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와 수확의 계절이 왔다. 깊어가는 가을, 책 한 권 들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문학적 소양을 살찌우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공연 두 편이 대학로를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예술’을 논하는 연극 ‘아트’와 ‘쉐이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앙트로와 작품이라고” - 연극 ‘아트’
연극 ‘아트’는 서울 청담동의 잘 나가는 피부과 의사 수현이 하얀색 바탕에 하얀색 줄이 그어진 하얀 그림을 2억8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함에 따라 벌어지는 20년 지기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남자들의 우정 밑에 깔려 있는 소심하고 옹졸한 구석이 속사포 수다로 리얼하게 파헤쳐지면서 통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극 중 수현은 시종일관 ‘모더니즘’, ‘해체주의’, ‘컨템퍼러리(contemporary)’와 같은 예술사조를 운운하며 친구 규태와 조잔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논쟁을 벌이지만, 이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수현이 젠체하며 섞어 쓰는 이야기를 이해하면 이해하는 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대로 또 다른 재미와 익살을 선사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극이 흐르는 대로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있으면 공연 내내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캐스트가 바뀔 때마다 ‘보고 또 보는’ 코미디 연극으로도 유명한 ‘아트’는 2004년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공연 이후 총 9팀, 객석점유율 103%, 총 입장관객 12만 명을 기록하며 대학로 일대에 ‘아트광풍’을 일으킨 대한민국 대표 연극이다. 1년 6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는 대학로 공연 원조 출연진인 정보석, 이남희, 정원중,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 등 국내 최고의 여섯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연극 ‘아트’ - 2008년 10월 4일 ~ 11월 30일, 대학로 SM아트홀, 평일 8시/ 토 4시, 7시/ 일 3시, 6시(월 쉼) 1층석 35,000원/ 2층석 25,000원)
“선을 넘으셨습니다, 아가씨”– 연극 ‘쉐이프’
연극 ‘쉐이프’는 볼품없는 외모의 소심한 영문과 대학생 양우가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미술관에,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설치미술 전공의 대학원생 세경이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세경의 선을 넘어 작품을 감상하는 돌발 행동으로 옥신각신하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세경은 양우를 자신이 원하는 멋진 남성으로 변화시키는 18주의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극 중 세경은 자신의 예술관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매니페스토’, ‘모럴리즘’과 같은 일반인으로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단어들을 일상용어처럼 사용하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관을 종용한다. 청산유수처럼 이어지는 세경의 달변이 가끔씩 ‘외계어’처럼 느껴지더라도 극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쉐이프’ 역시 ‘아트’와 마찬가지로 아는 만큼 즐기고, 모르더라도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는 연극으로 오히려 공연이 끝난 뒤 새로운 용어를 배워가는 즐거움까지 더할 수 있다.
극 중에서 세경 역은 유선과 전혜진이 더블 캐스팅되어 연기하며, 양우 역은 전병욱이 맡았다. 톡톡 튀다 못해 때로는 발칙한 대사들로 사랑과 예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극 ‘쉐이프’는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공연을 결정하고 11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8월 22일~ 11월 2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평일 8시/ 주말,공휴일 3시, 6시(월 쉼) 일반 3만 5천원/ 학생 2만 5천원)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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