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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연극 ‘39계단’은 ‘재간둥이’다!

 

연극 ‘39계단’은 히치콕 감독의 영화 ‘39계단’을 원작으로 한다. 때는 바야흐로 1935년, 배경은 영국 런던이다. 주인공 헤니는 한 미모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첩보요원이라고 말하는 그 여인은 영국 공군의 기밀을 해외로 유출하려는 스파이에게 쫓기고 있다는 말을 남긴 채 살해당한다. 그녀가 남긴 것은 ‘39계단’이라는 암호와 스코틀랜드 지도 한 장 뿐, 살인범으로 몰린 헤니는 경찰과 스파이에게 쫓기는 몸이 된다.

‘39계단’은 연극으로 공연된 그 자체가 놀라운 작품이다. 대개의 첩보 영화가 그렇듯 이런 내용은 기차 위, 혹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백미이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어떻게 그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연극, 스케일 같은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는 듯 없는 기차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는가 하면 그림자놀이를 이용해 비행기와의 추격 장면도 표현해 낸다. 식탁도 됐다가, 기차도 됐다가, 자동차도 되는 건 다름 아닌 작은 트렁크다.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의 눈에 콩깍지를 제대로 씌우는 셈이다. 무대 위에 출현하는 배우는 4명뿐이지만 내용상으로는 139명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서 배우들의 연기 활약이 또 한 번 돋보인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많이 터지는 작품이지만 억지웃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코믹물에서 자주 쓰는 방식 - 관객을 소재삼거나 관객을 의식하는 발언들- 으로 눈에 보이는 웃음을 연출하기 보다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휑한 무대 위에 집도 있고 방도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그 자연스러운 뻔뻔함이 웃긴다.

연극 ‘39계단’은 반전이라고 할 만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끌고 가는 서사력이 강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물이나 대사가 돋보이느냐,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연극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연극을 ‘통’해 사유에 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기 좋게 배신한다. 왜냐, ‘39계단’은 그 속에 오소독스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극이 진행되는 그 자체, 극 전체가 결론이자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표현 하는 방식 하나하나도 사실은 그냥 웃기기 위함이 아니라 스토리인 것이다. 하여, 전형적인 연극에서 좀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39계단’은 사실 배우의 연기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연극적인 작품이다. ‘우린 연극이오. 그러니 배우들만 연기만 보면 될 것이오’ 오직 말과 행동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것이 연극 ‘39계단’의 힘이다.


박혜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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