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가슴을 뛰게 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귓가를 촉촉이 적셔주는 재즈의 선율에 취해보자. 이번 가을에도 어김없이 재즈의 섬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Jazz Island(메인무대)를 비롯해 Party Stage(배수펌프장), Jazz Cube(다목적운동장) 등 총 8곳의 무대에서 다양한 재즈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가평을 재즈의 도시로 물들인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가을향기를 고스란히 전해주며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도 쟁쟁한 재즈뮤지션을 통해 깊은 밤을 재즈로 수놓는다.

- 재즈와의 첫만남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김인영 퀄텟의 음악으로 문을 연다. 김인영 퀄텟은 지난 2009년 제3회 자라섬국제재즈콩쿠르에서 대상과 베스트 솔리스트 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인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톤과 정교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콩쿠르 무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콩쿠르 이후로 ‘3색의 재즈 스펙트럼’을 주제로 한 피아니스트 송영주, 배장은, 보컬리스트 써니킴과의 협연, 피아니스트 송준서의 ‘Portrait’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등 여러 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한층 성숙해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리더로써 무대에 오른다. 10월 그가 안겨주는 재즈 선율에 빠져보자.

같은 날 Party Stage(배수펌프장)에서는 우메즈 카즈토키 키키밴드, 매그너스 린드그렌 ‘바투카다 재즈’, ‘클레즈모포비아’의 공연이 열린다. 우메즈 카즈토키 키키밴드는 1999년 색소폰 연주자인 우메즈 카즈코키에 의해 결성됐다. 록재즈 스타일의 재즈 트리오로 출발한 이들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색을 가져 ‘정의 되어지기 힘든 음악’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템포와 색다른 리듬을 앞세운 프로그레시브 록을 닮은 사운드로 관객을 숨 가쁘게 몰아가는 것이 우메즈 카즈토키 키키밴드의 매력이다. 단단한 팀워크 속에 순간순간 힘있게 치고 나오는 멤버들의 솔로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 재즈와 두 번째 데이트

기타연주는 흔히 한 손으로 코드를 짚고, 다른 손으로 줄을 튕기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스탠리 조던은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으로 줄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태핑 주법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그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스탠리 조던은 현란한 연주 외에도 곡에 대한 해석 능력 역시 뛰어나다. 또한 그의 음악 범주는 재즈 스탠더드에서부터 팝, 록,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스탠리 조던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담긴 병을 치유하는 ‘뮤직 테라피’를 시도한다. 이번 페스티벌 메인무대에서는 연주기법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 예전보다 여유 있고 자유롭게 표현된 그의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Jazz Palette(읍사무소앞)에서는 미8군 군악대 재즈 콤보, 로직, 클레즈모포비아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로직은 호주 멜번에서 1999년 결성됐으며 컨템포러리 재즈에서부터 퓨전, 월드 뮤직에 이르는 다양한 색채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멜벌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자바 재즈 페스티벌, 싱가포르의 모자이크 음악 페스티벌 등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라틴 재즈, 드럼 앤 베이스, 포크, 팝 등 다채로운 음악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로직은 젊은 감각의 실험적인 재즈음악을 연주한다. 로직의 음악으로 호주재즈신의 현주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재즈, 내년을 기약하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은 아쉬움이 없도록 맛있는 재즈음악들로 가득하다. Festival Lounge(다목적운동장)에서는 미셸 비세글리아 트리오, 오션 오브 화이어 & 다샤, 프란체스카 한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오션 오브 화이어 & 다샤는 네 명의 젊은 말레이시아 뮤지션들로 구성된 밴드다.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켈빈 옝은 록밴드 출신의 연주자로 실험적인 스타일의 밴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조나단 첸은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고, 밴드에서 바이올린을 담당하고 있다. 드러머 조나단 스컬리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음악을 하며, 보컬리스트 다샤 역시 풍부한 무대 경험을 자랑한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뮤지션이 만나 록에서 재즈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음악을 선보인다.

재즈 페스티벌의 마지막 메인무대에서는 루스코니, 이판근 프로젝트, 타니아 마리아 트리오, 캔디 덜퍼 & 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판근 프로젝트는 한국 재즈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한국 재즈의 암흑기라 일컬어지던 1970년대에도 꿋꿋이 재즈를 지켜온 것이 이판근이다. 한국 재즈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지금 오래된 소명을 풀고자 소장파 연주자들이 힘을 모아 이판근의 곡을 연주한다. 그것이 이판근 프로젝트다. 5명의 팀원은 모두 리더급 음악인이자 독창적인 시선을 드러내며 각광 받아왔다. 이들은 함께 이판근 선생의 곡을 분석, 연구했으며 현대적인 편곡을 거쳐 앨범 녹음까지 마쳤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한국 재즈의 살아 있는 전설을 이판글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일 년에 한번 떠오르는 재즈의 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비만 오면 물에 잠겨 쓸모없는 땅으로 버렸던 자라섬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 페스티벌은 그 척박한 섬을 2004년 가평군민, 공무원 각종 자원봉사자와 많은 음악관계자, 인재진 대표가 힘을 합쳐 일궈낸 그들의 땀과 노력의 산실이다. 2010년 역시 가평에는 황홀한 세계로 초대할 재즈의 세계가 펼쳐진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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