계약 기간과 지방 공연 연습 스케줄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 캐스트가 자연적으로 증가 한다”고 전했다.  

공연 스텝들의 생각은?  

연출가와 공연 스텝들은 극의 몰입도와 연출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같은 배역을 맡아도 배우마다 무대 동선이나 연출, 음향 조절, 디자인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캐스팅은 극의 완성도와 직결된다는 것. 한 연출가는 “더블 캐스팅 이상에서는 실험성 있는 연출이 불가능하다. 정해진 문법을 두고 연출해야한다. 이에 나는 더블 캐스팅 이상을 지양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들도 무대 위 적응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공연에 앞서 프리뷰기간을 갖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쿼드러플 캐스팅까지 간다면 배우 역시 극과 무대에 대한 몰입도가 줄어들 것이기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준희 연출가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캐스팅이 많아질 경우, 한 배우를 두고 장면을 연출 한 뒤 다른 배우들은 따라오게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캐스팅 수만큼 연습도 길어지고 복잡해진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배역을 두고 여러 배우가 연기 할 때 배우 간 경쟁도 심화된다. 한 공연관계자는 “장기공연의 경우 의미가 큰 마지막 공연과 첫 공연의 캐스팅을 두고 잡음이 만만치 않다”고 귀뜸 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으로 나뉜다. 긍정적인 입장으로는 다양한 캐스트를 통해 극의 재미가 두 배가 된다는 반응이다. 뮤지컬 마니아 A씨는 “원캐스트(1명)로 공연이 진행될 경우 작품은 보고 싶은데 배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좋은 작품은 여러 번 보기도 하는데 배우마다 한 캐릭터를 다양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작품에 대한 매력도까지 높아진다”고 전했다.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쿼드러플 캐스팅까지 이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연기하는 배우가 생긴다. ‘카메오식 출연’이라는 말도 생기고, 그 작품으로 ‘상 받을 자격’이 되냐는 소리도 나온다. 관객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최근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이슈를 모은 뮤지컬 ‘삼총사’  예매를 앞둔 B씨는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캐스트가 나오지 않아 예매를 망설이고 있다. 원하는 배우들이 한 번에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캐스팅 일정이다. EMK 뮤지컬 컴퍼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캐스팅이 많아지는 경우, 일정 발표를 1, 2차로 나눠서 하거나 몇 주 전에 발표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드라마나 방송 출연하는 배우들의 방송 스케줄이 일주일 전까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홍보나 상업적인 이유로 어떤 캐스팅 조합을 많이 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배우들 연습과 각각 스케줄에 맞추다보면 그런 것을 생각할 틈조차 없다. 관객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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