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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매드니스의 ‘박형사’ 배우 김대종, “관객들과 벌이는 일종의 게임이죠.”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관객들이 직접 용의자들을 심문해 범인을 찾는 독특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갑자기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된 미용실에서 목격자이자 배심원의 역할을 관객에게 맡기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 적극적인 관객의 참여유도와 다양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리하는 것이다. 매 공연마다 다른 결말이 도출되는 이 작품에서 ‘박현철’ 형사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김대종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무대 앞 객석에서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작품 속에서 배우 김대종은 관객들과 배우 사이에서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박현철’ 형사 역할을 맡아 열연중이다.

- 지난 공연에서는 용의자 중 한명의 역할이 아니었나? 바뀐 역할은 어떤지 소개해 달라.
현재 역할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박현철’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관객과 제일 직접적으로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역할이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미국 원작의 대본에선 작품의 심장박동이라고도 표현되더라(웃음). ‘박현철’은 연극적인 관념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이다.

- 예전 공연에서 맡았던 ‘오준수’ 역할과 비교해 봤을 때 어떤 느낌인가?
지난번 공연에서 ‘오준수’ 역할을 맡았을 때는 나를 미워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어찌되었든 살인 용의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다.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2006년 11월 국내 초연되어 1년여의 장기 공연을 통해 대학로 대표연극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초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했으며, 2008년 공연 역시 새로운 캐스팅과 더욱 탄탄해진 연기와 연출로 새로운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 같다. 다소 무거울수도 있는 주제이지 않나?
의도를 한 것이던 아니던 작품 자체에 코미디 색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이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팽팽하게 이어지는 긴장감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별거 아닌데 심각한 장면에서 벌어지면 더 웃긴 상황들이 있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도 살인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이 오히려 증인들을 꾸짖기도 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일부러 하는 것들이 아니라 그 상황에 있으니까 �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특이한 작품의 결말 도출방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관객들의 참여 없이는 진행이 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사실 그날그날 너무 다른 공연이기에 매일 공연을 하는 배우들도 예측을 할 수가 없다.

- 아무래도 결말도 매일 바뀌고, 관객들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어려움들이 있을 것 같다.
배우들도 무대에 올라 어떤 역할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듯이 관객들도 어떤 목적으로 오느냐에 따라 참여 목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여자친구랑 오는 남자 관객 분들은 좀 더 용감해지는 것 같다(웃음). 정말 다양한 관객들이 있다. 배우 입장에서 참여가 없다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나?
지난해부터 공연을 해오면서 특이한 관객 분들이 정말 많았다. 약주 한 잔씩 걸치고 단체로 오신 아저씨 관객 분들이 시체를 직접 무대 위로 갖고 와보라고 요구하신 경우도 있다(웃음). 그리고 어떤 관객 분은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오셨더라. 범인을 직접 체포해 가시겠다고 수갑을 가져와서 배우들이 당황했던 적도 있다.

- 매일매일 무대에 서는 것이 설레는 작품일 것 같다. 혹시 짓궂은 관객을 대처하는 방법도 따로 있나?
우선 대본상에서 충실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장기공연을 한 작품이라 대본 자체에 극을 효율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테크닉들이 많이 적립되어 있다. 그리고 거의 없긴 하지만 행여나 공연에 방해가 되는 관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도 배우가 되는 작품이라서 극을 흐리는 관객들이 생겨나더라도 관객들 스스로 방어하면서 공연을 지켜나가려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다른 배우들의 연습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공연의 시작 전까지 연습의 긴장을 놓지 않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니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 모든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극본의 번역에도 배우들이 참여를 했다.

- 배우들이 번역에 참여를 했다니, 좀 색다르게 들린다.
연출님도 그렇고 어색하게 번역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들 역시 관객들과 직접 만나면서 번역이 좀 더 구체적이고 리듬감 있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번역에 참여하게 되었다.

- 얘기를 들으니 공연이 더욱 기대된다.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좋겠는가?
‘쉬어매드니스’는 어떤 면에서는 배우와 관객들간의 게임이 아닐까한다. 물론 배우들은 준비가 되어 있고 관객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미리 결과는 정해져 있는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얼마나 진실이라고 믿고 충실히 임하느냐에 따라서 공연을 재미있게 보고, 안보고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게임은 게임이지만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지 않나? 순수하게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쉬어매드니스’는 오픈 런 공연을 통해서 배우나 연출이 아닌 관객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30년간 공연되면서 그만큼의 세월이 쌓여있다면, 한국에서는 또 한국 관객들이 새로운 작품의 세월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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