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대나무 숲 속에 다소곳이 서있는 여섯 명의 여인. 여인들은 저고리 없는 하얀 한복을 입고는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끝없이 뻗어있는 대나무들은 동화 ‘재크와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한없이 뻗어 나갈 것만 같다.

여인들의 정갈한 자태와 대나무 숲의 푸르름은 한데 어우러져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세계를 연출해낸다. 이곳에 가면 온갖 욕망들로 얼룩진 마음도 이 여인들이 입고 있는 새하얀 한복처럼 깨끗이 정화될 수 있을까? 포스터 속에 펼쳐진 청량한 세계는 한없이 오염되고 더럽혀진 오늘날의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대나무 사이사이에 고요히 어려 있는 듯한 바람은 조심스레 나무와 여인들을 감싸 안은 채, 정다운 가락을 불러온다. 바람에 묻어오는 가락은 싱그러운 풀내음으로 대나무 숲을 가득 채운다. 여인들은 그 가락과 하나되어 사계의 춤사위를 무대에 그려낸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늘휘’무용단의 안무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 2009 춤으로 그리는 사계 ‘상상(想 ‧ 想 Ⅱ)’는 오는 9월 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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