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로 예술마당에서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오픈 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많은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간 만큼 365일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뮤지컬이다. 이번 시즌에는 ‘첫사랑’이란 단어처럼 설레고 어려보이지만 진지한 눈을 가진 신인 배우들이 함께 한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운명처럼 ‘김종욱 찾기’에 합류하게 된 숨은 실력파 조강현과 날개를 달고 비상중인 전미도가 그들이다.

‘김종욱 찾기’는 나의 운명

‘신의 아그네스’ ‘사춘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묶어버린 배우 전미도. 그녀가 그동안의 차분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김종욱 찾기’로 돌아왔다. 실제 성격과 역할간의 간극이 클 것 같았다.
전미도 “오히려 김종욱 찾기의 전미도가 실제 성격과 많이 비슷해요. 털털하고 선머슴 같고 강해보이지요. 하지만 혼자만이 앓고 있고 숨겨두고 있는 것이 있어요. 김종욱 찾기의 전미도처럼.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깜찍하잖아요(웃음).”
조강현 “저는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첫사랑을 찾아주는 조강현과 첫사랑의 대상자 김종욱. 두 캐릭터가 본래의 성격과 잘 맞지는 않아요. 극에서의 조강현은 한없이 소심하고 무너지는 반면 김종욱은 너무 완벽하잖아요. 그 사이에 서 있는 게 저 조강현이 아닐까싶어요”
그러나 무대 위의 조강현은 실제 자신의 모습인 듯 상반되는 두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다보니 김종욱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조강현 “사실, 원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을 봤었어요. 그 때 김종욱 찾기 제작자측의 눈에 띄어 김종욱 찾기의 오디션을 봤고 합류하게 됐지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떨어졌어요.”
전미도 “저는 이 전의 작품들이 무겁고 어두웠기 때문에 밝은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사춘기’를 하고나서 다시 ‘신의 아그네스’ 공연을 했고 그러면서 그 마음은 더 커졌지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어요. 운이 좋았어요.”

운명적 사랑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몽상가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할머니의 부탁 한 번에 ‘첫사랑 주식회사’를 차린 소심한 남자. 이 둘의 상황은 코믹하지만 돌아보면 관객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감추고 싶어 오히려 실수하게 되고, 마음과는 다르게 서로를 공격하며 티격태격 다툰다. 그래서 전미도에게 자신이 맡은 개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전미도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인거 같아요. 사실, 여자들끼리 있을 때 진정한 여자들의 얘기가 나오잖아요. 내숭떨지 않으려고 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는 게 보통인데 그런 미묘한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내가 연기하는 ‘나’

연기를 하면서도 즐겁다는 두 배우에게 ‘내가 연기하는 나’에 대해 물었다. ‘내가 연기하는 나’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드러날까.
전미도 “실제 성격과도 비슷하다 보니 아무래도 제 자신의 모습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을 강점으로 살리기 위해 저만의 특별한 색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슬프고 화난 상황에서도 전미도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많이 드러내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하죠. 오히려 연출가 선생님이 조금만 자제하라고 할 정도예요.”
조강현 “저는 다른 배우들의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인데 모두 자신의 색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심으로 연기하면 제 나름대로의 색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말을 해도 분명 저만의 목소리가 있을 거예요. 자신만의 개성과 생각이 있으니까요.”
전미도 “남자 역을 하는 배우들의 성격이 많이 달라요. 재밌는 게 조강현씨와 티격태격 하는 부분들이 무대 뒤의 실제 저희 모습과 비슷하거든요.”

조강현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다. 이미지 적으로는 지식과 매너, 매력적인 외모의 삼박자를 갖춘 김종욱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전미도에게 물었다. 전미도가 생각하는 조강현은 두 역할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전미도 “아무래도 완벽한 김종욱 보다는 쪼잔한 조강현?(웃음)”

배울게 많은, 아직은 신인

지금껏 ‘김종욱 찾기’는 엄기준, 오만석, 오나라, 김무열, 전병욱 등 많은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갔다. 같은 역할을 연기했던 선배들을 보며 갖게 되는 부담이나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전미도 “저희 팀이 어린 편이예요. 어려보이는 면도 있고요. 장난스럽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연륜이나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을 많이 배우려고 해요. 어리고 또 어리게 보이지만 선배들 못지않게 진정성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조강현 “나라누나(배우 오나라)와는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경험으로 이미 다 알고 있더라고요. 인물에 빠져서 살다보면 의외로 놓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넌지시 전해주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잊지 않으려고 스스로 상기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은 우리의 힘

‘김종욱 찾기’는 오픈 런 공연임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80%이상을 넘으며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배우 전미도와 조강현이 마지막 말을 전했다.
전미도 “어떤 주제와 형식을 가진 공연이든 좋은 공연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렇게 생활에 활력을 주는 공연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고 가져가는 감정은 다를 거예요. 좋은 것들만을 가져가길 바라죠. 그리고 잠시나마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저 역시 이 공연을 보면서 행복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처음의 설레임을 잊으신 분들은 그것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현재 진행형이신 분들은 공연을 보며 더 행복해지고 아픔이 있으신 분들은 치유까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공연을 보며 느꼈던 행복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김종욱 찾기’를 보고 행복을 가져가세요.”
조강현 “김종욱 찾기는 결코 가벼운 공연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웃고 싸우고 유쾌하지만 젊은 두 남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의 공연을 보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진실 되게 이야기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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