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 ‘보이첵’으로 에든버러를 비롯한 해외 여러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고립되고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굴레방다리의 소극’으로 다시 돌아왔다.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퍼스트 어워드(First Award)를 수상한 ‘더 월워스 파르스(The Walworth Farce)’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더 월워스 파르스’는 2006년도 아일랜드 극단 드루이드(Druid)에 의해 초연된 후 2007년 에든버러 공연 당시 ‘한 편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작품’, ‘올 에든버러 페스티벌 작 품 중 가장 창조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 등 비평가들의 찬사와 대중의 인기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던 작품이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 의해 한국적 각색을 거친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오는 10월 12일까지 대학로 SM 틴틴홀에서 공연된다.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 무대는 정확히 3등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왼쪽은 방, 가운데는 거실, 오른쪽은 주방이다. 병렬적인 무대의 구조는 이 작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배치시킨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놓인 거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으며 연극의 중심 공간이 된다.
관객들이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에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호기심과 낯설음이다. 조명이 켜지면 세 남자가 각자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가 연변가요 ‘타향의 봄’이 흘러나오고, 이와 동시에 두 남자의 과장된 연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차츰 연극 안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연극, 즉 굴레방다리의 ‘소극’을 보며 세 남자의 신원과 그들 사이의 내막을 알게 된다.
세 남자는 아버지와 두 아들로 구성된 연변출신 가족이다. 그들은 과거에 고향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을 매일 아침 ‘소극’의 형태로 재연한다. 그들이 매일 똑 같은 내용의 소극을 공연하는 이유는 하나다. 과거 사건의 왜곡과 은폐를 위함이다. 그렇게 그들은 세상과 단절한 채 언제나 자신들을 위한 소극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들을 좋아하던 마트 여직원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세 남자의 소극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과거가 재생되는 소극은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연극과 현실이 뒤엉켜버린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재미와 웃음이라기보다 애석함이다. 작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은 폭력으로 아들들을 교란시키고 협박하는 아버지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런 아버지에게마저 연민의 감정을 품는다. 소극의 둘레에는 과거 자신이 연변에서 저질렀던 실수에 갇혀 매일 그 사건을 재생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아버지의 나약함, 소극을 통해 지난 과거를 새롭게 기억하고자 하는 그의 희망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와 원인들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의 형태를 빌어 과거를 추억하는 세 남자의 모습은 서글프다. 유쾌한 소극과 대비되는 그들의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 끝내 비극으로 치달아버린 그들의 삶을 냉랭하게 관망하고 있다.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대표 배우 백원길, 동아연극상 남자신인상 수상자 김정호, 주목 받는 신인 박정진, 강민정이 출연하며, 오는 10월 12일까지 대학로 SM 틴틴홀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 |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