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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나의 모습과 똑같은 그들의 삶, 리얼한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지난 9월 3일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어느 소시민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는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부부를 연기하는 김선영과 이주원이 출연해 한 시간 반 남짓의 공연을 이어간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뿌리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독일의 극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Franz Xaver Kroetz)의 작품 ‘오버외스터라이히(Oberősterreich)’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뢰츠는 1960년대 말부터 독일 문단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후 세대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그의 작품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경험했던 사회의 부조리들이 주요 화제로 등장한다. 그의 작품 ‘오버외스터라이히’ 역시 자본주의의 풍요 이면에서 살고 있는 도시 노동자 가정의 일상이 담겨 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극대화된 리얼리티와 공감, 두 단어로 압축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결혼한지 3년 된 젊은 부부의 일상이 단편적으로 공개되는데, 그들의 일상은 곧 나의 일상으로 환원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작품의 드라마와, 부부보다 더 부부 같은 두 배우의 연기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가지고 있는 매혹적인 아이러니다.

처음에는 부부인 종철과 선미의 작고 작은 일상들이 공개된다. 그들은 TV를 시청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외식을 하러 가거나, 휴일을 즐긴다. 오고 가는 대화 하나 하나는 언젠가 나도 말한 적 있는, 아주 자질구레한 이야기들뿐이다. 그러다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임신이다. 임신을 해버린 선미와 임신을 원치 않는 종철의 갈등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가운데 리얼리티가 가장 극화 된 부분이 종철과 선미의 생활비 계산 대목이다. 이 부분에서는 상당히 코믹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상당히 슬프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 일게 된다. 이만 원, 삼만 원, 혹은 십만 원, 이십만 원……. 세금이며, 대출금이며, 자질구레한 생활비들을 전부 계산해보니 한 달에 삼백만 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차 팔고, 가구 팔고 줄일 데 안 줄일 데 다 줄여봤지만, 역시 이백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요는 아이를 낳을 만한 형편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 작품은 임신 사건에 관한 명확한 결론도 내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며, 우리와 너무도 똑 같은 그들의 하루다. 두 부부가 경남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그들의 평범함이 드러난다. 저마다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온 수 많은 도시 노동자들……. 종철과 선미로 요약되는 ‘그들’은 아침과 밤 시간을 제외하고 줄곧 돈을 버는데 시간을 쓰지만, 매달 반복되는 ‘빚’을 메우는데 여념이 없을 뿐이다. 그러한 ‘그들’, 아니 ‘우리들’은 진정 아이 하나 맘 편히 낳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분명 사회는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고 있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보다 더 풍요롭고, 지적이며, 편리한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신종 병과 사고, 자살률의 급증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담고 있는 주제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오는 9월 2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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