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긴 추석, 절묘한 샌드위치 연휴로, 연차만 잘 써도 열흘 이상 쉴 수 있다. 오랜만의 휴식인 만큼 과감하게 TV를 끄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공연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맛있는 음식도 먹고 알찬 공연도 보고, 추석을 함께 보내는 동반자의 유형별로 볼만한 공연들을 소개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 연극 ‘마누래 꽃동산’
▶ 2010.09.03 ~  2010.10.03(9월 21일(화) 공연 없음 / 9월 22일(수)~24일(금) 3시)
▶강남 동양아트홀

아무리 연휴가 길어도 명절은 명절이다. 온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무료하게 다음 밥상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럴 때 모두 함께 볼만한 2007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대상 수상작에 빛나는 연극 ‘마누래 꽃동산’은 초등학생 손주부터 나이 든 부모님까지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이다.

군더더기 없는 정겨운 강화도 사투리로 풀어내는 늙은 촌부의 일상은 온 가족의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여 준다. 네이버 블로거 madefree님은 “오랜 시간 인고의 세월을 사는 전형적인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이 식상하지 않았던 것은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절묘한 힘과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의 오버랩 등 디테일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 앙상블로 웰메이드 가족 연극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4인 이상 공연 관람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며, 22일부터 24일까지 관람시 ‘추석맞이대할인’으로 전석 10,000원에 관람 가능하다. (문의 02-515-6510)

▶차례만 지내고 뛰쳐나온 연인들을 위한 연극 ‘우먼인블랙-J’
▶샘터파랑새극장2관
▶2010.09.17 ~ 2010.11.21(9월 21일(화), 23일(목) 3시, 6시 / 9월 22일(수) 6시)

공포영화를 보면 연인들의 거리감이 줄어든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심리스릴러 공포연극 ‘우먼인블랙-J’을 추천한다. 수잔 힐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티븐 말라트렛이 각색, 올해로 21년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이며 현재까지 700만 관객을 돌파한 최고의 공연이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 수년간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중년의 ‘아서 킵스’는 어느 지방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조연출과 극중극을 통해 기억을 떨쳐내려 한다. 무대에는 요란한 분장을 한 귀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조명과 음향 효과를 통한 관객의 상상력이 모든 감각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공포 연극’이 꼭 여름에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우먼인블랙-J’는 가을의 스산함을 한층 더 북돋으며 작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것이다.

귀신이 등장하거나 잔혹한 장면 없이도 음향과 조명으로 공포 분위기를 가득 채우는 연극 ‘우먼인블랙-J’는 관객들의 상상력과 호기심 자극하며 새로운 감각의 무대를 펼쳐낸다. (문의 02-747-2070/2090)

▶혼자 밥해먹는 쓸쓸한 자취생을 위한 ‘닥터 이라부’
▶행복한극장
▶2010.09. 15 ~ 2010.11. 28(9월 21일(화) 공연 없음 / 9월 22일(수)~23일(목) 4시)

괴롭고 힘들고 짜증나고 두렵고 걱정이 될 땐 유쾌한 닥터 이라부를 찾으라고 노래하며, 연극이아닌 ‘버라이어티 메디컬쇼’라고 주장하는 연극이 있다.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원작으로, 책 속의 엉뚱하고 엽기적인 캐릭터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되살려 놓는다. 

이 작품은 2007년 초연부터 개성 있고 독특한 캐릭터들과 한국 실정에 맞는 각색, 시원한 웃음유발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극중 등장하는 뾰족한 것을 두려워하는 조폭, 스토커에게 쫓기고 있다고 믿는 여자, 음경강직증에 걸린 회사원의 자충우돌 에피소드들은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속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닥터 이라부’는 풍성한 명절을 혼자 쓸쓸히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생활의 비타민을 충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의 02-763-8969)

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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