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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 모든 구분을 거부한다! 연극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

 

질문 하나, 그대들은 인간인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에 한해 질문 하나 더, 그걸 어떻게 증명할 텐가? 어쭙잖게 도덕이나 양심 같은 단어를 늘어놓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 돈이야 말로 유일한 ‘인간조건’임을 증명하는 ‘보이첵’의 삶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말이다.

‘2008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프린지’가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대상을 비롯해 연출상, 남자 및 여자 연기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이 독특한 형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진중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호응 속에 공연되고 있다.

불쌍한 보이첵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도대체가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 말단 군인이다. 돈 없고 신분도 천한 보이첵은 중대장에게 발마사지를 제공하고 일당을 받는다. 발마사지를 하다가 그 발에 걷어차이거나 따귀를 맞는 일은 비일비재. 보이첵은 의사의 실험대상이 돼 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인권침해? 사람들은 보이첵에게서 인권을 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것 없이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보이첵은 인간의 형상을 한 짐승에 다름 아니다. 인간 취급 못 받는 보이첵에게도 참아야만 하는 나름의 사정은 있다. 다름 아닌 처자식. 그러나 인내의 이유였던 아내마저 욕정을 참지 못해 외도에 빠진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하나마저 잃어버리는 보이첵은 이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보이첵을 자극하는 말, “너도 인간이냐? 그럼 어디 한 번 증명해봐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하물며 사람으로 나서 이런 멸시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는가. 바닥을 뒹구르며 발광하던 그의 한 마디 “니들이나 잘해!” 보이첵의 분노와 좌절, 사랑, 질투는 끝내 아내에 대한 살인으로 귀결된다.

너희는 다를 것 같냐는 보이첵의 말은 비단 중대장이나 의사, 아내와 바람난 연적에게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무대 주변들 둘러싸고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어쩌면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관객 배치는 이 순간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연장은 관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다. 공연장 전체가 무대이고 관객들은 앉고 싶은 곳에 여기저기 앉으면 된다. 배우들은 관객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연기하고, 관객은 배우들을 구경한다.

특이한 무대는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관객을 일종의 방관자로 만드는 것이다. 눈 앞에서 이토록 비인간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데도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 방관자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무대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상황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특징적이다. 내리꽂히는 조명이 없을 때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계속되는 것인데, 이처럼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은 가능한 한 모든 영역의 경계와 구분을 거부한다. 그럼으로써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도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자, 이쯤에서 처음의 질문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욕정에 몸부림치는 보이첵의 부인, 돈만 벌 수 있다면 기꺼이 실험용 쥐도 될 수 있는 보이첵, 보이첵을 ‘사용’하는 의사와 중대장, 그리고 파탄으로 다가가는 보이첵을 방관하는 관객들. 이들은 인간인가? 이들을 인간이게 하는 것, 무엇인가? (9월 6일~9월 13일,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 평일 7시 30분 토 4시/7시 30분 일, 공휴일 4시 월 쉼 )


박혜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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