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가르는 스케이트 날이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폭염의 도시 속 사각거리는 얼음 소리에 관객은 귀가 아닌 몸으로 반응한다. 토슈즈 대신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들이 계절을 잊게 만든다. 아이스링크로 바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는 얼음에 반사되는 조명으로 반짝거린다. 

러시아의 보석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아이스발레’가 2년 만에 내한했다. ‘아이스발레’는 지난 1998년 국내 첫 선을 보인 후 올해로 13회째 방문이다. 공연마다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여름 시즌의 대표 작품 ‘아이스발레’는 전 세계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사랑하는 세계명작 동화로 친근함은 물론 예술적 완성도도 선사한다.

아이스링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 공연을 위해 러시아 무대제작 팀이 직접 내한, 높이 20cm x 가로 12m x 세로 11m크기의 무대를 직접 만들었다. 또한 얀츠맷(Yontzmat Portable Ice Link)이라는 기술을 이용, 24시간 만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아이스링크로 변신시켰다.

아이스무대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최상의 빙질을 유지해야한다. 또한 조명이 얼음에 반사되는 점을 감안해 눈부심을 조절해야하고 조명 열로 얼음이 녹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아이스발레’ 팀은 24시간 내내 냉각기를 가동시켜 무대온도 영하 9~15도, 객석 20도로 유지한다. 또한 특별히 고안된 자가 냉동식 링크에 총 5톤의 분쇄 얼음을 넣어 매끄러운 스케이팅 표면을 만들어낸다. 관계자는 “링크 틀을 설치하는 과정 4시간, 얼음을 얼리는 데 12시간, 링크 표면을 매끄럽게 갈고 다듬는데 4시간 등 총 24시간에 걸쳐 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얼음판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12시간 동안 매 30분마다 얼음을 뿌려 완성시킨 아이스무대는 꼼꼼한 관리아래 최고의 공연을 밑받침한다.

공연이 끝난 후, 10톤이 넘는 방대한 얼음을 녹이면 무대가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커다란 물체로 얼음을 부술 경우 냉각 파이프의 손상 우려가 있다. 이에 공연이 끝나면 전 스태프가 합세, 날카로운 쇠 도구를 사용해 일일이 얼음을 부셔야한다. 그 얼음들은 하천 등에 버려진다.

예술과 스포츠의 조화 아이스발레의 탄생
▶ 단순한 쇼가 아닌 고품격 발레공연 선사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 북서부, 핀란드 만 안쪽에 위치한 도시)는 러시아 전통발레의 진원지인 동시에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약 60-70년간 소련연방의 피겨스케이터들의 인기에 힘입어 엄청난 호응을 얻어왔다. 때문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아이스발레’가 탄생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스발레단은 피겨스케이팅과 예술의 접목을 구상하던 콘스탄틴 보얀스키에 의해 1967년 창설됐다. 아이스발레단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전직 피겨스케이팅 챔피언들이다. 보얀스키가 발레단을 설립하고 직면했던 가장 큰 문제는 프로스케이터 선수들을 전통 발레 예술가로 만드는 것. 아이스발레단에 들어오게 되면 정규 발레 클래스는 물론 판토마임, 연기 등 다양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한다. 또한 이런 트레이닝을 거쳐 자격이 검증된 단원들이 연기를 하게 된다. 아이스발레단의 첫 번째 투어 당시, 단원들이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들 중 몇몇은 학교 교사가 투어기간 동안 동행하며 틈틈이 보충수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아이스발레’는 처음 아이스링크 장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콘스탄틴 보얀스키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이스쇼가 아닌 예술 공연이라는 점을 상기, 아이스발레가 최종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아이스발레단 단장 미하일 카미노프는 “관객들이 러시아 전통 발레를 관람한다고 느끼길 바란다. 우리가 한국 공연을 위해 준비한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사용하는 20세기 대표 발레이며, 그것들이 단지 얼음 위에 있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의 ‘아이스발레’는 8월 5일부터 8일까지 ‘신데렐라’, 8월 10일부터 11일까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인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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