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잘 생각하지 않게 되는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상처, 아픔, 슬픔, 그리고 ‘내가 죽는다’는 사실. 매일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죽음은 흔히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이야기되지 않는가.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면 사람들의 삶의 질은 어쩌면 더 풍요로울지 모른다. 죽음이 삶의 한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인생에서 욕심과 낭비의 가치관은 사라져 버릴테니까.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의 갈바리 성모 수녀원 수녀님들은 조금 특별하다. 1년에 몇 번 갈까 말까 한 장례식을 제 집 인 듯 드나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 중 그녀들이 봉사해야 할 신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로만이 가득하다. 이곳 수녀님들은 특수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바로 호스피스! 호스피스는 죽음 직전의 삶을 돌보는 일을 뜻한다. 그 낯설고도 생소한 일 때문에 이곳에 남겨진 사람은 별로 없다. 오늘도 로즈마리 수녀님이 갈바리 성모 수녀원을 떠났다.

일은 많아지는데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수녀님들도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들은 직접 ‘후원의 밤’ 공연을 결심한다. 공연으로 인해 수녀님들이 만났던 죽음 직전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세상에 알려진다. 자식을 두 번이나 버려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할머니, 압구정역 절반이 자신의 소유였지만 끝끝내 자린고비로 살았던 할아버지, 서로 좋아 죽고 못 산다고 하던 젊은 부부, 그림 하나에 목숨 걸었던 청년. 다양한 색깔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죽음에 이른 이야기에 수녀님들은 좀처럼 웃을 수가 없다.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는 죽음에 임박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죽음에 늘 대비하는 자세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고 가깝게 받아들일 때만이 그 삶은 더욱 따뜻하고 풍성해질 수 있을거라고.

이 작품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가 출간한 책을 원작으로 한다. 마리아작은자매회는 국내 최초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단체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를 맞아 그간의 활동 사례를 책으로 엮었다. 이번 공연에서 김한길 연출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텍스트의 감동을 무대 위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는 오는 12월 17일부터 2011년 1월 16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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